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벡스코서 열린 '부산인디게임커넥트(BIC)' 행사장의 모습. (사진=백민재 기자)
국내 대표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게임커넥트(BIC) 2024'가 지난 1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이번 행사는 28개국 245개국의 역대 최다 작품이 전시되며, 인디게임 '찐팬'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인디게임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게임의 형태를 뜻한다. 대형 게임사만큼의 화려한 그래픽과 볼륨은 없는 대신,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이젠 전 세계적인 게임으로 자리잡은 모장스튜디오의 '마인크래프트' 역시 시작은 인디게임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게임산업의 태동과 함께한 인디게임이라는 장르는, 그만큼 높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랑프리상을 수상한 지노게임즈의 '안녕서울: 이태원편'. (사진=네오위즈)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BIC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원더포션의 '산나비' 등 각종 대작들이 다시금 팬들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여기에 기대작 지노게임즈의 '안녕서울: 이태원편', 리자드스무디의 '셰이프 오브 드림' 등도 뛰어난 재미를 인정받았으며, 이들은 각각 그랑프리, 라이징스타 부문을 수상했다.
바다 건너 먼길을 날아온 해외 인디게임들도 이목을 끌었다. 가깝게는 중국 캔들맨게임즈의 '지친 남자', 일본 개발사 탱고 프로잭트의 '카제~쉐도우 오브 더 닌자-리본' 등이 상을 받았으며, 비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은 인도네시아의 'Fractured Shimmer' 등의 작품도 한국의 팬들을 만나기 위해 역경을 딛고 행사장을 찾았다.
BIC는 게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 아래 전 세계 사람들이 한데 뭉칠 수 있음을 증명한 행사다. 대다수의 해외 출품작들은 미흡한 번역으로 인한 단점도 있었으나, 관람객들은 개의치 않고 게임을 즐겼다. 언어와 문화,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은 화합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BIC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백민재 기자)
인디게임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도 본격적인 산업 육성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통해 인디게임 집중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으며, 관련 세부 계획안이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BIC 조직위 역시 인디게임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은 "(인디게임의) 양적인 성장만이 아닌, '게임의 재미'라는 질적인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우수작품들의 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인디게임은 퍼즐·시뮬레이션·캐주얼·액션·아케이드 등 수많은 장르를 포괄하는 넓은 개념인 만큼, 각 개발환경이 달라 완벽한 지원책을 마련하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BIC 조직위는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내·외 기업들과 다리를 마련, 사업화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개발자들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콘퍼런스 개최 등도 지원책으로 언급됐다.
현장의 개발자들 역시 이 같은 방향성에 공감했다. 그랑프리 상을 수상한 '안녕서울: 이태원편'의 김진호 지노게임즈 대표는 "네오위즈와의 협업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었고, 현재도 작업 중"이라며 "번역·QA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안녕서울'은 지난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 지원 사업'에 선정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 데모 버전이 출시됐다. 이후 네오위즈와 협업이 체결돼 개발 방향성에 변화가 있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또 '산나비'의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는 "인디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금전적인 부분인데, 개발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이 제공된다면 감사할 것 같다"며 지원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BIC와 같은 인디게임 행사가 PR(마케팅) 등 개발 외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BIC 외에도 '인디크래프트', '플레이엑스포', '방구석인디게임쇼'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늦은 저녁, 행사장을 나오는 개발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게임을 즐겨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부터,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뿌듯함,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안도까지, 향후 게임산업을 이끌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의 노력이 부디 보답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