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로고. (사진=카카오페이지)
웹소설에 적용되던 도서정가제가 사라진다. 대표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등의 무료 열람서비스는 불법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적용되던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도 없어지는지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모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2일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웹소설을 비롯한 웹콘텐츠에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는 도서 가격을 정가 10% 이내에서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제한한 제도다. 서점 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하고 동네 영세서점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웹소설은 현행법상 전자출판물에 해당돼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반 도서와 산업구조 등에서 다른 신생 콘텐츠에 도서정가제를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무’ 확대된다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등은 도서정가제 적용이 제외되면 각각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프패(프리패스)’ 등의 무료 열람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기다무’는 다음 화를 결제하지 않아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웹소설은 ‘편당 결제’가 정착된 시장이다. 소비자는 ‘기다무’ 등의 서비스를 통해 평균 300화 정도의 작품들을 몇 십, 몇 백화까지 무료로 읽어 왔다.
도서정가제 시각에서 보면 ‘기다무’는 눈엣가시였다. 플랫폼들이 ‘기다무’ 서비스 약관에 ‘판매’가 아닌 ‘대여’로 규정하고, 간접적으로 할인율을 조정해왔다. 도서정가제 적용이 제외되면 플랫폼들은 이같은 꼼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할인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의 반발이 크다. 대형 플랫폼의 과도한 할인 경쟁이 벌어져 결과적으로 작가의 수입이 줄고, 결국 콘텐츠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웹소설과 출판계의 상생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는 웹으로 감상한 후 작품이 마음에 들어 단행본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유입을 늘려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이롭다는 주장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일선 플랫폼들은 보다 다양한 가격 마케팅을 펼칠 길이 열렸고 할인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해소됐다는 점에서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를 환영하고 있다.
■ 부가가치세 10% 면세 혜택 사라지나
도서정가제 적용이 제외되면 웹소설이 그동안 받아온 부가가치세 면세 혜택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가세 10%가 추가될 경우 플랫폼 및 CP사(웹소설 작가와 플랫폼을 잇는 콘텐츠 제작사), 작가, 독자 중 어느 한 곳이 가격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작가 측은 현행 유지가 좋다고 입을 모은다. 웹소설 작가 A씨는 “이전처럼 유지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몇 년에 걸쳐 시장이 정착되었는데 급격한 변화로 자칫 수익이 줄어들 것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웹소설 CP업체 관계자는 “독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CP사가 비용을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며 "결국 작가들이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측이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를 반기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업계에서도 도서정가제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만큼 보다 신중히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며 정부의 결정이 갑작스러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산업에 걸맞는 규제 혁신을 통해 웹콘텐츠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판계 등의 우려를 감안해 작가 등 창작자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