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제안 압구정2구역 중앙정원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찬성 90%" "평형 배정은 불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시장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지난 27일 총 사업비 2조7488억원에 달하는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현대건설이 최종 선정되면서 한강변을 대표할 초고층 프리미엄 주거단지 탄생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날 조합원 1431명 중 1286명으로 찬성률은 약 90%에 이른다. 압도적 찬성 속에 압구정 일대 첫 시공사 선정 사례로 기록됐다. 이를 통해 강남권 재건축 구도와 서울 고급 주택 시장 전체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조합원 중에서는 평형 배정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업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남았다.

■ 2조7000억 초대형 사업, 한강 랜드마크 첫 단추

현대건설이 재건축 시공사로 뽑힌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은 1980년대 지어진 1924가구를 최고 65층, 2571가구의 초고층 단지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 수준. 한국 재건축 시장에서도 초대형 사업으로 손꼽힌다.

현대건설은 두 차례 제안서 제출, 단독 입찰 과정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조합과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 압구정2구역 시공권은 강남권 내 최대 초고급 단지 한강 랜드마크 조성의 첫 단추로, 향후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 분담금·평형 갈등은 과제

이번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었다. 최근 몇 년간 공사비와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압구정2구역 일부 평형은 예상 분담금이 100억원을 넘는다는 전망이 나오고, 펜트하우스의 경우 200억원을 초과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입주 후 최장 4년 분담금 납부 유예, 우대 대출, 금융 컨설팅 등을 내세워 표심을 끌어냈다. 여기에 한강 조망 극대화, 고급 커뮤니티 특화, 친환경·스마트 기술 적용 등 초고급 설계안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확보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조합 내부에서는 평형 배정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50평대 소유주 일부는 전용면적 감소율이 크고 비례율이 낮아 추가 분담금이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형 배정 관련해서 조합원 간 이해관계 충돌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 법무법인을 통해서 내용증명도 오간 것으로 안다"고 했다.

■ '압구정 현대' 브랜드 확장…3구역 불확실성은 변수

조합 내 분담금·평형 갈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현대건설은 압구정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압구정2구역 시공권 확보를 기점으로 압구정3·4구역까지 확장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4구역은 올해 하반기 입찰공고가 예정돼 있고 내년 초 총회를 통해 시공사가 가려질 전망이다. 계획상 최고 70층, 1664가구 규모로 변모하는 이 구역에는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대형 건설사가 경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압구정 4구역 수주전은 브랜드 각축전의 본격 무대가 될 것"이라고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압구정지구 최대 규모인 3구역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약 5000가구, 사업비 7조원대의 초대형 사업임에도 일부 토지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서울시 명의로 동시 등기돼 있어 지분 정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1970~80년대 행정 오류와 등기 제도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조합은 법적 소송을 통한 소유권 이전을 준비 중이다.

사업성 측면에서 3구역은 기존 신통기획안보다 층수를 20층 높이고 가구 수를 700가구 줄이는 계획을 내세웠다. 하지만 지분 정리와 소송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관리처분 인가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조합원 재산권 침해 문제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최근 신반포 등 유사 재건축 단지 소송 사례를 볼 때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번 압구정2구역 수주로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 8조2845억원을 기록하며 삼성물산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지만, 향후 3·4구역의 향배와 변수 관리가 압구정 재건축 성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