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을 성장시켜준 산업군들의 정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새로운 미래 기술들의 등장하면서 산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 자국 이기주의, 기후위기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외생변수들이 많은 시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이기는 하지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안개로 덮인 도화지에 성장동력을 그려 나가고 있다.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HBM3E'.(사진=SK하이닉스) 보릿고개를 넘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를 선점하며 AI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개발 및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메모리 1위지만 HBM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과 함께 포스트 HBM으로 주목받고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6세대 HBM4 신경전…삼성, 4나노 기술 적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타이틀을 가졌던 삼성전자는 AI용 반도체로 잘 알려진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두 회사는 이제 차세대 HBM4를 놓고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양사는 6세대 HBM4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을 조기에 달성해 SK하이닉스로부터 HBM 세계 1위 명성을 뺏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반도체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는 유창식 삼성전자 D램 개발실 선행개발팀장(부사장)이 HBM4 개발 관련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이 늦어진 사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에 성공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에 출시하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HBM4를 탑재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2025년에는 엔비디아 HBM4 수주처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4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내놓을 HBM4의 로직다이 제작에 최첨단 4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간 업계는 7~8nm 공정으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고도화된 공정이다. 로직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이다. 이는 D램을 움직이는 두뇌의 역할을 한다. 4nm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의 핵심 공정으로, 이를 통해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의 핵심칩인 ‘엑시노스 2400’를 제조하기도 했다. 나노미터 숫자가 낮을수록 웨이퍼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비용은 비싸지지만, 연산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사용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도 HBM 왕좌를 지키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HBM4'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5세대인 HBM3E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는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와 TSMC 연합은 삼성전자에 대응하기 위해 HBM4 제작에 당초 계획했던 12nm에 더해 5nm 공정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 15일에는 HBM 경력사원 채용도 진행했다. 이들 경력사원의 업무는 'HBM 로직다이 수율 확보'와 'HBM 테스트’ 등이다. 삼성전자의 CXL 제품.(사진=삼성전자) ■ 포스트 HBM 'CXL' 선점한다…2028년 20조 시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경쟁과 함께 포스트 HBM으로 꼽히는 CXL 시장 선점을 놓고도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CXL로 만회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관련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았으며 CXL 시장이 개화 하면 그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XL 시장은 2022년 약 24억원(170만달러)에서 2028년에는 약 20조원(15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CXL은 서버 시스템 내에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연동하는 인터페이스다. 기존 DDR(Double Data Rate) D램 모듈 규격이 가진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CPU와 GPU, 저장장치마다 구동되는 인터페이스가 달라서 상호 연결 시 지연 현상이 발생하는 등 효율적이지 못했다. CXL은 장치들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일해 D램 자원을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AMD, 엔비디아, 구글,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2019년 결성한 CXL컨소시엄은 2019년 CXL 1.0/1.1 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이어 2020년 2.0, 2022년 3.0, 지난해 11월 가장 최신 표준인 CXL 3.1 표준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업계 최초 CXL 기반 D램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업계 최고 용량 512GB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 등에 성공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CXL 기반 D램인 CMM-D, D램과 낸드를 함께 사용하는 CMM-H(Hybrid), 메모리 풀링 솔루션 CMM-B(Box) 등 다양한 CXL 기반 솔루션을 선보였다. 또 올해 2분기 CXL 2.0을 지원하는 256GB(기가바이트) CMM-D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리눅스 업체 레드햇으로부터 인증 받은 CXL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CXL 관련 제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서버 전 구성 요소를 삼성 메모리 리서치 센터에서 검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CXL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CXL 2.0 E3.S 메모리 확장 솔루션(이하 확장 솔루션)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 ▲컴퓨테이셔널 메모리 솔루션(CMS) 2. 등 3가지 솔루션으로 CXL 메모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CXL컨소시엄이 주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인 ‘CXL 데브콘 2024’에서 CXL 메모리 모듈인 CMM-DDR5의 성능을 시연한 바 있다.

[창간기획] 커지는 AI반도체 시장…"'포스트 HBM' 주도권 잡아라"

6세대 HBM4 놓고 신경전…삼성, 4나노 공정 적용
넥스트 HBM으로 불리는 'CXL' 주도권 위한 개발 집중

백진엽·손기호 기자 승인 2024.07.19 07:00 의견 0

산업계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을 성장시켜준 산업군들의 정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새로운 미래 기술들의 등장하면서 산업계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쟁, 자국 이기주의, 기후위기 등 여느때보다 불투명한 외생변수들이 많은 시대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어렴풋하게 보이는 미래이기는 하지만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안개로 덮인 도화지에 성장동력을 그려 나가고 있다. 뷰어스는 창간 9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그리는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SK하이닉스의 'HBM3E'.(사진=SK하이닉스)


보릿고개를 넘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를 선점하며 AI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SK하이닉스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개발 및 양산에 집중하고 있다. 메모리 1위지만 HBM으로 인해 체면을 구긴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개발과 함께 포스트 HBM으로 주목받고 있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6세대 HBM4 신경전…삼성, 4나노 기술 적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이 시작됐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타이틀을 가졌던 삼성전자는 AI용 반도체로 잘 알려진 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두 회사는 이제 차세대 HBM4를 놓고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양사는 6세대 HBM4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HBM4 개발을 조기에 달성해 SK하이닉스로부터 HBM 세계 1위 명성을 뺏겠다는 각오다.

이와 관련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반도체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는 유창식 삼성전자 D램 개발실 선행개발팀장(부사장)이 HBM4 개발 관련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이 늦어진 사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에 성공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에 출시하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HBM4를 탑재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오는 2025년에는 엔비디아 HBM4 수주처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HBM4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내놓을 HBM4의 로직다이 제작에 최첨단 4나노미터(nm)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간 업계는 7~8nm 공정으로 제작될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고도화된 공정이다.

로직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이다. 이는 D램을 움직이는 두뇌의 역할을 한다. 4nm 파운드리 공정은 삼성전자의 핵심 공정으로, 이를 통해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의 핵심칩인 ‘엑시노스 2400’를 제조하기도 했다.

나노미터 숫자가 낮을수록 웨이퍼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비용은 비싸지지만, 연산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사용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도 HBM 왕좌를 지키기 위한 연합전선 구축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와 손을 잡고 'HBM4'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5세대인 HBM3E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는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와 TSMC 연합은 삼성전자에 대응하기 위해 HBM4 제작에 당초 계획했던 12nm에 더해 5nm 공정도 병행할 예정이다. 지난 15일에는 HBM 경력사원 채용도 진행했다. 이들 경력사원의 업무는 'HBM 로직다이 수율 확보'와 'HBM 테스트’ 등이다.

삼성전자의 CXL 제품.(사진=삼성전자)


■ 포스트 HBM 'CXL' 선점한다…2028년 20조 시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경쟁과 함께 포스트 HBM으로 꼽히는 CXL 시장 선점을 놓고도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CXL로 만회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관련 기술을 이미 개발해 놓았으며 CXL 시장이 개화 하면 그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XL 시장은 2022년 약 24억원(170만달러)에서 2028년에는 약 20조원(15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CXL은 서버 시스템 내에 메모리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연동하는 인터페이스다. 기존 DDR(Double Data Rate) D램 모듈 규격이 가진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CPU와 GPU, 저장장치마다 구동되는 인터페이스가 달라서 상호 연결 시 지연 현상이 발생하는 등 효율적이지 못했다. CXL은 장치들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일해 D램 자원을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AMD, 엔비디아, 구글, 인텔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2019년 결성한 CXL컨소시엄은 2019년 CXL 1.0/1.1 표준을 제정한 바 있다. 이어 2020년 2.0, 2022년 3.0, 지난해 11월 가장 최신 표준인 CXL 3.1 표준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업계 최초 CXL 기반 D램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업계 최고 용량 512GB CMM-D 개발, 업계 최초 CMM-D 2.0 개발 등에 성공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 학회 '멤콘(MemCon) 2024'에서 CXL 기반 D램인 CMM-D, D램과 낸드를 함께 사용하는 CMM-H(Hybrid), 메모리 풀링 솔루션 CMM-B(Box) 등 다양한 CXL 기반 솔루션을 선보였다.

또 올해 2분기 CXL 2.0을 지원하는 256GB(기가바이트) CMM-D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업계 최초로 리눅스 업체 레드햇으로부터 인증 받은 CXL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CXL 관련 제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서버 전 구성 요소를 삼성 메모리 리서치 센터에서 검증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CXL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CXL 2.0 E3.S 메모리 확장 솔루션(이하 확장 솔루션)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 ▲컴퓨테이셔널 메모리 솔루션(CMS) 2. 등 3가지 솔루션으로 CXL 메모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CXL컨소시엄이 주최하는 개발자 콘퍼런스인 ‘CXL 데브콘 2024’에서 CXL 메모리 모듈인 CMM-DDR5의 성능을 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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