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 여의도역 부근 파리크로와상 매장에 애플페이 마크가 붙어 있다.)

"애플페이 되나요?" "삼성페이만 돼요."

19일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를 찾은 박모씨는 항상 쓰던 현대카드를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주문 후에 알았다. 박씨는 애플페이를 쓰려고 했지만 해당 카페에선 지원되지 않는 결제 수단. 카페 직원은 "애플페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삼성페이는 많이 쓴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씨는 계좌이체로 커피를 주문했다.

실물카드가 '휴면' 상태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현금 뿐만 아니라, 실물카드를 쓰지 않는 비율도 점차 늘고 있는 것. 실물카드조차 현금처럼 거추장스러워지는 환경 속에서 '페이'를 바라보는 카드사들 셈법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전업카드사의 휴면카드 현황 조사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휴면 신용카드는 총 1583만매로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이 정지되고, 9개월이 지나면 카드가 자동으로 해지됐지만, 2020년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카드 유효기간(5년) 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바뀌었다. 휴면카드는 사실상 '카드 발급 숫자'에는 잡히지만 실적은 없는 '계륵'인 셈이다.

'휴면카드'에선 카드사가 제공하는 일부 혜택만 이용한 후, 실제로는 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체리피커' 현상도 엿볼 수 있다. 가령, 항공사 라운지 이용이 가능한 카드를 발급받은 후, 여행에서 라운지만 이용하고 카드를 방치하는 경우다.

휴면카드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들의 결제 방식은 '실물카드'에서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결제 비중은 이미 실물 카드를 넘어섰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결제 비중은 52.1%에 달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실제로 카드를 '쓰게' 하기 위해서 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로 해외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서둘러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애플페이 도입이 확산 되는 추세에 따라, 그동안 무료 수수료를 고수하던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도 결국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게 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수수료 부과가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애플페이'의 결제 수수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신한카드나 KB국민카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하면, 현재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삼성페이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도 유료화에 나설 수 있어 카드사 이익이 급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애플페이 도입 당시 '수수료를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잘 이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애플페이의 국내 가맹점 확산 속도도 예상보다는 느리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물론 페이 수수료가 직접적으로 가맹점이나 소비자에게 부과되지는 않더라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연회비를 인상하거나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는 등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페이 외연 확대에 맞서 국내 페이사들도 수수료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카드사들을 만나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015년 8월 삼성페이 출시 이후 해마다 카드사와 계약을 자동으로 연장해 온 삼성전자가 오는 8월부터 수수료 부과 방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페이 업계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까지는 수수료 부과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