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건설업계의 '인사 칼바람'은 올해 5월까지도 계속됐다.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 가릴 것 없이 임원 교체와 대표의 경질이 빈번했다. 송연한 칼바람에도 무풍지대는 있었다. 바로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했다. 주택사업 전문가'인 윤 대표의 업적은 뚜렷하다. 부동산 호황기에 늘린 국내 주택 수주가 회사의 압도적인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사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기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주택통' 윤 대표에게 다시 키를 맡겼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건설) ■ 역성장 위기 벗어나 폭발적인 성장…주택사업 성과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의 성과는 확실했다. 윤 대표가 부임하기 직전해였던 2020년 현대건설은 16조9709억의 연간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2021년 연간 매출(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8조665억원의 매출로 곧장 반등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1조2391억원, 29조6514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그렸다. 윤 대표의 공격적인 도시정비사업 확장이 통했다. 현대건설은 윤 대표 부임 이전에도 2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1위 자리에 올랐고 윤 대표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3년 연속 수주 1위 타이틀을 지켰다. 특히 윤 대표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2022년에 도시정비 수주만 9조3395억원을 쌓으면서 국내 수주 실적에 새 역사를 썼다. 탄탄한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한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은 전체 매출에 기여도가 높다. 현대건설의 건축/주택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19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64.9%의 비중을 차지한다. 왼쪽부터 홀텍社 크리스 싱 CEO,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협력 계약(Teaming Agreement) 서명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건설) ■ 글로벌 기업과 '원전 어벤져스' 구성…원전 공략으로 수주 성과 기대감 현대건설이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사업 전문가인 윤영준 사장을 다시 한번 대표이사로 선임한 배경에는 '원전 로드맵' 구상에 있다. 윤 대표는 주택 사업 공략 속에서도 해외 영토 확장 및 신사업 발굴에 힘썼다. 그 중에서도 공들이고 있는 사업은 바로 원전 분야다. 유럽연합(EU)듲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통해 원전을 방폐장 건설을 전제조건으로하는 탄소 중립 실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다. 원전 시장 확대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더불어 영국은 올해 초 '민간원자력 로드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24GW(기가와트)로 늘리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25%로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이 글로벌 주류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시점.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 건 새 먹거리가 필요한 건설사 입장에서 반가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다만 탈(脫)원전 시기를 거치면서 국내 원전 기술 및 관련 네트워크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의 규모는 2035년까지 65~85GW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관련 기술 확보도 쉽지 않다. 윤 대표는 이에 지난 2022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같은 해에는 SMR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 원전 전문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팀 홀텍'으로 글로벌 SMR 사업 공략에 시동을 건 뒤 올해 3월에는 영국의 발포어 비티, 모트 맥도널드와는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경쟁 공동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원전 어벤져스'의 탄생이다. 발포어 비티는 '힝클리 포인트 C원자력 발전소'를 진행 중이며 영국 내 철도, 공공 및 민간 인프라에 다양한 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지 건설 관련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파트너인 셈이다. 모트 맥도널드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원전 건설 관련 업력이 60년을 넘어섰다. 영국을 포함해 주요 유럽 국가의 언전 사업에 리스크·예산 관리와 원자로 설계의 안전성 평가 시스템 등을 적용 중이다. 또 전문적인 원자력 수명주기 연장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미국 웨스팅 하우스와 협업을 통해 내년 본격적인 시공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는 한수원과 함께 진행할 루마니아 원전 개선사업도 장기적인 업사이드 포텐셜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제7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건설) ■ '봉산개도 우수가교' 고사성어 인용한 윤영준 대표…'현대 DNA' 발전적 계승 목표 다만 국내 건설업계의 원전 사업 확대 성과 가능성을 놓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만 놓고보면 분명히 국내 건설사보다 기술적인 우위를 갖춘 글로벌 건설사가 많다"면서 "기술력 외에도 현지 규제와 같은 어려움이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주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문제의 심화와 글로벌 고금리 환경 등 글로벌 건설 리더의 위상을 한번 더 높이기에는 장애물이 즐비한 상황이다. 지난달 창립 77주년을 맞아 공개한 현대건설의 '해리티지 캠페인' 관련 영상은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대건설의 시초"라는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의 말로 시작한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마주치면 다리를 세우라'(逢山開道 遇水架橋)는 고사성어로 신년을 맞은 윤 대표다. 정주영 창업주가 내세운 '현대 DNA'를 이어받고 이를 발전시키겠다는 윤 대표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의 전략과 철학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CEO열전]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현대 DNA' 발전적 계승 가능할까

압도적 주택사업 성과 속 재신임
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으로 녹색 미래 그린다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6.05 13:48 의견 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건설업계의 '인사 칼바람'은 올해 5월까지도 계속됐다.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 가릴 것 없이 임원 교체와 대표의 경질이 빈번했다. 송연한 칼바람에도 무풍지대는 있었다. 바로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했다. 주택사업 전문가'인 윤 대표의 업적은 뚜렷하다. 부동산 호황기에 늘린 국내 주택 수주가 회사의 압도적인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그런데 바람의 흐름이 바뀌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사업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기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은 '주택통' 윤 대표에게 다시 키를 맡겼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사진=현대건설)

■ 역성장 위기 벗어나 폭발적인 성장…주택사업 성과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의 성과는 확실했다. 윤 대표가 부임하기 직전해였던 2020년 현대건설은 16조9709억의 연간 매출(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2021년 연간 매출(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18조665억원의 매출로 곧장 반등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1조2391억원, 29조6514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그렸다.

윤 대표의 공격적인 도시정비사업 확장이 통했다. 현대건설은 윤 대표 부임 이전에도 2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1위 자리에 올랐고 윤 대표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3년 연속 수주 1위 타이틀을 지켰다. 특히 윤 대표 체제에서 현대건설은 2022년에 도시정비 수주만 9조3395억원을 쌓으면서 국내 수주 실적에 새 역사를 썼다.

탄탄한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한 현대건설의 주택사업은 전체 매출에 기여도가 높다. 현대건설의 건축/주택 사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19조7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64.9%의 비중을 차지한다.

왼쪽부터 홀텍社 크리스 싱 CEO, 현대건설 윤영준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 협력 계약(Teaming Agreement) 서명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건설)

■ 글로벌 기업과 '원전 어벤져스' 구성…원전 공략으로 수주 성과 기대감

현대건설이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택사업 전문가인 윤영준 사장을 다시 한번 대표이사로 선임한 배경에는 '원전 로드맵' 구상에 있다.

윤 대표는 주택 사업 공략 속에서도 해외 영토 확장 및 신사업 발굴에 힘썼다. 그 중에서도 공들이고 있는 사업은 바로 원전 분야다.

유럽연합(EU)듲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를 통해 원전을 방폐장 건설을 전제조건으로하는 탄소 중립 실현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했다. 원전 시장 확대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더불어 영국은 올해 초 '민간원자력 로드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24GW(기가와트)로 늘리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25%로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ESG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이 글로벌 주류 흐름으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시점.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 건 새 먹거리가 필요한 건설사 입장에서 반가울 수 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다만 탈(脫)원전 시기를 거치면서 국내 원전 기술 및 관련 네트워크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의 규모는 2035년까지 65~85GW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관련 기술 확보도 쉽지 않다.

윤 대표는 이에 지난 2022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손을 잡았고 같은 해에는 SMR 시장 진출을 목표로 미국 원전 전문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팀 홀텍'으로 글로벌 SMR 사업 공략에 시동을 건 뒤 올해 3월에는 영국의 발포어 비티, 모트 맥도널드와는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경쟁 공동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른바 '원전 어벤져스'의 탄생이다.

발포어 비티는 '힝클리 포인트 C원자력 발전소'를 진행 중이며 영국 내 철도, 공공 및 민간 인프라에 다양한 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지 건설 관련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파트너인 셈이다.

모트 맥도널드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원전 건설 관련 업력이 60년을 넘어섰다. 영국을 포함해 주요 유럽 국가의 언전 사업에 리스크·예산 관리와 원자로 설계의 안전성 평가 시스템 등을 적용 중이다. 또 전문적인 원자력 수명주기 연장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의 원전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김세련 LS증권 연구원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은 미국 웨스팅 하우스와 협업을 통해 내년 본격적인 시공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는 한수원과 함께 진행할 루마니아 원전 개선사업도 장기적인 업사이드 포텐셜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제7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료=현대건설)

■ '봉산개도 우수가교' 고사성어 인용한 윤영준 대표…'현대 DNA' 발전적 계승 목표

다만 국내 건설업계의 원전 사업 확대 성과 가능성을 놓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만 놓고보면 분명히 국내 건설사보다 기술적인 우위를 갖춘 글로벌 건설사가 많다"면서 "기술력 외에도 현지 규제와 같은 어려움이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주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문제의 심화와 글로벌 고금리 환경 등 글로벌 건설 리더의 위상을 한번 더 높이기에는 장애물이 즐비한 상황이다.

지난달 창립 77주년을 맞아 공개한 현대건설의 '해리티지 캠페인' 관련 영상은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대건설의 시초"라는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의 말로 시작한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마주치면 다리를 세우라'(逢山開道 遇水架橋)는 고사성어로 신년을 맞은 윤 대표다. 정주영 창업주가 내세운 '현대 DNA'를 이어받고 이를 발전시키겠다는 윤 대표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의 전략과 철학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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