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와 8.8대책 영향으로 수도권 집값과 매매시장의 고공행진이 잠시 멈칫하는 듯 했지만, 지난주 들어 또다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5주째 상승 곡선을 그렸고, 전셋값 역시 69주째 상승 장세가 강화되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와 신축 위주로 신고가 행진이 수도권 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원자잿값 급등, 수급 우려, 분양가 상승 등 여파로 비수기인 지난 여름 분양시장은 뜨거운 시기를 맞이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 4분기 단행될 금리인하 약발이 어느 정도 매매시장뿐만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선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향배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대세는 수도권의 강세가 지속되고 분양시장에서도 '강남불패' 등 희소가치가 있는 단지들 위주로 청약경쟁률의 새역사를 써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리인하 기대감과 가격상승 전망 속에 가세했던 강력한 매수 수요가 대출 규제 효과 등으로 다소 수그러들 것으로 보는 동시에 금리인하 약발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가을 분양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청약 광풍을 이어간다면 연말 전국 부동산시장이 '대세적 상승 국면'의 초입에 들어설 것이란 낙관론도 시장 일각에서 있었지만, 지방 미분양 등 양극화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뷰어스는 16일 추석 이후 부동산시장에 대해 3명의 전문가 진단을 들어봤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실장(이하 김)·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하 함)·황한솔 피알본 리서치팀장(이하 황) 순이다.<편집자주>
-정부가 8.8대책을 발표하고, 9월 초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데, 추석 이후 수도권과 전국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어떻게 보는가?
김) 3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 큰 폭으로 증가하며 8월까지 강세를 보였다. 이같은 분위기 속 9월은 스트레스 DSR이 적용돼 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의 기조 일환과 맞물려 최근 대출제한이 진행되면서 추석 이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혼조세가 예상된다. 대출조건이나 한도 그리고 그동안 단기간에 오른 가격 등의 부담 등에 따라 숨고르기가 9월 초 현재의 분위기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 DSR 시행과 더불어 시중은행들이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 축소나 전세대출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취득 불가에 나서면서 갭투자나 무리한 대출이 쉽지 않아져 투자 매수의 구매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후 전셋값 상승과 공급부족 등이 지속된다면 다시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나면서 결국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할 여력이 있다.
투자를 고려한 수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실수요자의 매매전환 수요가 이어질 경우 자금력에 맞춘 단지들의 거래로 수요가 이어질 수 있고, 또한 강남권 등 기존 인기 지역은 자금이 막히더라도 현금부자 위주로 시세대비 경쟁력이 있는 희소가치 단지 등에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규제 등 투자에 대한 잣대가 높아진 가운데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외곽지역으로 수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추가 매입수요 진입이 필수인 가운데 현재는 제한된 수요로 수도권의 국지적인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발호재 및 서울과의 접근성 등 선호지역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의 수요가 예상된다. 종전 고점 대비 가격의 회복 및 경기의 1기신도시 등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노후화된 지역의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는 부분 위주로 수요가 계속될 전망이다.
수도권 외 지방 매매 시장은 당분간 상반기와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분양 및 기존 주택의 공급 과잉에 따라 지역별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돼 거래량이 일부 서울 아파트값 상승 분위기와 맞물리며 국지적인 회복을 보이긴 했지만,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기는 수요가 제한적인 부분이 크다고 보여진다.
수도권 전월세는 당분간 공급부족과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갭투자로 시장에 신규 공급되는 전세 매물 등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도권에서도 일시적으로 공급이 집중되는 지역은 단기의 물량소화 등으로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서울 등 지역은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조정시기나 조정폭은 상대적으로 제한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역시 수도권과 비슷한 분위기로 전월세에 대한 오름세는 유지될 전망인 가운데 물량 여파 등에 따라 지역별 단지별 국지적인 조정장이 예상된다.
함)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일대 등 선호지역 및 단지에 대한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나 대출 규제로 인한 관망과 가격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거래량과 가격상승폭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지방은 주택구입 대기수요가 수도권에 비해 저조하고 미분양 적체 및 전세가격 하락 등의 요인이 겹치며 매매가 하락이 예상된다.
전세시장이 경우, 수도권은 전세값 상승전망, 지방은 전세값 하락이 전망된다. 수도권은 시중 전매 매물량과 입주물량 등 공급량이 평년보다 저조한 상황이라 추석이후 전세값 상승 지속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지방은 전세값 낙폭 둔화가 예상되나 5만호를 넘긴 미분양 적체 등의 여파로 전세가격 하락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황)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의 영향을 많이 받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 일시적으로 매물이 쌓이며 상승세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로 대출 영향으로 매매와 전세시장은 주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여름 분양시장은 수도권 위주로 뜨거웠다. 특히, 지난 7월과 8월 서울에서는 총 8개 단지가 1775가구를 모집(특별공급 제외)했는데 1순위 청약통장 23만8732건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은 무려 134.5대 1에 달했다. 이같은 여름 분양시장의 열기가 가을 분양시장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추석 이후 수도권과 지방 분양시장 전망 나눠서 분석해달라.
김) 분양가 인상과 새아파트 등의 선호도는 높아지며 분양시장의 수요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아파트값이 상승한 수도권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와 같이 가격경쟁력의 단지와 현재 가격이 비싸더라도 희소가치가 있는 우수입지 단지의 수요가 몰리는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방 역시 이같은 쏠림 현상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존 미분양 등 새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다양해 상대적으로 더 가격과 입지의 경쟁력을 따지는 잣대가 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 9~10월 가을 분양 성수기를 맞아 총 6만호 안팎의 분양물량이 전국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등지는 올 들어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121:1를 기록하는 등 현재와 같은 뜨거운 청약열기를 가을 분양시장에도 이어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신축 선호와 서울 정비사업 및 수도권 택지지구나 역세권 일대의 청약대기수요가 상당한 편이다.
다만 지방은 미분양 적체와 수요 부재, 낮은 청약경쟁률 이어지며 분양시장의 저조한 움직임이 가을에도 예상된다.
황) 서울의 경우 공급부족으로 인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단지와 생활인프라가 풍부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아파트 분양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거나, 역세권 등의 입지에 따라 청약 분위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가장 큰 이슈는 '금리인하' 시기일 것 같다. 금리인하 시기와 그폭이, 추석 이후 연말까지 국내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특히, 금리인하 이후 전국 부동산시장이 '대세 상승장'으로 진입할지 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김) 현재 수도권의 거래량 증가 및 가격 상승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는 가운데 금리가 인하한다면 그 폭과 시기에 따라 가격상승 전망에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리인하와 대출규제 등의 호재와 악재가 맞물리고 있는 상황으로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등의 적체로 기존 주택 시장 역시 국지적인 약세장이 이어지고 있어 전국 부동산의 대세 상승에 대한 섣부른 전망은 어려워 보인다.
함)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긴 했으나 상당량 금리인하 기대가 이미 선반영됐고,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문턱이 다소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거래 총량과 가격 상승 움직임은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황) 정부의 대출규제가 있는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선반영되어 영향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회복 동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