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끝)이 올해 1월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를 가장 먼저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사장(가운데)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의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초격차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생산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더 따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장을 바꾸고 HBM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선두 따라잡기에 나섰다. ■ SK하이닉스 “HBM3E 수율 80% 도달”…초격차 자신감 표출 23일 SK하이닉스와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의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최근 공표했다. 업계에서는 보통 60~70%에 이르는 수율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수율은 불량품을 제외한 정상 제품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생산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수율을 밝힌 것은 그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공급처에선 다른 업체보다 눈여겨볼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 관련 소식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전했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부사장은 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HBM3E 칩 수율이 목표치인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권 부사장은 “이로 인해 양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 부사장은 “올해 고객사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은 8단 적층 HBM3E”라며 “이 제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HBM 시장을 잡기 위해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겹겹이 쌓은 후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한 차세대 메모리다. AI 가속기에 필수 반도체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도 HBM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가 선두에 서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수율 80% 수준을 달성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모습을 올리며 HBM 반도체 협력을 과시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초 새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다. 이곳에서 최 회장이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 웨이퍼를 들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모습은 HBM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차지할 각오를 단단히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최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린 것도 재조명된다. HBM 관련 선두를 뺏기지 않으려는 단도리를 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 초격차 뺏긴 삼성전자, 발등에 불…전영현 부회장 수장 교체·TF 꾸려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얼마 전 이례적으로 반도체 최고 수장을 교체한 것도 HBM 시장에서 뒤처진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사업담당)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삼성의 임원 인사는 보통 11~12월경 이뤄진다. 통상 시기보다 6개월 앞당긴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인사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HBM 분야에서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등 선두를 뺏겼다. 12단 HBM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했지만, 8단으로 쌓은 5세대 HBM(HBM3E) 등 최신 제품이 고객사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부회장이 오고 삼성전자는 대규모로 ‘HBM TF’를 꾸렸다. 이뿐만 아니다.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온 날 삼성메디슨의 김용관 부사장도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왔다. 김 부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과 경영진단팀 등을 거친 인물로, 인수합병(M&A)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DS부문에서 M&A나 지분 투자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김용상 상무와 노미정 상무가 삼성전자 미주 반도체 법인(DSA)으로 옮겨간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노 상무와 김 상무는 각각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기술개발과 영업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내 빼앗긴 고객사를 되찾으려는 기술과 영업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미국 마이크론도 7000억 투자 늘려…경쟁사 따라잡기 삼성뿐 아니라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SK하이닉스 따라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75억 달러(약 10조2000억원)에서 80억 달러(약 10조9000억원)로 70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2월 8단 HBM3E 양산을 시작하고, 12단 HBM3E 샘플링 작업도 돌입했다고 밝혔다.

"HBM3E 수율 80%" SK가 '초격차'…수장 교체로 대응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예상치 뛰어넘는 수율 밝히며 자신감 내비쳐
'발등에 불' 삼성전자, 수장 교체…이른 인사에 반도체TF까지
미국 마이크론도 7000억 투자 늘려…AI 반도체 경쟁 돌입

손기호 기자 승인 2024.05.23 11:56 의견 0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끝)이 올해 1월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구개발(R&D)센터를 가장 먼저 찾아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사장(가운데)으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그룹)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의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초격차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생산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더 따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장을 바꾸고 HBM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선두 따라잡기에 나섰다.

■ SK하이닉스 “HBM3E 수율 80% 도달”…초격차 자신감 표출

23일 SK하이닉스와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의 수율이 80%에 달한다고 최근 공표했다. 업계에서는 보통 60~70%에 이르는 수율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다. 수율은 불량품을 제외한 정상 제품 비율을 말한다. 이 수치가 높으면 생산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는 수율을 밝힌 것은 그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엔비디아와 같은 공급처에선 다른 업체보다 눈여겨볼 수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 관련 소식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 전했다. 권재순 SK하이닉스 수율 담당 부사장은 이 외신과 인터뷰에서 “HBM3E 칩 수율이 목표치인 80%에 거의 도달했다”고 밝혔다. 권 부사장은 “이로 인해 양산에 필요한 시간을 50% 단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권 부사장은 “올해 고객사들이 가장 원하는 제품은 8단 적층 HBM3E”라며 “이 제품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HBM 시장을 잡기 위해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겹겹이 쌓은 후 TSV(실리콘관통전극)로 연결한 차세대 메모리다. AI 가속기에 필수 반도체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도 HBM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가 선두에 서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E 수율 80% 수준을 달성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인스타그램에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모습을 올리며 HBM 반도체 협력을 과시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연초 새벽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다. 이곳에서 최 회장이 엔비디아에 공급할 HBM 웨이퍼를 들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모습은 HBM으로 반도체 초격차를 차지할 각오를 단단히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최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린 것도 재조명된다. HBM 관련 선두를 뺏기지 않으려는 단도리를 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 초격차 뺏긴 삼성전자, 발등에 불…전영현 부회장 수장 교체·TF 꾸려

삼성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얼마 전 이례적으로 반도체 최고 수장을 교체한 것도 HBM 시장에서 뒤처진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사업담당)장을 경계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삼성의 임원 인사는 보통 11~12월경 이뤄진다. 통상 시기보다 6개월 앞당긴 것은 그만큼 다급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인사 이유를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장 전영현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HBM 분야에서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등 선두를 뺏겼다. 12단 HBM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했지만, 8단으로 쌓은 5세대 HBM(HBM3E) 등 최신 제품이 고객사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 부회장이 오고 삼성전자는 대규모로 ‘HBM TF’를 꾸렸다.

이뿐만 아니다. 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온 날 삼성메디슨의 김용관 부사장도 사업지원TF 반도체 담당으로 왔다. 김 부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과 경영진단팀 등을 거친 인물로, 인수합병(M&A)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DS부문에서 M&A나 지분 투자 등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김용상 상무와 노미정 상무가 삼성전자 미주 반도체 법인(DSA)으로 옮겨간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노 상무와 김 상무는 각각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기술개발과 영업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내 빼앗긴 고객사를 되찾으려는 기술과 영업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미국 마이크론도 7000억 투자 늘려…경쟁사 따라잡기

삼성뿐 아니라 메모리 3위인 미국 마이크론도 SK하이닉스 따라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75억 달러(약 10조2000억원)에서 80억 달러(약 10조9000억원)로 70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 2월 8단 HBM3E 양산을 시작하고, 12단 HBM3E 샘플링 작업도 돌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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