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투시도. (자료=현대건설)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데이터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AI산업 발달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와 더불어 높은 시공 난이도, 잦은 시공 변경으로 인한 공기 지연 가능성 등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시공력을 일찌감치 확보한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시공을 맡은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의 준공 예정 시기를 7개월 단축해 내년 9월에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 측은 PF 만료일 등을 고려한 계약상 준공일이 2026년 4월이었으나 공정률로 예상했을 때 계약 만료일 7개월 이전에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는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9만9070㎡ 규모로 조성된다. 망중립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퍼시픽자산운용이 발주했다.
데이터센터는 요구 스펙사항의 변동 등이 많고 이에 따른 설계 및 시공 변경에 따른 공기 지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현대건설의 해당 데이터센터 최초 도급액은 5354억원 규모였으나 추가 공사를 위해 약 3200억원의 증액이 이뤄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시공을 진행하면서 관련 노하우가 쌓이고 시공능력도 고도화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면서 이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준공한 경험이 있으며 NH통합 IT센터, KB국민은행통합 IT센터 현재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인터넷데이터센터와 가산동 케이스퀘어를 짓고 있다. 또 최근 인천 서구 가좌동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시공권을 확보했다.
현대건설 외에 데이터센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건설사는 한화 건설부문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그룹사 데이터센터인 한화그룹 통합데이터센터와 한화시스템 죽전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NICE·NH·MG새마을금고 IT센터 ▲동탄 삼성 SDS 데이터센터 등을 지었다. 지난 1월부터 운영에 나선 카카오 안산데이터센터도 한화 건설부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GS건설도 올해 '에포크 안양 센터'를 준공했으며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투자·운영 사업으로 까지 영역을 넓혔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추천과 하나금융그룹 데이터센터 등 총 10건의 데이터센터 시공 실적을 갖췄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이 삼성 SDS의 상암과 춘천 데이터센터를 시공한 경험이 있다. 우리은행 상암데이터센터도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SK에코플랜트도 지난 2020년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을 신설한 이후로 EPC(설계·시공·조달)를 넘어 사업개발 수행 역량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한화시스템 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및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사진=한화 건설부문)
주요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은 시장의 성장성 높기 때문이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2조4000억원이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시장 확대에 따라 단순 시공을 포함한 이와 관련된 먹거리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장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형 건설사만이 데이터센터 시공에 나서는 이유는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는 건축 과정에서 잦은 설계 변경이 잇따른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데이터센터는 설비구성이 복잡해 소규모 설계변경에도 매우 많은 전후 프로세스를 재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 시공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면서도 "대형 발주처의 신뢰를 확보한다면 향후 발주될 추가 프로젝트들에 대한 수주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이어 "건설사들은 기존에 주력하던 주택 건설 시장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주택과 같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판매 가능한 건축물이 없어 미래에 크고 작은 여러 공종을 합쳐 주택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면서 "향후 수 년간은 그 빈자리를 채울 비즈니스들을 확보해가는 구간이 될 것이고 진입장벽이 높고 난이도가 높은 데이터센터 시장을 선점하는 건 장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