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산공장 메탄건식개질(DRM)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탄소중립 압박과 전력 수급 불확실성 속에서 철강·석유화학 업계가 녹색 전환에 나서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CCUS) 같은 수십조 원대 프로젝트는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지만, 속도가 더디다. 반면 에너지 효율화와 자원재활용 같은 작은 실천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며 업계 생존의 발판이 되고 있다.

너무 먼 미래 수소환원제철…고철은 현재진행형

포스코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목표로 30조 원 규모의 수소환원제철(하이렉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대규모 수소 공급망과 전력 인프라 부족으로 본격 가동은 2030년대 중반 이후로 예상된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고철 재활용 확대가 눈에 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로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고철을 활용한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설비 개보수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어, ‘즉각적 효과’를 내는 전략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CCUS는 더디지만 재활용은 눈앞”

LG화학은 여수에 탄소 포집·활용(CCUS) 설비를 갖춘 친환경 석유화학 단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단기 대응은 이미 본격화됐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하는 케미컬 리사이클링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이다. 열분해유를 석유화학 원료로 재활용하면 신규 원료 투입을 줄일 수 있고,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의 ‘재활용 원료 사용 의무’에 대응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매출처 확보로 이어지면서 작지만 실질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효성화학은 친환경 나일론 원료(Bio-BDO) 상업화를 서두르며 소재 다변화에 나서고 있고, 금호석유화학은 폐타이어·페트병에서 얻은 재활용 원료를 활용한 합성고무·플라스틱을 확대하고 있다.

작은 전환의 즉각적 효과···큰 전환의 미래 효과

수소환원제철, CCUS 등의 대형 프로젝트는 국가적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을 전제로 하며, 완성 시점은 2030년대 이후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탈탄소 규범에 대응할 수 있지만 단기간 비용 부담이 크고 불확실성이 크다.

효율화‧재활용 등 작은 전환은 투자 규모가 작지만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 에너지 비용 절감, 탄소배출 저감, 글로벌 고객사의 ESG 요건 충족 등으로 당장 기업 경쟁력을 지탱한다.

“작은 실천이 길을 연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대형 프로젝트와 단기 실행의 균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22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책세미나에서도 “에너지 소비 구조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되,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곧 녹색 전환이 장기적 청사진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으며, 즉각적인 실행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녹색 전환은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수년 전부터 예고된 과제였고, 지금 산업 현장에서 실천으로 확인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들이 자원재활용과 효율화에서 보여주는 변화는 한국 산업이 지속 가능한 길을 만들어가는 ‘작지만 확실한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