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씨반가 진주식 육전 물냉면·비빔냉면’ 제품 패키지. 사진=김성준 기자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점심으로 시원한 메뉴를 찾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여름철 별미라면 냉면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외식 물가가 무섭게 뛰면서 냉면 가격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점은 메뉴 선택을 고민스럽게 합니다. 서울에서는 냉면 가격이 1만2000원에 육박할 정도죠. 자연스럽게 비교적 저렴한 간편식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식품업체에서는 이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냉면 가정간편식 제품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는데요. 간편식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여름 면 시장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입니다. 아워홈도 여름을 앞두고 ‘프리미엄 냉면’을 새로운 무기로 꺼내 들었습니다. ‘구씨반가 진주식 육전 물냉면·비빔냉면’ 2종입니다.
◆프리미엄 표방 ‘구씨반가’ 첫 면 제품…구성물은 ‘무난’
‘구씨반가 진주식 육전 물냉면·비빔냉면’ 제품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
‘구씨반가’는 아워홈이 지난해 론칭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입니다. 경남 진주 구씨가문 전통 음식을 간편식으로 구현하자는 구자학 아워홈 선대회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죠. 차별화된 기본 육수를 앞세워 국·탕·찌개 등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왔습니다. 최근 김치 카테고리를 추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면 카테고리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진주식 육전 물냉면·비빔냉면’은 기존 구씨반가 브랜드와 동일한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양반가 기와집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바탕 배경은 어딘가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죠. 보통 냉면 간편식 제품들이 물냉면은 푸른색, 비빔냉면은 붉은색 바탕을 사용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아워홈 제품은 메뉴 이름에만 살짝 포인트를 준 정도입니다.
구성품은 꽤 다양합니다. 면 사리, 초절임무, 소고기 육전을 기본 구성으로 물냉면에는 냉면육수와 식초소스가, 비빔냉면에는 비빔소스와 참기름이 포함됐습니다. 구성품을 늘어놓으면 번잡해 보이지만 조리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냉면육수와 비빔소스, 초절임무를 상온에서 미리 해동한 다음, 냉동상태의 면과 육전을 각각 끓는 물에 삶고 봉지째 중탕하면 됩니다. 면을 찬물에 헹구고 조리된 육전을 썰어 초절임무와 함께 고명으로 올리면 그럴싸한 냉면이 완성됩니다.
◆인상적인 면발, 무난한 육수와 소스, 아쉬움 남는 육전
조리를 마친 ‘구씨반가 진주식 육전 물냉면·비빔냉면’. 사진=김성준 기자
물냉면은 겉으로 보기엔 다른 제품과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 보이지만, 맛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해산물과 사골을 우려낸 육수 덕분에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신맛은 동봉된 식초를 다 넣어도 크게 튀지는 않을 정도였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맛이지만, 대중적인 물냉면 맛을 기대했다면 조금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비빔냉면은 점도가 상당히 낮은 비빔소스가 눈길을 끕니다. 양념장이라기보다는 액상 소스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별다른 특별함은 없었지만 단맛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맵기는 비빔 라면보다 조금 덜 매운 정도로 약한 편입니다.
두 제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면이었는데요. 쫄깃하면서도 질기지는 않은 탄력 있는 면발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면을 직접 뽑아 사용하는 냉면 전문점을 제외하면, 빈말이 아니라 ‘외식 메뉴 못지않은’ 면발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육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옅은 짭짤함이 깃든 담백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인데, 중탕 조리로는 겉이 너무 눅눅하게 느껴졌습니다. 면과 곁들여 먹으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번거롭더라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굽는 편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두배 가격엔 “글쎄”…제품도 판매처도 대안 많아
냉동 제품 포장은 꼼꼼한 편이지만, 소비자에겐 일반 택배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오진 않는다. 사진=김성준 기자
전반적으로 크게 부족한 점 없이 무난한 냉면이지만, ‘프리미엄’에 걸맞은 특별함을 찾긴 어려웠습니다. 냉면 가정간편식이 대게 2인분 기준 7000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구씨반가’ 냉면은 아워홈몰 기준 5%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 1만3280원입니다. 기존 아워홈 냉면이나 국수 제품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가격이죠. 육전 등 고명이 좀 더 풍성한 편이지만, 그만큼의 값어치인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제품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는 편입니다. 대중적인 냉면에 익숙한 소비자라면 다소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인 데다, 현재 유일한 판매처인 아워홈몰도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제품을 일반 택배로 받아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에 언제 올지 모를 냉동식품을 기다리는 건 그 자체로 신경 쓰이는 일이죠. 도착 보장 서비스나 신선식품 새벽 배송이 대중화된 상황에서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도 판매처도 대안이 너무 많습니다. 당장은 소비자에게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로 고려되긴 어려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