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날(29일) 발표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의 핵심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개선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년6개월 단축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는 것이다. 특히 이 중 19만8000가구(약 64%)를 한강벨트 지역에 집중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강남·용산·여의도 등 집값 상승의 진원지에 행정력을 투입해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2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을 발표하고 있다. 민간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개선을 통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6년6개월 단축하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연합)

■ 인허가 절차 최대 6.5년 단축…한강벨트 20만 가구 집중 공급

서울시는 그간 정비사업 전반부(정비구역 지정·조합 설립)를 단축해 사업 기간을 평균 18년5개월에서 13년으로 줄인 바 있다. 이번 신통기획 2.0은 후반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이주·준공)에서 1년을 추가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회의 생략 ▲임대주택 세입자 자격 조회를 관리처분 단계에서 1회만 진행 ▲추정 분담금 검증 절차를 4회에서 3회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또 서울시가 직접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하고,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은 내년부터 SH공사도 처리에 나서 정비 물량 증가에 따른 병목 현상을 줄인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고 2035년까지 37만7000가구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64%를 차지하는 19만8000가구를 한강벨트 지역에 집중 투입한다.

서울시는 "집값 불안 요인이 집중된 한강벨트 핵심 지역에 공급을 늘려 시장 안정을 유도하겠다"며, 이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와 행정 절차 간소화를 병행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세입자 보상 범위를 확대해 법적 보상에서 제외된 이주 세입자에게도 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 정부 대책과의 차별성…오세훈 서울시장 "민간 중심이 해법"

이번에 서울시가 내놓은 신통기획2.0은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차이가 있다. 정부 9·7 대책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목표 설정에 집중했다면, 서울시 신통기획 2.0은 실제 현장 병목을 직접 제거하고 행정절차를 구체적으로 단축한 실행력 중심이 차별화된다.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안전진단 완화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의 동시 신청, 용적률 상향 등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공급 확대의 방향성과 일부 행정 간소화 방안이 담겼지만, 실제 인허가 세부 단계에서는 반복 절차와 현장 실행의 병목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관리처분, 세입자 보상과 같은 핵심 규제 완화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와 분담금 검증, 이주 절차 등은 개별 사업자가 각각 처리하는 구조가 유지돼 현장에서는 실제 부담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이번에 서울시가 내놓은 신통기획2.0은 단계마다 실제 사업의 병목 구간을 명확하게 파악해 직접 해소하는 실행 중심 방식을 택했다. 대표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 검토회의를 통합 심의로 일원화, 2~3개월이 소요되던 절차를 바로 생략했다. 정부가 간소화만 원칙적으로 언급한 것과 달리 서울시는 실제 회의 자체를 폐지하며 속도전을 선택한 셈이다.

정부 9·7 주택공급 대책과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2.0 비교 (정리=손기호)


또한 임대주택 세입자 자격조회를 관리처분 단계 단 1회로 제한하고 분담금 검증도 4회 시행에서 3회로 축소해 사업기간을 실질적으로 단축한다.

행정 조직의 역할도 실질적으로 강화해 정부 대책이 실무 부서간 이견 조정 책임을 사업자와 조합에 떠맡겼던 것과 달리 서울시는 시 본청 직속 '협의 의견 조정 창구'를 마련하고 실무진이 일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수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던 행정 병목을 줄였다.

여기에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도 기존 한국부동산원 단독에서 SH공사까지 투입해 물량 폭증에도 행정 병렬처리가 가능하게 했다. 구청장 권한 강화, 해체계획서 제출 요건 완화 등 현장 행정부담을 전반적으로 해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주택공급 문제의 해법은 민간 중심 정비사업에 있다"며 "한강벨트 핵심 지역에 20만 가구를 공급해 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은 하지 않되 공급 물량 확보와 절차 단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 "공급 확대 의지 뚜렷, 실제 시장 안정엔 시간 필요" 평가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발표에 대해 "연평균 5만호 착공은 쉽다고 보기 어렵지만, 신통기획 시즌1 성과를 감안하면 공급 확대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며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간임대나 청년주택도 보증보험 의무가입 등으로 기존 문제를 보완한다면 공급 기반이 한층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공급 물량이 실제 입주 단계까지 가시화되기 전까지 시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