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 SK에코플랜트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자료=SK에코플랜트) 주요 건설사에서 올해 재신임을 받은 수장들이 얼마가지 않아 사임 혹은 경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와 물가상승 등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 속에 건설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더라도 강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거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연내 임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사내 이사 및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아직 임시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의 갑작스런 새 대표이사 내정은 박경일 현 대표이사의 자진 사임 의사에 따른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월 장동현 SK㈜ 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기존 박경일 대표와 '투 톱' 체제 구성을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으나 재신임을 받으면서 2027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안재현 전 대표가 물러난 뒤 환경사업 확장의 키를 이어 받았다. 이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전 삼강엠앤티)를 인수합병하고 말레이시아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어센트엘리먼츠 지분 인수 등을 진행하며 글로벌 환경기업 위상을 구축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2% 늘어난 8조92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들인 환경사업 전체 매출은 1조3569억원으로 첫 조단위 매출이 나왔다. 다만 친환경 사업 확대에 따른 반대급부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년에는 부채비율이 572.93%에 달했다.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및 안정화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5.4%로 지난해 말 대비 8.6%포인트(p)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인사로 대표 자리를 채우는 것도 재무건전성 회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 대표로 내정된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공개(IPO) 추진에 핵심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인수한 업체에 대한 매각 가능성도 관측된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그룹과 관련한 '본격화되는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룹 내 각 계열사별로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자본조달 등 각 계열사의 역량에 따라 재무건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이사. (자료=신세계그룹) ■ 재무구조 회복 절실한 신세계건설…'건설통'에서 '재무통'으로 교체 재무구조 회복 필요성에 수장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건설도 정두영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지난 5월 허병훈 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전 대표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재선임됐다. 3년의 임기가 다시 주어지면서 그간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였으나 그룹 쇄신 인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1조50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878억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적자로 손실폭도 1204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확대했다. 미분양 사업장 관련 손실 인식이 본격화 되면서다. 신세계건설은 대구 사업장 중심으로 주택 사업을 확장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정기평가를 통해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추고 수시평가를 통한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강등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은 좋지 못했다. 매출액은 17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313억원을 기록했다.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자료=DL이앤씨) ■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DL이앤씨, 신사업 전문가 섭외 DL이앤씨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을 교체했다.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던 마창민 대표를 올해 3월에 재선임했으나 곧바로 다음달에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서 전 전무는 이후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DL이앤씨는 2021년 말 이후로 매년 90% 수준의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순현금은 1조2506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1896억원이 늘었다. 재무구조 개선이 급하지 않으나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7조9945억원, 영업이익은 3312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33.4% 급감했다. DL이앤씨도 서 대표를 선임 배경을 놓고 '신사업'을 첫 키워드로 놓았다. 서 대표는 홈뷰티기기, 식물재배기 등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선보인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신사업 발굴에 적임자라는 게 DL이앤씨의 평가다. 서 대표를 중심으로 DL이앤씨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발굴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및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신성장 동력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기존 수장의 임기 완주를 지켜보는 대신에 수장 교체에 나서는 배경에는 업계 위기감이 내외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탓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 수는 152개로 전년 동기 대비 36.93%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먹거리 확보에도 신중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표적 먹거리인 주거용 건축(주택)사업 수주액은 10조9592억원으로 2014년 2분기(10조4016억원)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미래 시장 대비와 더불어 어려운 업황으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 및 신사업 추진을 동시에 해야한다"면서 "최근 주요 건설사 일부가 기존 대표에 대한 재선임을 하고도 곧바로 교체하는 사례가 있는데 건설업계가 그만큼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인사철도 아닌데…재신임 받고도 교체되는 건설업계 수장들

SK에코플랜트, 장동현 부회장 이어 김형근 SK E&S 새 각자 대표로 내정
신세계건설·DL이앤씨 이어 기존 대표 재선임 이후로도 교체 사례
업황 부진 속에 리스크 관리 및 새 먹거리 발굴 필요성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5.29 13:46 | 최종 수정 2024.05.29 14:17 의견 0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신임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자료=SK에코플랜트)

주요 건설사에서 올해 재신임을 받은 수장들이 얼마가지 않아 사임 혹은 경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와 물가상승 등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 속에 건설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더라도 강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거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연내 임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사내 이사 및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아직 임시주주총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의 갑작스런 새 대표이사 내정은 박경일 현 대표이사의 자진 사임 의사에 따른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1월 장동현 SK㈜ 부회장을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기존 박경일 대표와 '투 톱' 체제 구성을 마무리했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으나 재신임을 받으면서 2027년 3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안재현 전 대표가 물러난 뒤 환경사업 확장의 키를 이어 받았다. 이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 SK오션플랜트(전 삼강엠앤티)를 인수합병하고 말레이시아 종합환경기업 센바이로,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기업 어센트엘리먼츠 지분 인수 등을 진행하며 글로벌 환경기업 위상을 구축했다.

이 같은 사업 확장을 통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8.2% 늘어난 8조925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공들인 환경사업 전체 매출은 1조3569억원으로 첫 조단위 매출이 나왔다.

다만 친환경 사업 확대에 따른 반대급부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1년에는 부채비율이 572.93%에 달했다.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 및 안정화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45.4%로 지난해 말 대비 8.6%포인트(p)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인사로 대표 자리를 채우는 것도 재무건전성 회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새 대표로 내정된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공개(IPO) 추진에 핵심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인수한 업체에 대한 매각 가능성도 관측된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그룹과 관련한 '본격화되는 사업포트폴리오 재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룹 내 각 계열사별로 재무구조 개선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면서 "자산 및 사업부 매각, 자본조달 등 각 계열사의 역량에 따라 재무건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병훈 신세계건설 건설부문 대표이사. (자료=신세계그룹)

■ 재무구조 회복 절실한 신세계건설…'건설통'에서 '재무통'으로 교체

재무구조 회복 필요성에 수장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건설도 정두영 대표이사를 경질하고 지난 5월 허병훈 전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 전 대표는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됐으나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재선임됐다. 3년의 임기가 다시 주어지면서 그간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였으나 그룹 쇄신 인사 대상으로 지목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1조5026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878억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적자로 손실폭도 1204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확대했다. 미분양 사업장 관련 손실 인식이 본격화 되면서다.

신세계건설은 대구 사업장 중심으로 주택 사업을 확장했으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3월에는 한국신용평가가 정기평가를 통해 신세계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추고 수시평가를 통한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2'에서 'A2-'로 강등했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은 좋지 못했다. 매출액은 17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313억원을 기록했다.

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자료=DL이앤씨)

■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DL이앤씨, 신사업 전문가 섭외

DL이앤씨는 안정적인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을 교체했다. 2021년부터 회사를 이끌던 마창민 대표를 올해 3월에 재선임했으나 곧바로 다음달에 서영재 전 LG전자 전무를 새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서 전 전무는 이후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DL이앤씨는 2021년 말 이후로 매년 90% 수준의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순현금은 1조2506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1896억원이 늘었다.

재무구조 개선이 급하지 않으나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새 먹거리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DL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7조9945억원, 영업이익은 3312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33.4% 급감했다.

DL이앤씨도 서 대표를 선임 배경을 놓고 '신사업'을 첫 키워드로 놓았다. 서 대표는 홈뷰티기기, 식물재배기 등 신개념 가전을 시장에 선보인 이력이 있다. 이에 따라 미래 신사업 발굴에 적임자라는 게 DL이앤씨의 평가다.

서 대표를 중심으로 DL이앤씨는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과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발굴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및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신성장 동력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기존 수장의 임기 완주를 지켜보는 대신에 수장 교체에 나서는 배경에는 업계 위기감이 내외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탓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 수는 152개로 전년 동기 대비 36.93% 증가했다.

건설사들은 먹거리 확보에도 신중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대표적 먹거리인 주거용 건축(주택)사업 수주액은 10조9592억원으로 2014년 2분기(10조4016억원) 이후 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미래 시장 대비와 더불어 어려운 업황으로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 및 신사업 추진을 동시에 해야한다"면서 "최근 주요 건설사 일부가 기존 대표에 대한 재선임을 하고도 곧바로 교체하는 사례가 있는데 건설업계가 그만큼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