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인기를 끌었던 ‘스테디셀러’ 카드도 없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대 금융그룹 산하 카드사들이 견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 여파 및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기준 금리 인하와 조달 비용 완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카드론 등 대출 상품 판매가 늘어나면서 향후 건전성 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실적을 종합하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1조 34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1억원(7.19%) 증가했다. 희망퇴직 비용 등 대손비용 발생으로 실적이 저하된 신한카드를 제외한 3개 카드사들은 모두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14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2.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와 국민카드 역시 순이익이 각각 29.6%, 14.7% 늘어난 2217억원, 402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카드의 경우 연말 희망퇴직 실시와 대손비용 상승에 따른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7.8% 감소한 572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업계 1위 자리도 664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한 삼성카드에 내주게 됐다.

카드사들이 열악한 대내 환경 속에서도 성장세를 보인 것은 무이자 할부를 줄이고 알짜카드를 폐지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꾸준히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다는 평가다. 이와 더불어 2023년까지 이어졌던 고금리 기조가 지난해 들어 인하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조달 비용 부담도 한층 완화됐다.

특히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의 판매 실적이 오르면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카드론 자산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년 38조 763억원이었던 카드론 규모는 1년 만에 42조 3873억원까지 불어났다.

문제는 어렵게 달성한 실적을 올해는 지켜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14일 부터 인하된 카드수수료율이 적용되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또한 카드론의 경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등을 이유로 규제 강화에 나설 수 있다. 새롭게 수장을 맞은 카드사들로서는 지난해 실적이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올해도 카드 업계에서는 무이자 할부를 조여매고 알짜카드를 단종시키는 등 이용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카드사들은 수익 확대를 위해 고가의 연회비를 부가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는 등 이른바 '돈이 되는' 고객 잡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 고객들은 비교적 소비 규모가 크고 연체율이 낮아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