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 태양'이라 불렸던 전설적인 구원투수 선동열이 돌아온 격이다. 구순의 나이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과 팔순이 넘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야기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건설업계의 비상시국을 돌파하느라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왼쪽)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사진=각 사)
■ 윤세영 회장,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 총력전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태영건설의 유동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업계를 덮친 PF 우발채무 문제로 태영건설이 어려움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태영그룹은 이미 윤세영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될 지주회사 TY홀딩스에서 태영건설의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체결했다. 이에 앞서 그룹 차원에서도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수혈했다. 태영건설 살리기에 그룹의 총체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그룹 내 자회사 추가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늘고 있는 탓이다. 이 회사의 올 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수준은 2조596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2614억원)과 비교했을 때 14.8% 가량 늘었다. 윤 회장이 유동성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하는 지점이다.
특히 최근에 증권가에서 태영건설 자금난과 관련한 흉흉한 소문이 떠돌았다. PF 우발채무를 포함한 전체 PF 대출 보증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태영건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이다. 14일 태영건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태영건설 관계자는 "해당 소문은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하며 "최근 윤세영 회장 복귀 이후 분위기가 좋은 상황인데다가 올 3분기까지도 호실적이며 꾸준히 유동성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 이중근 회장, 전방위 사회공헌 활동에 실적 개선 몰두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주는 지난 8월30일 회장 취임식을 갖고 그룹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이 회장은 취임식 당시 "부영그룹은 국민을 섬기는 기업으로 책임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고향 마을 주민을 비롯해 친인척과 초·중·고 동창, 군대 동기·전우들에게 개인 사비로 약 265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카이스트 기숙사 리모델링에 200억원 상당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기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월 캄보디아에 버스 1200대를 기부한데 이어 라오스에도 버스 600대를 기증하는 등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중근 회장이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쏟는 것과 별개로 회사 경영 차원에서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부영그룹 전체 매출은 지난해 6626억원으로 전년(1조7440억원) 대비 62% 가량 줄었고 14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 매출액이 줄자 그룹 전반 매출이 휘청였다. 부영주택 별도 매출은 지난해 5565억원으로 전년(1조6745억원)과 비교했을 때 66.8% 감소한 수준이다. 임대 후 분양 전환이 주 먹거리지만 분양 수익이 1조4920억원에서 72.3% 급감한 4130억원에 그쳤다. 금리 인상이라는 임대아파트 분양전환 계약률 하락 요인과 함께 부영그룹 자체적으로도 분양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근 회장은 "대내외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때"라고 경영 환경을 진단했다.
이 회장은 실적 반등을 위한 신사업을 제시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회사 경영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는 부영주택의 임대보증금 총액은 지난해 기준 8조3563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보증금과 함께 임대 수익을 통해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개선에 힘쓸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임대 후 분양 전환이라는 주력 매출이 있어 사업 계획에 따라 매년 실적이 들쑥날쑥 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이 많다"며 "지금과 같은 부동산 침체에 갑작스러운 신사업을 전개하는 건 오히려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기존에 잘하는 사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