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사진=연합뉴스)
대형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부동산 침체로 주택사업 수주를 놓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심정이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공사비 인상을 통해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면서 다수의 대형건설사들은 조 단위 수주를 기록할 전망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자양7구역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인 DL이앤씨와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자양7구역 재건축은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464-40번지 일대에 공동주택 91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3.3㎡당 870만원이다.
DL이앤씨는 자양7구역 외에 한남5구역에도 두 차례의 단독 입찰로 시공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남5구역은 용산구 동빙고동 60 일원에 지하 6층~지상 23층 공동주택 51개 동 2592가구와 부대 복리시설, 판매시설, 업무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예정 공사비가 1조 7000억원을 넘어서는 대형 사업지다.
DL이앤씨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는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3817억원)과 도곡개포한신 재건축(4385억원) 등 두 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 사업지 수주만으로 8202억원의 수주액을 올린 데 이어 서울 주요 사업지 입찰로 '1조 클럽' 입성은 확실할 전망이다.
올해 다수의 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정비사업지 수주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나 수 천 억 원에서 조 단위 사업지를 연달아 품으면서 수주액 자체는 크게 줄지 않은 흐름이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실적은 20조406억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이달 초까지 18조원 가량의 수주고를 쌓고 있어 오히려 작년보다 늘어날 여지도 충분하다.
주요 건설사 10곳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포스코이앤씨 4조7191억원 ▲현대건설 4조 257억원 ▲대우건설 1조9443억원 ▲롯데건설 1조6436억원 ▲삼성물산 1조5912억원 ▲GS건설 1조1737억원 ▲SK에코플랜트 1조1185억원 ▲DL이앤씨 8202억원 ▲HDC현대산업개발 5315억원 ▲현대엔지니어링 4335억원 등이다. 10개 건설사 중 7곳이 조 단위 수주를 올렸다.
각 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선별수주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액의 증가는 공사비 자체가 오른 점도 한몫했다. 발주처인 조합 측에서도 건설사들의 공사비 인상 요구에 호응하면서 시공사 선정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반포27차 재건축은 1차 입찰에서 공사비를 3.3㎡당 908만원으로 제시했으나 무응찰로 마무리됐다. 이후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958만원으로 올리면서 SK에코플랜트의 입찰을 이끌어냈다. 잠실우성4차 재건축도 3.3㎡당 760만원의 공사비를 원했으나 추후 810만원으로 인상하고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건설사의 주택사업 늘어나는 수주고와 함께 그동안 건설사 실적에 부담이 된 주택사업 수익성은 내년부터 차츰 나아질 전망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는 최근 일부 주택정비사업 현장에서의 도급증액 협의 성공, 주택착공 개선 추세 등을 감안하면 시점 문제일 뿐 주택 중심 이익개선 가능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GS건설은 공사비 상승기에 해당해 마진이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착공한 현장이 내년까지 총 40개 종료될 것"이라면서 "내년부터 주택의 마진 믹스는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