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이한울 기자)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해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의 계획도 좌초됐다.
19일 오전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재현 사내이사·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 해임의 건이 부결 처리됐다. 이들의 해임을 전제로 한 박준석·장영길 사내이사 선임 안건도 함께 부결 처리됐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1021만 9107주로,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80.59%에 해당한다. 이사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주총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박재현 대표 해임 안건에 대해 출석 주식 수의 53.62%(547만 9070주)가 찬성표를 던졌고 46.32%(473만 3105주)가 반대를 표시해 통과되지 못했다. 신동국 이사 해임 건은 출석 주식 수의 53.64%(548만 1320주)가 찬성, 46.30%(473만 1474주)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간 한미약품 이사회 구도를 기존 4(형제 측)대 6(4자 연합)에서 6대 4로 개편하려던 형제 측 계획은 이번 표결로 무산됐다. 이번 결과는 앞서 국민연금 등 국내와 의결권 자문사 다수가 형제 측의 해임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다.
이날 박 대표는 오전 9시 40분경 현장에 도착해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주총장으로 들어갔다. 박 대표 외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임종윤·종훈 형제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가운데)가 19일 서울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가 끝난 후 열린 긴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이한울 기자)
박 대표는 이날 임시주총을 마치고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통해 소모적 다툼보다는 회사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고민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의 빠른 종식과 한미사이언스 측의 고소·고발도 취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기존 한미사이언스와 위탁 관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독립경영이 한미사이언스와 완전한 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종윤 사내이사의 주주총회 철회와 물밑대화 제안에 관해서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내용이 없었고 이번 임시 주총은 대단히 소모적인 것이라 조금 더 빨리 제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면 주총 취소도 진지하게 고민했을 것"이라며 "물밑대화 제안 역시 보도를 확인 했지만 들은 바가 없고 경영권 범위 관련 내용은 대주주등과 협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으로 공식 자리에서 언급은 어렵다"고 밝혔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대해 주주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 대표는 "주주분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며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기화 되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타협 모색 관측도
이번 임시주총 결과로 4자 연합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가 있기 전까지 타협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동한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던 임종윤 사내이사가 임시주총 철회를 요구하고 4자 연합과 물밑 대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타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형제 측은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납부하기 위한 주식 매각으로 지분이 계속 줄어들고 있어 가족 간 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약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4자 연합과 형제 측은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선 4자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확대 방안이 무산되며, 양측 이사진 5대5의 동률 상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