크립토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금리인상이 종료되면서 ‘크립토 윈터’도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단순히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을 넘어 토큰증권 시장의 개화, 가상자산법의 마련 등 근본적인 변화의 조짐도 나타난다. 변화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뷰어스는 세 차례에 걸쳐 크립토 시장에 부는 격변의 상황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1. 전통금융의 달라진 시선
2. 다가오는 토큰증권 시대
3. 가상자산법이 그릴 미래
비트코인 랠리가 심상치 않다. 4년마다 돌아오는 반감기 이슈도 있지만 그보다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랠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음달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 이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상품 가치를 인정받는 일일뿐만 아니라 전통금융과 대안금융의 접점이 확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크립토 윈터는 끝났다...비트코인 랠리 시작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제공하는 UBMI(업비트 시장지수)는 12일 오전 9시 45분 현재 9396.56을 기록 중이다.
UBMI는 업비트 원화 마켓의 모든 디지털 자산이 반영된 시장 지수로, 2017년 10월 1일 1000에서 시작했다.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했던 2021년 1만5000선을 터치했다가 지난해 테라·루나 쇼크 등으로 급락한 이래 올해 9월까지 1년 넘도록 7000을 회복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크립토 윈터’였다.
분위기는 지난 10월부터 달라졌다. 상승세가 시작돼 불과 두 달여 만에 9000선을 회복했다.
업비트가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지수도 11일 기준 71.58점으로, ‘매우공포-공포-중립-탐욕-매우탐욕’ 등 5단계 중 ‘탐욕(60~80점)’ 상태에 진입했다. 석달 전만 해도 40.57점으로 중립 상태였는데 현재 과열 단계다.
가상자산 투자가 다시 열기를 보이는 데는 비트코인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2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이 달 들어 6000만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3배나 올랐다. 비트코인이 6000만원을 넘어선 건 2021년 12월 이후 2년여 만이다.
비트코인 랠리로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최대 크립토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 달 들어 8일까지 코인베이스 순매수 규모는 980만2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종목인 반도체 주식 엔비디아(826만7000달러)도 뛰어넘는 규모다.
이런 흐름은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 중인 한화투자증권과 우리기술투자는 이 달 들어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 레거시 금융의 구애...잇따른 상품 출시
‘크립토 윈터’ 상황에 변화를 불러 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자산을 ‘빛 좋은 개살구’ 취급하던 기존 레거시 금융의 적극적인 구애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해 8월 비트코인 신탁상품 출시에 이어 올해 현물 ETF 출시를 신청했다. 블랙록은 미국 정부의 중국 철수 주문에도 꿈쩍하지 않을 만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회사다. 미국의 레거시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얼마나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크립토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태도를 바꿔 지난해 비트코인 신탁상품을 내놨다. 비슷한 시기 골드만삭스 역시 크립토 투자에 대한 시각을 180도 바꾸며 주목을 받았다. 비트코인 펀드 출시에 이어 관련 컨퍼런스까지 열었다. 전통 금융회사들의 크립토 투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신탁, 펀드에 이어 ETF 상품 출시도 꽤 오래 전부터 시도돼 왔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이미 2021년 10월 승인이 나 올해 8월부터 거래되고 있다. 선물 ETF는 현물 ETF와 달리 선물 계약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사의 시세 조종 리스크가 낮다고 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승인해주는 쪽으로 결론냈다.
다만 현물 ETF는 달랐다. 선물과 달리 현물 ETF는 기관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운용사가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격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SEC는 승인을 거절해 온 것. 피델리티 등 2019년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이 10여 건 넘게 제출됐지만 모두 불발됐다.
■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임박...파장은?
상황 반전은 블랙록이 주도했다. 블랙록은 그 동안 600건에 가까운 ETF를 신청해 단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인을 얻어냈다. 블랙록은 당국 우려를 감안해 비트코인 수탁 기관이 될 코인베이스를 적절하게 감시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을 포함해 현재 10여 건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을 대기 중이다. SEC는 신청일로부터 24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 하고 대부분 내년 상반기에 시한이 몰려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으로 첫 출시된다. 이 경우 크립토 업계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 자금이 크립토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간 기관은 회계 및 당국의 규제 등으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물 ETF가 승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트코인 현물 보유량에 따라 주식 수가 결정될 것이므로 기관의 매수 기대감이 매우 높아진다. 최근의 비트코인 랠리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선취매 성격이다.
다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반드시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주의를 당부하는 이유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TF 출시 직후 기관 및 개인의 실질적인 수요가 크지 않다면 환매가 가능한 ETF 특성상 발행사의 비트코인 매수세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또한 ETF 초기 설정액 또한 크지 않을뿐더러 현물을 매입하지 않고 빌려서 납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랙록 같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를 비롯한 미국 주요 기관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하겠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상품성을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UBMI 흐름(자료=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