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관련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임산부 4명이 연이어 사망하자,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질본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조사에 착수했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공정위의 헛발질이 15년째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을 확정하지 못할 시발점이 됐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가습기 살균제 조사는 결국 법원의 오락가락한 판결로 이어지고 있다. ■ 첫 조사 나선 공정위···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 제제 안해 공정위는 행정기관임에 불구하고 그 처분은 사실상 1심 법원의 판결과도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다. 2012년 공정위는 제재 처분 명단에서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을 제외했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성분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피해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공정위가 제재한 옥시에 대한 재판은 ‘양형’에 관심이 모였다. 독성 화학물질인 PHMG‧PGH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징역 6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는 금고 3년, 김원회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 1심 판결, 공정위와 같은 이유로 무죄 선고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에 대한 시비 가리기는 공정위 처분부터 암초에 걸렸다. 공정위는 뒤늦게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스스로 놓은 덫을 치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7년 공정위는 환경부의 위해성 인정 자료를 받아 재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제품 라벨에 위험성 경고를 은폐·누락했고 오히려 산림욕 효과 등을 과장했다고 지적하며 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뒤늦은 과징금 부과는 ‘처분시한 경과’로 인해 효력을 잃었다. 무혐의 결정을 한 지 2년 만에 애경·SK케미칼 법인 및 임원도 모두 검찰 고발했다. 1심에서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정위가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을 제재 명단에서 제외했던 것과 같이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은 “CMIT·MIT 성분이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 2심 판결서 공소사실 인정 '유죄'···대법원서 다시 뒤집혀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재판에서 증언에 나섰던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본래의 증언 취지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입장문에서 “쥐 실험에서 CMIT‧MIT을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조직 병리에서 사람에게 나타난 천식과 비슷한 소견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쥐 실험을 사람에게 100% 적용할 수 있느냐고 물어 마우스 모델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한 것뿐인데, 사람의 천식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반박했다. CMIT‧MIT의 유해성을 알리는 논문과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이어진 2심에서 고등법원은 홍 대표와 안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하며 1심 재판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나온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 가습기메이트 사용 피해자 1675명···"내 몸이 유해 증거" 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자는 7983명, 이 가운데 생존자는 6097명, 사망자는 1886명이다. 피해신고자 가운데 1675명이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 (애경산업/SK케미칼)를 사용했고, 456명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이마트/애경산업)를 썼다. 유공가습기메이트 (SK이노베이션)를 사용한 피해자는 83명, SK가습기메이트 (SK케미칼)는 7명의 피해자가 사용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에 대해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크게 반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민변 등 시민단체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정위가 쏘아올린 그릇된 판단이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15년째 풀지 못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무엇이 문제인가-2

공정위 제재 명단서 애경산업‧이마트·SK케미칼 빼
법원 오락가락 판결…“내 몸이 증거다” 피해자 울분

서효림 기자 승인 2025.01.15 07:00 | 최종 수정 2025.01.15 10:52 의견 0
작년 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관련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1년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임산부 4명이 연이어 사망하자,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에 나섰다. 질본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첫 조사에 착수했다. 중요한 역할을 맡은 공정위의 헛발질이 15년째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을 확정하지 못할 시발점이 됐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가습기 살균제 조사는 결국 법원의 오락가락한 판결로 이어지고 있다.

첫 조사 나선 공정위···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 제제 안해

공정위는 행정기관임에 불구하고 그 처분은 사실상 1심 법원의 판결과도 같은 효력을 지니고 있다. 2012년 공정위는 제재 처분 명단에서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을 제외했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성분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피해자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공정위가 제재한 옥시에 대한 재판은 ‘양형’에 관심이 모였다. 독성 화학물질인 PHMG‧PGH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징역 6년, 노병용 전 롯데마트 대표는 금고 3년, 김원회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 판결, 공정위와 같은 이유로 무죄 선고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에 대한 시비 가리기는 공정위 처분부터 암초에 걸렸다. 공정위는 뒤늦게 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스스로 놓은 덫을 치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7년 공정위는 환경부의 위해성 인정 자료를 받아 재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제품 라벨에 위험성 경고를 은폐·누락했고 오히려 산림욕 효과 등을 과장했다고 지적하며 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뒤늦은 과징금 부과는 ‘처분시한 경과’로 인해 효력을 잃었다.

무혐의 결정을 한 지 2년 만에 애경·SK케미칼 법인 및 임원도 모두 검찰 고발했다. 1심에서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정위가 애경산업, 이마트, SK케미칼을 제재 명단에서 제외했던 것과 같이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은 “CMIT·MIT 성분이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2심 판결서 공소사실 인정 '유죄'···대법원서 다시 뒤집혀

피해자와 시민단체 등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재판에서 증언에 나섰던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연구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본래의 증언 취지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입장문에서 “쥐 실험에서 CMIT‧MIT을 투여하고 관찰한 결과 조직 병리에서 사람에게 나타난 천식과 비슷한 소견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쥐 실험을 사람에게 100% 적용할 수 있느냐고 물어 마우스 모델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한 것뿐인데, 사람의 천식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반박했다.

CMIT‧MIT의 유해성을 알리는 논문과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이어진 2심에서 고등법원은 홍 대표와 안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하며 1심 재판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결정했다”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나온 대법원은 다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가습기메이트 사용 피해자 1675명···"내 몸이 유해 증거"

환경산업기술원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12월 31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자는 7983명, 이 가운데 생존자는 6097명, 사망자는 1886명이다. 피해신고자 가운데 1675명이 홈크리닉가습기메이트 (애경산업/SK케미칼)를 사용했고, 456명은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이마트/애경산업)를 썼다. 유공가습기메이트 (SK이노베이션)를 사용한 피해자는 83명, SK가습기메이트 (SK케미칼)는 7명의 피해자가 사용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상황에 대해 피해자들은 “내 몸이 증거”라며 크게 반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민변 등 시민단체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공정위가 쏘아올린 그릇된 판단이 비극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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