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 1억원 이상 보유자 8만명. 10억원 이상 보유자 2500명.
-금융정보분석원(FIU)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미래에는 비트코인 소유 여부로 부의 계층이 나뉠 것", "지금이 비트코인 소유할 마지막 기회".
비트코인 예찬론자들은 말합니다.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보는 시각에선 지금이 '최저가'라고. 낙관론자들에 따르면, 지난 4월 네번째 반감기를 맞은 비트코인은 18개월 후인 2025년 8월 말~9월 초부터 별의 순간이 옵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영영, 비트코인은 손에 넣을 수 없는 '투더문'(To the Moon : 코인 가격이 날아가는 은유적 표현)으로 가버립니다.
■ 반감기 중간에 둔 상승 패턴
비트코인 반감기란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코드화된 이벤트입니다. 4년에 한번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조로 알고리즘이 짜여져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분석기업 10x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12년, 2016년, 2020년 세 번의 반감기 종료 후 1년 내 급등세를 보여왔습니다. 2020년 5월 마지막 반감기 당시 8602달러였던 비트코인은 1년 뒤 5만6705달러로 약 7배가 껑충 뛰었는데요. 2016년 7월 반감기 이후 1년 사이에는 4배가 올랐고, 2012년 11월 첫 반감기 이후 1년은 약 80배의 폭등기였습니다. 이런 패턴으로 인해 낙관론자들은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는 암호화폐 전문가들로부터 확산됐는데요. 암호화폐 트레이더 피터 브렌트는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반감기가 강세장 시작과 정점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합니다. 자신의 대칭 산술식에 따르면 다음 강세장 사이클 고점은 2025년 8월 말이나 9월 초입니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SNS에서 "반감기 날짜는 과거 강세장 사이클에서 거의 완벽한 대칭을 보였다"며 "2025년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에 비트코인이 13만달러에서 15만달러 사이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투더문'까지 가기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스트레스 테스트' 기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채굴 보상이 줄어드는 데 따른 일부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기간인데요. 올해 반감기에는 미국의 기준 금리 동결 및 마운트곡스 상환 압박 등에 맞물려 가격이 밀리면서 비트코인 투더문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중 오를쪽 귀를 관통하는 총격을 당했다. (사진=연합뉴스(AP))
■ 인간 밈코인 트럼프
한동안 꺾이는 듯 싶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돌발 변수로 흐름을 상승쪽으로 틀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유세 도중 총기 테러를 당하면서 비트코인 시세도 상승 전환한 것인데요.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비트코인 신봉자로 포지셔닝하면서 재선에 성공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스스로 '가상화폐 대통령'(crypto president)이라고 지칭하며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비트코인 채굴이 CBDC에 대항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언급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총격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연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16일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6.24% 상승한 6만4647달러(약 8900만원) 수준입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 뿐 아니라, 밈코인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한데요. 총기 테러 이후 트럼프 관련 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밈코인들도 일제히 폭등했습니다.
토큰포스트에 따르면 기존 228달러 수준이었던 '트럼프 NFT 트레이딩카드'는 총기 테러 이후, 502달러까지 오르는 등 2.2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를 모티프 삼아 만들어진 밈코인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또한 이날 일간 차트에서 40% 이상 급등했다고 토큰포스트는 전합니다.
물론 트럼프를 믿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 "달러가 유일한 글로벌 통화"라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며, 매우 변동성이 크고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갈한 전력이 있는데요. 그가 돌연 비트코인 옹호자로 돌아선 이유는 가상화폐로 대단위의 후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라는 가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비트코인 사랑은 대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암호화폐 혐오자'로 낙인 찍으며 각을 세웠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총격 사건에도 불구, 상승 기세를 몰아 오는 25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개최하는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비트가 발간하는 ‘캐디 리포트’는 지난 14일 “트럼프와 바이든 두 명의 대통령 후보가 가상자산 관련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만큼 미국 대선은 가상자산 업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이벤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현재 비트코인 상승세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압승할 분위기로 바뀌면서 긍정적인 요인이 반영되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을 규제 틀에 넣고 법을 정비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는 있지만 이외에 특별한 플러스 요소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어 "향후 큰 악재가 없다면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김두관, 김지수 후보.(자료=연합)
■ 세금 유예 청신호
정부와 국회가 2025년으로 예정된 금융투자소득세 및 가상자산 기타소득세를 완화 또는 연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깁니다.
지난 1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출마회견에서 2025년으로 예정된 금투세 시행 연기를 시사했습니다. 정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 온 터라 실제로 도입이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금투세가 연기되거나 폐지된다면 가상자산의 과세 또한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투세가 연기된다면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 전언입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부터 본격 논의돼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2020년 소득세법을 개정해 가상자산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입법하고 2022년부터 과세할 계획이었는데요. 다만 과세 인프라 미비와 투자자 반발 등을 이유로 2023년 1월로 시행 시기를 유예했고,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한차례 더 유예하면서 2025년으로 시행 시기를 미뤄놓은 상태입니다.
만약 당초대로 과세가 추진된다면 소득세법에 따라 250만원을 넘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합니다. 가상자산 투자로 1년 간 이익 1000만원을 남길 경우, 250만원의 초과분인 750만원에 대해서는 22%인 165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죠.
비트코인 ETF 승인에도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비트코인 ETF 현물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의원실 측에 따르면 ETF 승인은 사회적 컨센서스를 조성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나,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ETF에 법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개인도 허용할 것이지 여부 등을 최대한 빨리 논의할 것"이라면서 "사회 컨센서스를 충분히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 그렇다면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이 꿈틀대면서 알트코인들도 영향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이더리움이나 솔라나와 같은 소위 '상위권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반영하는데요, 이더리움의 경우 현물 ETF 출시라는 개별 서사도 갖고 있어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합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암호화폐 대장 타이틀을 꿰찰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1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수익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시장 조사업체 카이코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거래소 내 이더리움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물 ETF가 출시되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수요가 이더리움 가격을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이더리움 강세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거래소 신퓨처스의 최고경영자 레이철 린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탭니다. "이더리움 현물 EFT가 출시될 경우 더 큰 폭의 상승랠리가 발생할 것이다. 이더리움이 이번 강세장 사이클에서 향후 2만25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고.
한편 소위 김치코인이라고 불리는 K코인들도 국내 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고군분투 중입니다. 업계에선 K코인들이 일종의 미션들을 증명해 내면 상승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달리 말하면 개별 서사를 갖추지 못하면 비트코인 상승세에 얹혀가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고팍스 관계자는 "어떤 투자 전략을 말씀드리기보단 대장주 위주로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며 "투자 방법은 적립식이 그래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제안합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의 커플링(동조화)은 이미 깨져 알트코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 귀울일만 합니다. 모든 코인은 대장주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어 추이를 잘 보고 투자 판단을 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인 발행 시 공개하는 백서 등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시황 등을 두루 참고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다만 "이전에는 알트코인 가격을 올리는 소위 김치(한국) 세력이 있어서 가격을 견인했지만 이제는 김치 세력이 사라졌다. 알트코인 관련한 투자 전략은 없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