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왼쪽)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사진=각 사)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사들이 휘청이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주택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달랐다. 지난 몇 년 간 수주에 공들였던 대형 해외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면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의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각각 8990억원, 6409억원이다. 삼성물산은 전년 동기 대비 41.7% 증가한 수준이며 현대건설도 28.0% 늘었다.
양사의 수익성은 해외 매출이 견인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전체 매출은 각각 14조6320억원, 21조2391억원으로 모두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39% 가량 늘었는데 해외매출은 각각 362.0%, 30.3% 증가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매출이 1조5102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6조9778억원에 달한다. 대만과 방글라데시아 공항 공사와 네옴 터널, UAE 원전 등 플랜트와 인프라 등 다양한 공종에서 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삼성물산의 해외 매출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삼성물산의 해외건설 신규 수주액은 57억7968만 달러로 전년 대비 7.4% 늘었다. 올해 건설사 중 최다 수주액으로 3년 연속 해외수주 1위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도 올해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네옴 터널 등 해외 대형 공사가 확장되면서 매출이 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해외 수주액이 26억9505만달러에 그쳤으나 올해는 그보다 111.1% 늘어난 56억8894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수주액을 크게 늘렸다.
대우건설도 올해 해외 거점국가에서의 사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대우건설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조8869억원, 영업이익은 584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0%, 13.9%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 중 해외매출은 2조1614억원 가량으로 전체 매출에서 24.3% 수준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 매출(1조7864억원) 대비 21.0% 가량 증가했다.
대우건설의 해외 매출 증가는 거점 국가로 꼽히는 이라크에서의 신항만 1단계를 포함한 다수의 터널과 도로 등 인프라 공사, 나이지리아에서의 플랜트 공사 등이 견인했다.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도 올해 해외 수주액을 크게 늘리면서 해외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대우건설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16억8565만달러로 최근 3년 중 가장 높은 액수다. 전년(11억1422만달러) 대비 51.3% 급증했다.
비상장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해외 매출 증가가 두드러진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해외 매출이 2조4934억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 누적 매출이 1조1957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SK에코플랜트의 해외 매출 확대는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사업에서 쏟아졌다.
SK에코플랜트의 해외 매출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사업부문은 에너지 사업이다. 해당 사업부문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해외매출이 668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조600억원을 넘어섰다. 환경사업 부문 매출도 1584억원에서 328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영위하는 싱가포르 테스 등과 같은 환경부문 업스트림 업체와 해상풍력 전문 업체인 SK오션플랜트(前 삼강엠앤티)를 인수한 효과다.
SK에코플랜트의 해외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해외수주액이 18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최근 4년 중에서 가장 높은 해외 수주액을 기록 중이다.
한편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원전 사업 재진출에도 힘을 쏟을 전망이다. 유럽 지역 등에서 원전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포함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원전 사업 확대에 따른 부담도 덜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와 비주택에서 성과가 좋았던 건설사들이 대체로 실적이 좋은 모습"이라며 "내년까지도 주택경기가 좋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해외 수주를 늘리면서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건설사들이 경쟁사 대비 좋은 실적을 계속해서 가져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