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시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갤럭시 S24 시리즈' 사전 개통 예약자들이 몰렸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가 사전예약 1주일만에 121만대를 돌파했다. 하지만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며 공시지원금을 높일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지원비 확대와 기기값 인하를 서로의 책임으로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 공시지원금·기기할인 요구에 삼성·이통사, 서로 미루기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원금 상향을 위해 기업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삼성전자와 이통3사를 불러 통신비 부담 완화를 논의했다. S24 시리즈부터 공시지원금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단통법 폐지 이전에라도 사업자 간 마케팅 경쟁 활성화를 통해 단말기 가격이 실질적으로 인하될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민생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으로 봤다. 이에 방통위는 이통3사와 삼성전자 등과 추가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과 삼성전자는 막판 지원금이나 기기 할인 등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워 고심 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통위와 통신사들을 수시로 이슈와 관련된 사안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 “다만 출고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지원금을 올려도 스마트폰 구매 가격이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출고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책임을 미뤘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공시지원금 확대에 대해선 이동통신사와 얘기를 해야 한다”고 통신사에 그 책임을 넘겼다. 기기 할인에 대해선 “관련해 방통위 등과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신형 스마트폰의 지원금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구형 모델이 덜 팔리는 역효과 우려도 있다. 기기값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삼성, S24 역대급 흥행에도 웃지 못해…“방향성 없다” 단통법 업계 지적도
삼성전자는 S24 사전예약이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며 모바일 사업 부문의 실적에도 기대감이 나오지만, 이처럼 정부의 기기값 할인 압박이 부담이다. 통신업계도 벌써부터 불법지원금이 기승인 가운데 공시지원금 상향 압박을 받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의 사전 예약은 121만대를 돌파했고 역대 갤럭시 S 시리즈 사전 판매 중 최다 판매 신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평균 17만3000여대를 판매한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의 사전예약은 11일간 138만대를 판매해 역대 최다 사전 판매 기록을 가지고 있는 갤럭시 노트10의 일평균 판매 대수 12만5000여대를 넘어선 수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S24 시리즈의 사전 예약을 19일부터 25일까지 받았고, 26일부터 사전 개통을 시작했다. 사전 개통 마감일은 이달 31일까지였는데, 내달 8일까지 연장했다. 삼성스토어와 이동통신사 매장 등을 S24 사전 예약자로 붐볐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은 폴더블폰 확산을 위해 기기값 할인에 나선 바 있다. 앞서 Z플립·폴드4와 5 모델의 공시지원금은 최대 65만원 수준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도 Z플립·폴드6가 나오는데, 이 때 지원금을 풀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초의 AI폰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S24는 흥행에 맞춰 제값 받기로 실적 챙기기에 나서고 싶은 심상으로 풀이된다.
통신사들의 공시지원금도 정부의 기준에 흡족하지 못했다. 통신사들도 이번에는 마케팅비를 비축해 다음 신규 스마트폰을 대비하고, 단통법의 방향도 파악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이통 3사가 내놓은 지원금은 최대 20만원대 수준. 정부가 단통법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단통법의 국회 통과 전이라도 기업들이 공시지원금을 확대하기를 바랐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고 봤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을 만나 지원금 상향 압박을 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합법적인 최대 지원금(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은 SK텔레콤(SKT) 18만9750원, KT 21만450원, LG유플러스 21만3900원 수준이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S23 시리즈와 유사한 지원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스마트폰 성지인 서울 강변이나 남부터미널 국제전자, 경기도 안산과 의정부 등 수도권에서는 이통사들의 합법적인 지원금보다 2~3배 높다. 이곳에서는 출고가 115만~184만원대의 ‘갤럭시 S24 256GB’ 모델이 54만~74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통신사들의 9만~10만원대 요금제 기준이다.
이통사들이 ‘짠물 지원금’을 내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이들 불법지원금들과 비교가 되는 부분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민생 안정을 내걸고 단통법 폐지를 추진하며 그 일환으로 공시지원금 확대 요구에 나선 것인데, 불법지원금이 기승인 모습보다는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상향해 정부의 정책 방향에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선 정부의 단통법 폐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다며 공시지원금도 꺼리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단통법 폐지에 대해서만 말이 있었지,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지 않았다”며 “공시지원금 확대 등이 양성화되면 소비자 입장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방향성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