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 공장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美 철강 완전 보호” 선언…6월 4일부터 관세 50% 인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관세를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를 다시 꺼내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철강산업을 완전히 보호하겠다”며 미국 우선 통상정책의 부활을 시사했다.

이번 발표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과 맞물려 나온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협약을 “미국의 통제 아래 있는 계획된 파트너십(Planned Partnership)”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US스틸은 미국 기업으로 남을 것이며 본사는 피츠버그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철강 블로킹’은 재선 캠페인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제철이 미국에 14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단일 철강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시장은 이 투자 유치의 뒷면에 숨은 ‘대미 수출 차단 장벽’ 강화에 주목하고 있다.

더 좁아진 수출길···미국 공급망 흔들려 ‘자충수’ 지적도

한국 철강업계는 당장 6월 4일부터 관세율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사실상 대미 수출 중단 수준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25% 관세 상황에서도 수익성은 바닥 수준인데 50%가 되면 납품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철강은 미국 전체 수입 철강의 9%, 금액 기준으로 29억 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한국산 철강은 ‘쿼터+관세’라는 이중 제약 속에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기준으로 미국향 수출 물량이 연간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가 50%로 오르면 이 감소폭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현지에서도 트럼프식 ‘관세 장벽’이 자국 공급망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은 미국 제조업의 핵심 소재지만, 현재 미국은 전체 수요의 약 3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를 50%까지 끌어올리면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지며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미국 수요기업의 반발을 불러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