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서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엑스블 숄더' 로봇을 착용한 로보틱스랩 연구원이 팔을 올려 모형 차량 하부의 부품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작업 부담을 줄이는 로봇 조끼를 상용화하고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공략한다. 현대차·기아는 자체 개발한 조끼형 웨어러블 로봇을 내년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27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를 열고 착용 로봇인 ‘엑스블 숄더’를 공개하고 사업화 계획을 공유했다고 28일 밝혔다.
엑스블은 무한한 잠재력을 뜻하는 엑스(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단 의미의 에이블(able)을 합친 것으로 현대차·기아의 착용 로봇 브랜드에 해당한다. 앞서 현대차는 싱가포르 현대차 첨단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엑스블 숄더를 착용하도록 했다.
엑스블 숄더는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자체 기술로 개발됐다. 근로자가 착용하는 조끼에 팔과 어깨 등을 보조하는 본체 두 개가 양쪽에 부착된 형태다.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해 가벼울 뿐만 아니라 별도로 충전할 필요 없어 유지와 관리 편의성을 높였다. 배터리나 전동시스템 대신 근력 보상 모듈의 적용으로 보조력을 생성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엑스블 숄더 사용자는 어깨와 팔꿈치 등 근골격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모듈에서 생성된 회전력이 사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하기 때문이다. 어깨 관절 부하와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60%, 30%씩 경감할 수 있다고 한다.
로보틱스랩은 사용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엑스블 숄더를 제작했다. 고성능 차량에 쓰이는 탄소 복합 소재 등을 적용해 기존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하고 중량은 40% 경감했다. 제품 무게는 총 1.9㎏다. 조끼를 제외한 본체 1개 무게는 700g에 불과하다. 신체 조건에 따라 본체 길이는 406㎜부터 446㎜까지 조정할 수 있다.
휴식을 취할 때도 불편함이 없다. 어깨 관절을 굽히고 펴는 각도를 0~180도까지로 구현해 제품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본체와 조끼는 탈부착이 가능해 한쪽 팔로만 작업하는 경우에는 본체 한쪽을 분리해 편측만 사용 가능하다. 조끼는 분리 후 세탁하는 등 청결 관리에도 용이하다.
엑스블 숄더는 기본형과 조절형 두 가지다. 기본형은 작업 자세가 계속 변하는 근로자들이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최대 2.9㎏f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조절형은 동일 자세를 반복하는 작업에 활용하기 적합하며 최대 3.7㎏f의 보조력을 전달한다. 엑스블 숄더를 착용한 근로자가 10㎏ 무게의 공구를 위로 들었을 때 느끼는 무게감은 6~7㎏으로 줄어든다.
내구성도 갖췄다. 로보틱스랩은 자동차 내구성 평가 기준을 접목해 3개월 단위로 60만회 이상의 가혹한 내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해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웨이스트’,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커스터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4억 달러에서 2033년 136억 달러로 4배 이상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는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엑스블 숄더을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와 건설·조선·항고·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기업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엑스블 숄더 구매를 원하는 기업은 이날부터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구매 기업에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고한다.
김영훈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로보틱스사업1팀 팀장은 “향후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확대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시킨 다양한 신압 안전 설루션을 선보여 웨어러블 로봇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