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째주 수도권 전세가 주요 변동률. 부동산R114
수도권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매매시장이 2~3개월 연속 하락세인 반면 전세 가격은 5~7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서울 내에서는 전세 가격이 수 억대 상승도 쉽사리 목격되고 있다. 집값 하락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고금리 시대 매수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넘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1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2월말 금융권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에 더해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상승 흐름을 나타내면서 수요층 매수 움직임이 더더욱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실수요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임대차시장 위주로만 가격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서울 전세시장 움직임을 2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25개 구 중 19곳에서 가격이 올랐다.
수도권 전세시장의 경우 봄 이사철 영향은 물론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지 못한 수요층이 가세하면서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차 물건들은 대부분 소진된 분위기다. 이로인해 3월 첫주째 서울의 전세가는 0.01% 상승했고,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보합(0.00%)을 나타냈다.
서울은 9개 구에서 전셋값이 올랐으며, 하락한 지역은 2곳으로 상승 방향 움직임이 우세했다. 지역별로 △은평(0.05%) △용산(0.05%) △성북(0.04%) △양천(0.03%) △송파(0.02%) △구로(0.02%) 등에서 상승했다. 신도시는 △중동(0.02%) △동탄(0.01%) 등이 올랐고, ▼산본(-0.04%) ▼일산(-0.02%) ▼평촌(-0.01%) 등은 떨어졌다. 경기·인천은 △의정부(0.05%) △군포(0.04%) △안산(0.01%) △수원(0.01%) △인천(0.01%) 등이 상승한 반면 ▼안양(-0.04%) ▼의왕(-0.01%) ▼파주(-0.01%) 등에서 떨어졌다.
이러한 수도권의 전세값 강세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3월 첫째주 서울 전세값은 42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첫째 주(4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전세가격은 각각 0.08% 상승했다. 서울은 직전주 0.05% 상승에서 지난주 상승 폭이 확대됐으며 4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159타입은 지난달 25일 전세 56억원에 체결되면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달 7일 같은 평수가 53억원에 체결된 것을 감안할 때 한 달도 채 안돼 4억원 급등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트리오 84타입의 경우 지난달 28일 전세 가격이 11억3000만원으로 체결돼 같은 달 10억6000만원에서 7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84타입은 지난달 14일 전세 17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 1월 15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가량 올랐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59타입의 경우 지난 2일 6억2000만원에 전세를 체결했는데 이는 지난달 5억4023만원에서 1억8000만원 가량 상승한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은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는 등의 영향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역세권 및 정주 여건이 양호한 단지의 임차 문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신축 및 소형 아파트 위주로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4·10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에서의 추가 제도변화 이벤트가 발생하기는 어려운 국면이다. 다만 각 후보들이 어느 정도 확정되면서 지역구 개발, 교통, 세금 등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 성격의 공약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중 GTX 등의 광역교통망처럼 지역 가격 움직임에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호재들이 강조되면서 일부 투자 수요가 자극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하지만 스트레스 금리까지 가산되는 스트레스DSR 제도 시행과 물가상승 압박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멀어지는 등 수요 유입을 억제하는 요소들도 다수 존재하는 만큼, 3월 봄 성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1~2월 비수기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울 매수시장은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가격 접점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대출규제 시행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가 발생하면서 거래체결은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이 8주 연속 보합(0.00%)을 기록했으며 재건축과 일반아파트도 가격이 평행선(0.00%)을 달렸다. 신도시는 0.01% 떨어졌고, 경기·인천은 7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했다.
이를 반영한 듯 한국부동산원 3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매매 가격은 각각 0.02%와 0.04% 하락한 반면 지방(-0.05%→-0.06%)은 하락 폭이 확대됐다. 이로써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주에 비해 0.05% 하락하면서 1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2년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면서 "재작년 금리상승기 이후부터 재작년 말, 작년 초까지 집값 하락론도 만연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집값이 오르면 이에 따른 대출도 늘어나게 되는데 수요자들이 대출이 부담스런 상황이 도래했다. 집값 하락론이 커지는 분위기에서 기존 집 소유자들은 옮겨타기가 힘들어졌고, 대출이자뿐 아니라 취득세 인상 부분도 집을 사기가 부담스런 국면이다"면서 "무엇보다,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은 대출과 집값 하락론의 부담으로 임대차 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