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3.27(자료=연합뉴스) 금융당국이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늦추기로 발표한 것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상황 인식은 금리 향방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당국은 “현재 서민·자영업자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되는 상황, 6월 말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감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 자금이 풀려야 할 상황에서 그에 역행하는 조치가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영업자 지원과 부동산 PF 연착륙 두 가지를 들었지만 방점은 후자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웬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발표한 정책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므로 더 급박한 것은 부동산 PF 쪽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경기를 위축시킨다. 경기가 위축돼 물가가 잡히면 다시 금리 인하가 고려된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이 사이클에서 예외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지만 가격은 다시 오를 낌새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바로 적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부동산 PF 문제 해결은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가 만성질환이라면 부동산 PF는 동맥경화”라고 비유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 전공)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0년대 평균 3만4000채인데 2022년과 2023년 각각 1만 채쯤 미달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5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7주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고, 매매가격 역시 13주 연속 상승세”라고 발표했다. 공급 부족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르고,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을 부르는 형국이다. 난국을 타개하려면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서줘야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미 부동산 PF에 물려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까지 사태를 관망하던 정부가 올해 들어 부동산 PF 연착륙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부동산 PF라는 동맥경화를 뚫어줘야 부동산 공급이 활성화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는 여건인 것. 다만, 6개월이나 1년이 아닌 2개월만 시행을 늦추기로 한 것은 가계부채 감소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현재 부동산 PF 전수조사를 통해 사업성 평가에 돌입한 상황이다. 2개월 동안 살릴 현장은 확실히 살리고, 죽일 현장은 빠르게 정리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계획대로 부동산 PF 연착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당국으로서는 시장 정상화의 최소 요건을 확보하게 된다. 장기간의 고금리로 경제주체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만 확인된다면 금리 인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기대와 달리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연출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금리 인하 등 정상화 프로세스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금리 인하를 단행한 나라는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 3국이다. 미국은 올 하반기 1회 인하를 예고한 상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기대했다. 부동산 PF라는 큰 걸림돌이 치워지는 시점에 금리 인하까지 단행되는 그림은 당국으로서는 금상첨화인 시나리오다. 다만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부동산 PF' 문제는 선결 조건이라는 점이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제도의 연착륙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3단계 시행 시기는 제도의 안착 추이 등을 봐가며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대출한도 산정 시 적용되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는 0.75%다. 예를 들어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는 3억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약 30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스트레스 DSR' 늦췄다...금리인하도 빨라질까

부동산PF 연착륙 위해 2단계 시행 두 달 늦춰
"가계부채는 만성질환...부동산PF는 동맥경화"
부동산시장 이상 기류...당국의 금상첨화 시나리오는?

최중혁 기자 승인 2024.06.25 13:37 | 최종 수정 2024.06.25 14:26 의견 0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3.27(자료=연합뉴스)


금융당국이 25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늦추기로 발표한 것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경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상황 인식은 금리 향방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당국은 “현재 서민·자영업자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되는 상황, 6월 말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감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 자금이 풀려야 할 상황에서 그에 역행하는 조치가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영업자 지원과 부동산 PF 연착륙 두 가지를 들었지만 방점은 후자에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웬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발표한 정책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므로 더 급박한 것은 부동산 PF 쪽이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려 경기를 위축시킨다. 경기가 위축돼 물가가 잡히면 다시 금리 인하가 고려된다. 지금이 딱 그 시점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이 사이클에서 예외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지만 가격은 다시 오를 낌새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바로 적용하는 것이 맞겠지만 부동산 PF 문제 해결은 더 시급한 상황”이라며 “가계부채가 만성질환이라면 부동산 PF는 동맥경화”라고 비유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 전공)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10년대 평균 3만4000채인데 2022년과 2023년 각각 1만 채쯤 미달했고, 올해와 내년에도 상황은 비슷할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5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57주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고, 매매가격 역시 13주 연속 상승세”라고 발표했다. 공급 부족이 전세가격 상승을 부르고,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을 부르는 형국이다.

난국을 타개하려면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서줘야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미 부동산 PF에 물려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해까지 사태를 관망하던 정부가 올해 들어 부동산 PF 연착륙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배경이다. 부동산 PF라는 동맥경화를 뚫어줘야 부동산 공급이 활성화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는 여건인 것.

다만, 6개월이나 1년이 아닌 2개월만 시행을 늦추기로 한 것은 가계부채 감소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현재 부동산 PF 전수조사를 통해 사업성 평가에 돌입한 상황이다. 2개월 동안 살릴 현장은 확실히 살리고, 죽일 현장은 빠르게 정리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계획대로 부동산 PF 연착륙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당국으로서는 시장 정상화의 최소 요건을 확보하게 된다. 장기간의 고금리로 경제주체들이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물가 안정만 확인된다면 금리 인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다만, 기대와 달리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연출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금리 인하 등 정상화 프로세스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금리 인하를 단행한 나라는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 3국이다. 미국은 올 하반기 1회 인하를 예고한 상태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기대했다.

부동산 PF라는 큰 걸림돌이 치워지는 시점에 금리 인하까지 단행되는 그림은 당국으로서는 금상첨화인 시나리오다. 다만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람이 현실이 되려면 '부동산 PF' 문제는 선결 조건이라는 점이다.

금융위는 “스트레스 DSR 2단계를 9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제도의 연착륙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3단계 시행 시기는 제도의 안착 추이 등을 봐가며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금리상승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DSR 산정시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대출한도 산정 시 적용되는 기본 스트레스 금리는 0.75%다. 예를 들어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한도는 3억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약 3000만원 줄어들게 된다.

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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