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알뜰택배'를 이용하는 모습. (사진=BGF리테일)
홈베이킹이 취미인 20대 A씨는 쿠키나 초콜릿 등을 직접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할 때 편의점에서 ‘가성비 택배’를 애용합니다. 적은 양을 여러 명에게 보내는 편이라 일반택배를 이용하면 비용 부담이 꽤 크기 때문이죠. 두 살 아이를 키우는 30대 B씨도 육아용품 중고거래에 ‘가성비 택배’를 쏠쏠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 옷이나 신발, 장난감 등을 저렴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 ‘알뜰 소비’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일상에서 편의점 ‘가성비 택배’를 이용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지난 2019년 GS25가 ‘가성비 택배’로 처음 선보인 ‘반값택배’는 곧 만으로 6년차를 맞게 되는데요. GS25 ‘반값택배’ 이용 건수는 도입 첫해 9만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누적 이용 건수 4000만건을 돌파하며 수직 성장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GS25에서 ‘반값택배’를 한번쯤은 이용해 본 셈이죠. CU에서 2020년부터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중인 ‘알뜰택배’ 이용건수까지 더하면 실제 이용자는 훨씬 많아질 겁니다. 세븐일레븐도 결은 다르지만 중고나라와 협업해 판매자가 배송정보 등록 시 택배비까지 일괄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죠.
‘가성비 택배’의 가장 큰 강점은 당연하게도 가격입니다. ‘반값택배’와 ‘알뜰택배’, 각사에서 운영하는 명칭은 다르지만 모두 기존 택배 대비 절반 수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죠. 가장 가벼운 무게 기준(350g 이하) 동일권으로 택배를 보낼 때, 기존 GS25와 CU에서 운영하던 편의점 택배 운임은 3200원인데요. 이와 비교해 ‘반값택배’와 ‘알뜰택배’는 약 44% 저렴한 1800원(500g 이하, 내륙 기준)에 불과합니다. 무게에 따라서는 절반 이하 가격에 보낼 수도 있죠. 최소 4000원부터 시작하는 우체국택배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은 한층 커집니다. 덕분에 저가 중고물품을 거래할 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도 피할 수 있죠.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데, 편의점들은 어떻게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택배를 기존에 구축해 둔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한다는 점입니다.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면 편의점에 물건을 싣고 오는 트럭의 빈자리를 활용해 택배를 운반하는 거죠. 기존 편의점택배가 CJ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기존 택배업체를 통해 배송되는 것과 다른 부분입니다. 보통 편의점마다 하루 2번가량 물류 차량이 방문하는 만큼, 추가적인 인프라 비용 없이도 저렴한 가격으로 택배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가격이 저렴한 만큼 택배를 받는 입장에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데요. 현관문 앞까지 바로 배송되는 일반 택배와 달리, ‘가성비 택배’의 경우 직접 인근 편의점으로 방문해 택배를 수령해야 합니다. 또 다른 단점이라면 비교적 느린 배송 속도인데요. 편의점 물류망을 활용하는 특성 상, 택배를 편의점에서 편의점으로 운반하기 때문에 갖는 한계입니다. 물론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자 ‘짠물 소비’를 펼치는 소비자들에게는 사소한 부분이죠. 전국 방방곡곡에 편의점이 들어서다 보니 ‘집 앞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아가는 점은 대단한 불편으로 여겨지지 않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사소한 불편’은 편의점 업계가 ‘가성비 택배’ 확대에 힘을 쏟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택배 수령자가 편의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은, 곧 택배 1건에 2명의 고객이 편의점을 방문해야 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소비자를 매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편의점으로서는 꽤나 효율 좋은 유인책인 셈이죠. 실제로 CU ‘알뜰택배’ 이용 고객의 상품 동반 구매율은 지난해 기준 41.8%에 이른다고 합니다. GS25도 ‘반값택배’ 이용 고객 중 약 40%가 매장에서 물건을 추가로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전히 편의점 택배에서 일반택배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성비 택배’ 이용 건수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4시간 접수와 수령이 가능한 편의점 택배 장점에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지면서 고객 유인을 위한 ‘미끼 상품’을 넘어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죠. 지난해 ‘가성비 택배’ 이용 비중은 30%를 밑돌았지만, 최근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서비스 이용권이 확장된 만큼 성장세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