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공개한 인공지능(AI) 반려 로봇 ‘볼리(Ballie)’. 삼성 사물인터넷(IoT)와 AI가 반영돼 집안 기기를 작동하고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하는 생성형 AI가 로봇 시장을 달구고 있다.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개한 ‘반려 로봇’에는 이러한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삼성, AI 반려 로봇 깜짝 공개…한종희 “생성형 AI 적용 새 디바이스 경험 혁신”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가전·IT 제품에) 매일 사용하는 기능에 적용하기 시작해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부회장의 이 발언과 삼성전자가 깜짝 발표한 반려 로봇 ‘볼리(Ballie)’가 주목됐다. 그 이유는 볼리는 CES 2020에 이미 공개됐던 반려 로봇이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비서 역할 로봇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로 제작됐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오픈AI의 챗GPT로 인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해 진정 ‘AI 비서 로봇’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AI for All: Connectivity in the Age of AI)'를 주제로 열린 삼성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공 모양의 볼리는 자율주행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주인이 부르면 온다. 별도의 조작기기 없이도 음성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전후면에 탑재된 카메라는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연결해 해당 기기를 켜고 끌 수 있다.
이제 ‘생성형 AI’가 반영돼 사용자와 주변 기기 등을 인식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학습하고 필요로 할 때 스스로 판단하고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 LG, 반려 로봇 선봬…“올해 베타 버전 출시, 내년초 정식 상용화”
LG전자도 생성형 AI를 적용한 반려 로봇을 이번 CES 2024에서 공개했다. 이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코드명 Q9)’다. LG전자는 올해 베타 버전으로 출시하고 내년에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LG전자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류재철 H&A사업본부장 등이 ‘AI 에이전트’에 대한 출시 계획을 밝혔다.
LG전자 모델이 CES 2024에서 고도화된 로봇 및 AI 기술이 적용된 반려가전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체험하고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홈 허브를 포함해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는 만능 가사생활도우미 역할을 수행한다. (사진=LG전자)
류 본부장은 “AI 에이전트는 집사 로봇, 반려 로봇, 영어 튜터 등이 될 수 있다”며 “올해 내에 베타 버전을 시장에 내고, 내년 초에는 본격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류 사장은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독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자가 구독료를 내면 ‘AI 에이전트’를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조주완 사장은 “로봇 사업은 상업용, 산업용, 가정용이 있다”며 “집중 영역은 배송과 물류 등 상업 영역에서 하고 있지만 로봇 발전 방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지분 투자나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때가 왔을 때 중요한 플레이어로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LG전자는 올해 ‘한계 돌파’를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연간 10조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10조원 중 R&D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2조원은 전략적인 자본 투자와 M&A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나머지 3조5000억원은 시설투자에 투입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열린 'CES 2022'에서 로보틱스 비전 발표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위로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삼성 볼리에 관심…배송·물류 로봇 발전 가능성 엿봐
현대차그룹도 이번 CES 2024에서 로봇 시연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 제로원의 지원으로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세계 무대에 알렸는데 로봇 기술이 주목됐다.
스타트업 ‘모빈(MOBINN)’은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였다. 모빈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을 통해 라스트마일(Last Mile) 즉 배송과정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최종단계에서 특화됐다. 자율주행 기반의 장애물 극복 기술로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서비스가 가능하다.
모빈의 바퀴달린 로봇은 휘어지는 고무바퀴를 사용해 계단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특수 소재의 고무바퀴로 높은 계단이나 비탈진 보도, 도로 경계석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말은 배송 로봇으로 활용할 경우 어떤 도로 환경이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진 모빈 대표는 “서울시 도로를 기준으로 많은 장애물이 있는데, 모빈의 로봇은 바퀴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고 구조가 단순해 초기 비용이 낮은 점이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로봇 스타트업 아트와(ARTWA)는 다목적 수륙양용 로봇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을 활용하는 지능형 로봇이 사람이 없어도 외부 환경 관리와 실내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 쓰레기 수집과 수송, 수질 관리, 관로 탐사, 약품 살포 등 5가지 종류의 지능형 로봇을 만들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은 지난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Spot)과 함께 무대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정 회장은 이번 CES 2024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반려 로봇 ‘볼리’를 보며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현대차의 기존 로봇에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의미로 풀이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자율주행형 배송 로봇을 실증 운행하고 있다. 다양한 상황을 극복해 배송해야 하는 로봇인 만큼 생성형 AI와 같은 스스로 학습하는 AI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CES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의 키보다 큰 거대한 로봇 팔이 50파운드(22.7㎏) 무게의 상자를 번쩍 들어 옮길 수 있다. 1개의 상자를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초로, 1시간에 수백개의 상자를 옮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