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제보자가 촬영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2번지 요진건설 시공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서 공사장 밖(빨간 점선 경계) 주택가에 KT로부터 임대한 부지에 타워크레인을 이용, 컨테이너(빨간 원)를 아슬아슬하게 옮기고 있다. 주변 주택에 대한 안전장치는 없었다. (사진=제보)


“창문 열면 타워크레인이 서 있고, 머리 위로 컨테이너까지 옮겨 너무 불안합니다.”

요진건설이 청년주택을 짓고 있는 염리동 85-2의 주변 주택들의 주민들은 매일같이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 이루고 있다. 공사 현장과 바로 맞닿아 있어 소음, 진동 피해를 심각하게 겪고 있으며, 주택 바로 앞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고 머리 위로 컨테이너가 옮겨지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에는 제보자의 집 앞에 설치된 요진건설의 타워크레인이 거대한 컨테이너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주택가 옆의 KT로부터 임대한 임시 부지에 옮겨지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타워크레인의 팔 부분은 주택가의 옥상 위를 허가 없이 가로 질렀다.

요진건설 공사로 인한 피해 호소 제보는 염리동 85-10번지에 이어 두 번째다(관련기사: '염리동 청년주택' 공사장 인근 '가스누출'…지자체도 안전공사도 몰랐다).

■ "공문 발송에도 요진건설 강행…주민들 지쳐가"

20일 제보자는 염리동 85-2에서 공사를 하고 있는 요진건설에 수차례 항의를 하고 마포구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끝내 타워크레인이 집 앞에 설치됐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염리동 85-12번지 다세대 주택 주민들은 창문을 열면 타워크레인이 바로 눈앞에 서 있어서 창문도 마음껏 열수 없다고 했다.

이 제보자는 “마포구청은 타워크레인이 설치되는 동안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한 채, 이를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밤이 되면 바람에 타워크레인의 붐대(지브, 크레인의 팔 부분)가 회전하면서 집 옥상을 가로지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주택 지역을 침범하는 일이 반복됐다”면서 “이로 인해 경찰서와 소방서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고 호소했다.

제보자는 다세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90세가 넘은 시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제보자도 항암치료를 마치고 건강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매일 같이 요진건설 측과 마포구청에 공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 항의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다고 했다.

“이곳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입주해 있고 다문화 가정도 있었어요. 공사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매일같이 피해를 봤지만,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모두를 대신해 요진건설 현장소장에 항의하고 마포구청과 서울시청에도 계속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해결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타워크레인도 세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다른 곳에 세워달라고 요진건설에 항의하고 마포구청에도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국 타워크레인이 집 바로 앞에 세워졌어요.”

지난 1월6일 제보자가 촬영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2번지 요진건설 시공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서 공사장 밖 주택가인 KT로부터 임대한 부지에 타워크레인을 이용, 컨테이너를 흔들 거리며 옮기고 있다. 주변 주택에 대한 안전장나 안전 요원은 보이질 않는다. (사진=제보)


제보자가 촬영한 영상과 사진에는 타워크레인이 집 양옆에서 건설 자재를 옮기는 모습이 명확하게 포착됐다. 해당 부지는 공사장 담을 넘어 공사현장 밖에 위치한 곳으로 KT 소유 부지다. 요진건설 측은 “해당 부지는 임대한 부지”라고 했다.

이 부지는 염리동 85-30, 31번지로 등기부등본상에도 ‘주식회사 케이티’라고 나온다. 공사가 이뤄지는 염리동 85-2번지도 이전에 KT 부지였다. 시행사인 마스턴운용사에 매각된 만큼 KT는 시공사인 요진건설에 공사자재를 쌓을 수 있도록 부지를 임대해준 것으로 보인다.

요진건설 측은 염리동 85-30, 31번지가 임대된 부지라고만 밝히며,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한편 KT 관계자는 “해당 공사와 KT를 연결 짓지 말아달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KT는 시공사에 공사 자재 적재를 허용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책임 소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제보자가 촬영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2번지와 맞닿아 있는 염리동 85-12번지의 옥상(왼쪽)과 집 안 창가(오른쪽)에서 촬영한 요진건설 청년주택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 모습. 제보자는 창문을 열면 거대한 타워크레인이 눈앞에 있는 점과 작업자가 있어 창문을 마음껏 열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보)


■ “타워크레인 옆에 두고 갇혀 생활하는 것 같아”…사생활 침해·안전 위협

문제는 요진건설 공사의 건설 자재가 적재된 염리동 85-30, 31번지 양옆에 주택이 맞붙어 있으며, 타워크레인을 통해 주택 바로 옆에서 건설 자재가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염리동 85-2 공사장 현장과도 맞붙어 있어서 공사가 진행되는 지난 수개월간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철근과 컨테이너까지 옮기는 모습을 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실제로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에서는 거대한 컨테이너가 옥상 위 일부를 지나 집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옮겨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곳의 주민들은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 없다고 했다. 타워크레인에서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얼마든지 창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마치 감옥과 같다”는 말을 하고 있다. 염리동 85-10, 12, 14번지 등 세 채가 공사 현장과 맞붙어 있고, 요진건설이 KT로부터 임대받은 부지까지 사용하면서, 공사장의 대형 가림막이 오히려 주민 주택을 둘러싸는 형태가 됐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요진건설은 주변 안전을 위한 조치와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타워크레인 설치나 발파, CIP공사(천공기계공사) 등의 작업 전 인접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별다른 협의 없이 진행했다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제보자인 염리동 85-12번지 주민은 “타워크레인이 집 앞에 세워질 때부터 요진건설에 항의하고 마포구청에 민원을 여러 차례 넣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창문을 열면 바로 눈 앞에 타워크레인과 작업자들을 마주하고 있어 불편할 뿐 아니라 집 양 옆으로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건설 적재물이 쌓여져서 늘 불안한 마음”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 관련 법 위반 가능성…규정대로 운영되지 않는 타워크레인

관련 법에는 ‘타워크레인은 공사장 외부로 선회하지 않도록 설치 및 운영해야 하고, 보행자 및 인근 지역 안전을 고려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규칙’ 제58조에 따르면 제62조제1항에 따른 안전관리계획의 수립기준은 별표7과 같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별표7’ 내용을 보면 ‘타워크레인 사용공사의 운영계획’ 관련 ‘공사장 외부 선회방지 등 타워크레인 설치 및 운영계획’ 등을 포함하게 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101조 2항 1호에도 ‘타워크레인을 사용하는 작업 중에 타워크레인 장비 간 또는 타워크레인과 인접 구조물 간 충돌위험이 있으면 충돌방지장치를 설치하는 등 충돌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사 현장에서는 이러한 충돌 방지 조치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공사 진행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요진건설 측은 “공사는 관련 법을 준수하고 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타워크레인 설치와 운용으로 인한 주민 피해 호소와 관련해선 “확인해보겠다”고 한 후 아직까지 답이 없다.

현재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은 마포구청은 요진건설이 KT로부터 임대받아 건설 적재물을 쌓고 있는 염리동 85-30, 31번지에 더 이상 적재물을 쌓지 않도록 권고했다.

마포구청 주택상생과 보상주택팀의 이정빈 팀장은 “요진건설 측에 주택가인 염리동 85-30, 31 부지에 대해 사용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요진건설 측은 ‘해당 부지에 추가로 건설 자재를 적재하지 않고, 남은 자재도 타워크레인이 아닌 이동식 크레인으로 옮기겠다’고 답변을 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제보자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요진건설이 타워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이동식 크레인으로 적재물을 옮긴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적재물이 쌓인 곳에는 어떤 통로도 없다. 결국 타워크레인을 통해서 적재물을 옮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건설공사 현장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안전과 박상훈 담당자는 “안전 시설이라든지 어떻게 작업을 하겠다는 것도 건설 계획을 통해 당국인 마포구청 등에 승인을 받게 되어 있다”면서 “타워크레인 작업의 경우 양중 작업 중 낙하라든지, 낙하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보자가 촬영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85-2 요진건설 청년주택 건설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의 팔이 작업자나 안전 관리자가 없는 밤에 바람에 의해 주택가로 이동한 모습. 주택과 전신주의 고압선 위로 타워크레인의 팔이 움직이고 있어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보)


■ 요진건설 발파·천공 공사 후 주변 피해 사례…“도로 가스누출” “집 수도관 파열”

요진건설 공사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제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보자는 자신의 집이 공사장과 맞닿아 있어 소음과 진동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6미터 높이의 가림막이 설치된 후 햇빛이 차단됐다고 호소했다. 또한, 분진과 소음으로 인해 창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면서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생겼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한번은 발파 공사와 천공 공사가 진행될 때 심한 진동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도관이 파열돼 사비로 수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또 다른 피해 사례도 제보됐다. 염리동 85-10번지에 거주하는 제보자는 CIP 공사가 집에서 불과 5미터 거리에서, 발파 공사는 약 60미터 거리에서 진행되면서 집 외벽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벽돌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주장했다. 또한, 2개월 전에는 집 앞 도로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를 지나가던 시민이 초인종을 눌러 신고해 사고를 알렸다.

당시 마포소방서와 서울도시가스 관계자가 출동해 점검한 결과, 실제로 가스 누출이 확인되었다. 수리를 맡은 서울도시가스 관계자는 ”가스관 이격이 발생해 수리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가스관 이격이 공사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서울도시가스, 서울시, 마포구 어느 기관도 추가적인 원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염리동 85-10번지의 제보자는 ”CIP 공사와 발파 작업이 진행될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이 가스 누출이었다. 사고 발생 며칠 전에도 가스 안전 점검을 요청했는데, 결국 가스관 문제가 발생했다. 매일같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 주민 이주·보상 논의 없이 강행된 공사…“정상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해달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말이 주민들로부터 나온다. 현재까지 요진건설이 짓고 있는 청년주택(염리동 85-2번지)과 맞닿은 염리동 85-10, 12, 14번지는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으로,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인접한 세 채의 주택을 남겨두고 공사가 진행된 것도 특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주택의 매입이나 보상에 대한 논의는 시행사인 마스턴운용사나 시공사인 요진건설, 청년주택 관련 담당인 서울시와 마포구청 등 어느 곳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 청년주택 관계자는 보상과 관련해 “공사장과 맞닿은 주택의 주민들이 민원을 많이 제기하고 있지만, 민원인들에게 보상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청년주택의 시행사는 부동산 투자회사인 마스턴운용사의 계열사다. 해당 부지는 원래 KT 소유였으며, 이후 인·허가는 마스턴운용사가 받았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기 전, KT가 소유하고 있던 시점에서 인근 주택들의 매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주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미 매각된 부지로, 현재 KT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의 KT 부지는 공사장 적재물이 쌓인 염리동 85-30, 31번지와 KT 분기국사가 있다.

주민들은 “공사 전 이주나 보상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공사 중 발생한 피해도 자비로 복구해야 했으며 보상 받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또한, 주민들은 가림막과 타워크레인이 최소한의 생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서울시와 마포구가 주민들의 반복적인 민원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인 조치만 취할 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청년주택과 주민센터 등을 기부채납받은 만큼, 요진건설 공사로 인한 주민 불편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포구 염리동 85-2 청년주택 신축공사는 마스턴 계열 부동산투자회사가 시행하고 요진건설이 시공을 맡아 진행 중이다. 이 공사는 지하 4층, 지상 16~17층 규모의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로 건설되며, 총 499세대 중 약 70세대가 서울시 청년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두 개 층 규모의 주민센터 공간도 마포구에 기부채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