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전기차 초고속 충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배터리 과열을 방지하는 새로운 배터리셀 냉각 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 충전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17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배터리 냉각기술은 초고속 충전 시대를 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하이앤드 전기차를 대상부터 수주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에 성공한 고속 충전시 과열을 방지하는 ‘진동형 히트파이프(Pulsating Heat Pipe)’ 신소재. 기존 알루미늄 쿨링 플레이트가 62라면, 이 PHP 신소재는 43도로 20도가량 낮다. (사진=현대모비스)
‘진동형 히트파이프(Pulsating Heat Pipe)’로 불리는 이 소재는 알루미늄 합금과 냉매로 구성됐다. 이는 배터리셀 사이사이에 배치돼 급속 충전 시 배터리 과열을 막아준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초고속 충전 시 배터리 발열량이 증가하더라도 이를 버틸 수 있는 안정적인 열 관리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전기차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히트파이프는 두 물체 간 열 전달 효율을 높이는 금속관 모양의 열전도체로 컴퓨터 CPU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냉각에도 사용되는 고방열(열 방출) 소재다. 특히 진동형 히트파이프는 내부에서 냉매가 진동과 순환을 하면서 열을 고루 전달해, 고속 이동하는 차량에 적용해도 중력에 의한 성능저하가 거의 없다.
일반 알루미늄 대비 10배 이상 열전달 성능으로 과열된 배터리셀 열기를 빠르게 외부로 이동시킨다. 차량용 배터리 냉각에 이를 적용하고, 양산 채비를 갖춘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통상 배터리시스템(BSA)은 다수의 배터리 모듈(BMA)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냉각팬, 각종 전자 장치를 더해 만든다. 이중 전기에너지를 직접 생성하는 BMA는 배터리셀 여러 장을 겹겹이 쌓은 모듈 단위 부품으로, 배터리셀의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 구조를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모비스는 이 배터리셀과 배터리셀 사이에 PHP를 겹겹이 배치하고, 이를 통해 각각의 셀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 블록으로 신속히 전달해 모듈 단계에서 내부 온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모비스는 생산 단계에서도 대량 연속생산이 가능한 프레스 공법을 적용, PHP 제조 공정을 단순화하고 제조 단가를 낮췄다. 또한 차량용 배터리에 탑재하기 쉽도록 두께가 0.8㎜에 불과할 정도로 일반 히트파이프(약 6㎜) 대비 압도적으로 얇고 넓은 면적의 PHP를 구현해냈다. 실제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상품성을 끌어올린 결과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초고속 충전 지원 여부가 중요한 하이엔드 전기차에 우선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배터리 안전과 충전시간 단축 문제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을 위한 주요 선결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완성차들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