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홍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정지수 기자)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로 다수의 도시정비사업지가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 신탁이 오는 23일 오후 2시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연다. 지난해 10월 29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가 중단된 뒤 약 5개월 만이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당초 '여의도 재건축 1호'라 불릴 정도로 사업 속도가 빨랐으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한차례 파행을 겪었다. 정비계획안에 아파트 내 한양상가 부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서울시에서 지적한 것. 이에 상가 용지 매입 협상 마무리와 함께 시공사 선정도 다시 재개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기존 588가구를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210실 규모로 다시 짓는 프로젝트다.
해당 단지를 놓고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맞붙었다. 지난해부터 홍보전을 벌였던 양 사는 시공사 선정이 가까워지자 더욱 적극적으로 조합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장에서도 달아오른 수주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최고의 브랜드와 상품, 여의도 최초 환급금 제안'·'현대의 사업제안서는 계약서의 근간이며,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등의 문구를 삽입한 현수막을 단지 곳곳에 내걸었다.
포스코이앤씨도 이에 질세라 '법적 효력이 있는 포스코 계약서는 사업제안서를 100% 반영했습니다'·설계변경과 공사중단 없는 빠른 사업추진은 오직 포스코만 가능합니다' 등으로 맞섰다.
제안한 사업조건 면에서는 현대건설이 '소유주의 이익 극대화', 포스코이앤씨는 '낮은 공사비를 통한 사업비용 완화' 등을 주요 키워드로 삼았다.
현대건설은 사업에 계획된 오피스텔을 여의도 첫 하이퍼 오피스텔로 조성하고 이를 통한 분양 수입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브랜드는 '디에이치' 적용을 약속했으며 제안한 공사비는 3.3㎡(평)당 공사비 824만원이다. 경쟁사 대비 높은 공사비는 개발이익을 통해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앞줄 오른쪽 2번째)와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앞줄 오른쪽 1번째)이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사업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특히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3일에는 사업지를 직접 방문하면서 수주전 '필승' 의지를 다졌다. 지난 2021년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진 안산고잔연립 3구역 재건축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대건설의 승리를 이끌었던 윤 대표다.
윤 대표는 현장에서 "여의도 한양을 반드시 수주해 명실상부 여의도 최고의 랜드마크로 건설할 것"이라며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최고의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사업제안을 반드시 지키고, 현대건설만의 하이퍼엔드 특화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현대건설에 비해 저렴한 3.3㎡(평)당 79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최근 수주전에서 경쟁력있는 사업조건을 내세우며 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벌인 끝에 대우건설을 꺾고 시공권을 따냈으며 부산 촉진 2-1구역에서는 '래미안'을 내세운 삼성물산을 제쳤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지키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고의 상품을 제공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