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뮤지컬계의 개런티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출연료에 대해서는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쉬쉬하는 입장이지만 유명 배우들의 경우 회당 5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회당 10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에 움직여야 하는 배우들도 있다. 심지어 이마저도 못받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뮤지컬연구회에서 진행한 ‘2018 뮤지컬 배우 실태조사’ 결과 공연으로 인한 연 소득이 1000만 원도 되지 않은 배우들이 36.1%로 상당히 많았다. 대다수는 앙상블 배우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는 약자인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개런티의 하한선을 정해뒀다. 국내에서도 배우들에 대한 최저 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전병준 씨는 처음 회당 8만원의 개런티를 받고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고, 그 이후로도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씨는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페이를 회당 6만원으로 부른 적이 있었다. 두 달의 연습 기간과 한 달의 공연, 즉 서너 달을 묶여 있어야 하는데 총 180만원 밖에 못 받는 거다. 한 달에 60만원을 받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 몇 번의 도전을 이어갔고, 당연히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택한 것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뮤지컬계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꿈을 접었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뮤지컬 관련, 특히 업계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들춰내고 있다.  전씨는 “앙상블 배우들에게 투잡은 기본이다. 분명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는데, 빚은 계속 늘어난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임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야기는 오가지만, 나서서 말하지 못한다. ‘너 아니어도 다른 앙상블 쓰면 돼’라는 말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몇 뮤지컬 배우들은 페이 미지급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했다가 수년간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선배 배우들이 나서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도 선뜻 나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뮤지컬배우 김선경은 “후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는데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후배들이 부탁을 해서 바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후배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료 안 들어오면 오늘 공연 못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출연료가 안 들어와서 후배들을 이끌고 나왔는데 뒤에 아무도 없더라. 후배들한테 ‘죄송해요. 저희는 이렇게라도 받아야 해요’라고 문자들이 오더라. 이해는 가지만 서운했다. 그 뒤로 4년 동안 뮤지컬 공연을 못 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예전에는 뮤지컬 컴퍼니에 파일첩이 있었다. 소위 ‘폰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핸드폰 기종별로 가격을 책정해 놓은 그 파일첩과 유사한 형식으로 배우들의 나이와 연차에 따른 페이를 정해놓은 자료다. 지금 입봉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경우는 6~8만원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지금은 배우에 따라 관객을 얼마만큼 동원할 수 있는지, 어떤 연령층에서 선호하는 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를 티켓판매처에서 제공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앙상블 배우의 경우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 페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브로드웨이처럼 최저 임금제가 시급하다고는 하지만, 배우들의 권리를 대변할 배우 조합이 없는 국내 여건상 최저임금제를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번번이 무산되기 일쑤다. 이 역시 향후 뮤지컬 출연에 있어서 어려움이 따를 것을 염려해서다.  한 앙상블 배우는 “지금 뮤지컬 무대에 입봉하지 못한 관련 학과 학생들이 허다하다. 1년에도 수천 명의 뮤지컬학과 졸업생이 쏟아지고, 무용과·성악과·연극학과 등의 인접학과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오를 수 있는 무대는 쏟아지는 지망생들에 비해 극히 드물기 때문에 ‘공짜’로 대극장 무대에 설 기회만 준다고 해도 덥석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배우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실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공연 관계자 역시 이런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인력의 과잉 공급은 결국 앙상블의 출연료 상승을 막고, 반대로 작품의 과잉 공급은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를 상승시키면서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 양극화를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계에서는 배우들이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고,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결정을 내림으로서 출연료 양극화를 줄여나갔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망가지는 작품 전체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뮤지컬계도 배우들의 출연료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앙상블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투자한 지간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다는 심리적 박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뮤지컬 작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제작사와 배우들이 상생할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View 기획┃앙상블도 배우다③] 생활고에 ‘투잡’은 기본, 대책 마련 시급

뮤지컬 개런티 양극화 심각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13 09:32 | 최종 수정 2019.12.14 02:39 의견 0
사진=픽사베이

뮤지컬계의 개런티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출연료에 대해서는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쉬쉬하는 입장이지만 유명 배우들의 경우 회당 5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회당 10만원도 되지 않는 금액에 움직여야 하는 배우들도 있다. 심지어 이마저도 못받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뮤지컬연구회에서 진행한 ‘2018 뮤지컬 배우 실태조사’ 결과 공연으로 인한 연 소득이 1000만 원도 되지 않은 배우들이 36.1%로 상당히 많았다. 대다수는 앙상블 배우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는 약자인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개런티의 하한선을 정해뒀다. 국내에서도 배우들에 대한 최저 임금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던 전병준 씨는 처음 회당 8만원의 개런티를 받고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고, 그 이후로도 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씨는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페이를 회당 6만원으로 부른 적이 있었다. 두 달의 연습 기간과 한 달의 공연, 즉 서너 달을 묶여 있어야 하는데 총 180만원 밖에 못 받는 거다. 한 달에 60만원을 받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씨는 뮤지컬 무대에 서기 위해 몇 번의 도전을 이어갔고, 당연히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택한 것은 작품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에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뮤지컬계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 꿈을 접었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뮤지컬 관련, 특히 업계의 어두운 면을 가감 없이 들춰내고 있다. 

전씨는 “앙상블 배우들에게 투잡은 기본이다. 분명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는데, 빚은 계속 늘어난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임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이야기는 오가지만, 나서서 말하지 못한다. ‘너 아니어도 다른 앙상블 쓰면 돼’라는 말이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몇몇 뮤지컬 배우들은 페이 미지급에 대한 보이콧을 진행했다가 수년간 뮤지컬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선배 배우들이 나서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들도 선뜻 나설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뮤지컬배우 김선경은 “후배들이 출연료를 받지 못했는데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후배들이 부탁을 해서 바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후배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료 안 들어오면 오늘 공연 못 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출연료가 안 들어와서 후배들을 이끌고 나왔는데 뒤에 아무도 없더라. 후배들한테 ‘죄송해요. 저희는 이렇게라도 받아야 해요’라고 문자들이 오더라. 이해는 가지만 서운했다. 그 뒤로 4년 동안 뮤지컬 공연을 못 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예전에는 뮤지컬 컴퍼니에 파일첩이 있었다. 소위 ‘폰팔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핸드폰 기종별로 가격을 책정해 놓은 그 파일첩과 유사한 형식으로 배우들의 나이와 연차에 따른 페이를 정해놓은 자료다. 지금 입봉하는 앙상블 배우들의 경우는 6~8만원 사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또 지금은 배우에 따라 관객을 얼마만큼 동원할 수 있는지, 어떤 연령층에서 선호하는 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를 티켓판매처에서 제공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앙상블 배우의 경우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 페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브로드웨이처럼 최저 임금제가 시급하다고는 하지만, 배우들의 권리를 대변할 배우 조합이 없는 국내 여건상 최저임금제를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몇 번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번번이 무산되기 일쑤다. 이 역시 향후 뮤지컬 출연에 있어서 어려움이 따를 것을 염려해서다. 

한 앙상블 배우는 “지금 뮤지컬 무대에 입봉하지 못한 관련 학과 학생들이 허다하다. 1년에도 수천 명의 뮤지컬학과 졸업생이 쏟아지고, 무용과·성악과·연극학과 등의 인접학과에서도 뮤지컬 배우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오를 수 있는 무대는 쏟아지는 지망생들에 비해 극히 드물기 때문에 ‘공짜’로 대극장 무대에 설 기회만 준다고 해도 덥석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배우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현실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공연 관계자 역시 이런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인력의 과잉 공급은 결국 앙상블의 출연료 상승을 막고, 반대로 작품의 과잉 공급은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를 상승시키면서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 양극화를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계에서는 배우들이 스스로 출연료를 낮추고, 제작사나 투자사들이 결정을 내림으로서 출연료 양극화를 줄여나갔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망가지는 작품 전체를 살리는 일이기도 했다. 뮤지컬계도 배우들의 출연료 양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앙상블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투자한 지간이나 노력이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다는 심리적 박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뮤지컬 작품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제작사와 배우들이 상생할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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