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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증권사의 레드오션으로 평가됐던 리테일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증시 활황 속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수요 충족을 위한 대대적 개편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기존 시스템에 AI를 덧입히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어 향후 시장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지 관심이다.

■ 메리츠증권, 거래 그 이상의 커뮤니티로

최근 1년 간 브로커리지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을 거둔 증권사는 메리츠증권이다. 지난해 10월 슈퍼365계좌에 대한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1년 만에 고객예탁자산은 10배 이상 불어났다. 시장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수준이던 메리츠증권의 고객예탁자산은 12조원을 웃돌면서 리테일 시장내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메리츠증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 단순히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몇가지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공감하고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중심으로 새로운 포털 플랫폼을 출범시킴으로써 차세대 먹거리로까지 확장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다.

현재 장원재 사장 직속의 이노비즈센터를 이끌고 있는 인물은 네이버페이증권 종목 토론방의 성공을 주도했던 이장욱 센터장. 그는 “기존 증권사들의 MTS 카테고리에 커뮤니티 기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에 대한 투자자들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투자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들은 물론 실제 투자자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물론 소통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과 거래 기능이 더해진다. 메리츠증권 고객이 해당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에 대해 AI 기술을 통해 요약,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이 빠르고 쉽게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메리츠증권은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 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향후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함으로써 미래 먹거리로도 확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이 현재 세운 목표의 첫번째는 단연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 투자자 확보를 위한 필수적이면서도 기본 요건인 거래 안정성 강화 등을 위해 기존의 서버 시스템을 벗어나 아마존 클라우드 방식으로의 전환도 시도했다. 자체적인 AI 기술력 확보를 위해 외부인력 역시 적극 영입하면서 현재 이노비즈센터 인력은 50명 규모로 확대됐다.

이 센터장은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다수의 고객 유입이 필요한 상황인데 좋은 플랫폼을 통해 많은 고객이 유입되면 이를 넘어 다양한 사업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채널로서도 플랫폼은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넥스트증권, 숏폼으로 보는 테슬라 IR자료

넥스트증권 역시 또 다른 변화를 준비 중인 주인공이다. 토스증권 출신 김승연 대표가 이끌고 있는 넥스트증권은 내년 상반기 새로운 리테일 플랫폼의 컨셉으로 숏폼(짧은 동영상) 중심의 컨텐츠를 구상 중이다.

타깃은 명확하다. 오랜 투자 경험이 있는 고지식층보다는 어렵고 복잡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만을 추려 핵심내용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최홍민 넥스트증권 COO(전무)는 “현재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 가운데 테슬라 홈페이지에 접속해 IR 자료를 찾고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COO는 “주식 투자 시 가장 중요한 것이 투자 정보와 아이디어인데 증권사 리서치의 보고서들은 지속적으로 팔로업한 사람들을 전제로 하고 있어 어려운 용어와 생략된 부분들이 많다. 실제 기업의 IR 자료를 포함해 공개된 객관적 정보들조차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의 역할이 디지털 시장에서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 틈새를 공략하는 데 있어 AI라는 수단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들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한 짧은 영상의 형식으로 제작함으로써 임팩트를 더하기로 했다. 그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짧은 영상으로 정보를 획득하려는 수요가 강한 만큼 투자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는 데에도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스트증권 역시 플랫폼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지역적으로나 컨텐츠의 확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 넥스트증권은 최근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최 COO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기술 접목 작업을 금융사들도 이제 직접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