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10번지의 대문 앞 도로가 가스 누출 사고 발생(2024년12월19일 신고) 이후 복구 작업이 된 도로(왼쪽), 주변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염리동 85-2번지 청년주택 공사 현장(오른쪽). (사진=손기호 기자)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2번지 청년주택 건설 현장 인근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0일 소방당국과 도시가스 업체,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9일 밤, 공사 현장과 맞닿은 염리동 85-10번지 대문 앞 도로에서 도시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이 신고하면서 소방당국과 서울도시가스가 출동해 긴급 조치를 취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던 마포소방서 조사팀 이승재 팀장은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며 "처음에 대기 중에서는 검출이 안됐는데, 이어서 아스팔트 도로의 크랙 부분에 검출기를 댔더니 미세하게 가스가 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서울도시가스도 현장에 나갔다. 서울도시가스 강북지사 이정웅 팀장은 "밤에 신고가 접수돼서 순찰조가 출동했고 확인 결과 미세 누출이 확인돼 긴급히 보수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근처 청년주택 공사 현장에서 발파 작업과 CIP(현장타설 콘크리트 말뚝) 작업 등 강한 진동이 발생했다. 이후 가스 누출이 확인된 만큼, 두 사건의 연관성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은 공사장의 진동이 가스관 손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빠른 원인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만약 공사 영향으로 가스관 손상이 발생했다면, 추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공사장과 집이 바로 맞닿아 있어서 발파 작업이나 CIP 작업 때 큰 진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는데, 집 앞에 도로에서 가스누출까지 생겨 불안하다"고 했다. CIP는 ‘현장타설 콘크리트 말뚝’ 작업으로 땅을 깊이 천공한 후 콘크리트를 채워 지반을 보강하는 공법이다. 신고자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됐다.
주변 공사에서 강한 진동이 발생한 가운데, 가스관 손상의 원인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도시가스 측은 가스관 이음구 손상의 원인을 아직 특정하지 못했으며, 추가적인 조사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서울도시가스 이 팀장은 "이음구가 벌어지면서 가스가 새어나왔다"고 설명했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기가 어려워 원인 미상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가스 사고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이번 가스 누출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 신고 접수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보통은 소방서에서 가스 누출 신고가 접수되면 가스안전공사에도 알리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스안전공사가 현장 조사에 참여했다면 가스관이 노후된 것인지, 이음구가 벌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신고 접수가 되지 않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사고 이후 가스관 점검과 복구 작업은 모두 서울도시가스 단독으로 진행됐으며, 가스안전공사나 다른 기관의 별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스관 이음구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이는 가스관 안전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 "가스누출 신고 바로 전날부터 심한 어지럼증 등 증상 나타나"
가스 누출 신고를 한 주민과 그의 아내는 12월18일부터 어지럼증과 체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신고자는 "저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체한 것처럼 느껴서 소화제를 연이어 먹었다"면서 "또한 천장이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신고자의 아내도 "방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지러움을 느꼈다"며 "처음엔 둘 다 혈관에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고 했다. 둘 다 평소에 병이 없었고 건강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날인 12월19일까지도 계속됐다고 했다. 신고자의 아내는 "다음 날에도 어지럽고 체한 것 같은 느낌이 계속됐다"면서 "이날 밤 11시경에 지나가는 20대 후반 청년이 초인종을 누르고 '집 주변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고 알려줘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고, 어지러운 게 가스 때문일 가능성을 의심했다"고 했다.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10번지의 대문 앞 도로가 가스 누출 신고( 2024년12월19일) 다음날 복구 작업이 된 후 모습(왼쪽 빨간원). 서울도시가스 관계자가 만약의 사태를 위해 12월19일 밤 뚫어놓은 구멍(오른쪽 사진의 작은 빨간원). 가스누출 지점과 신고자의 집 화장실 창문과 직선 거리는 2~3미터 정도다(파란원). (사진=손기호 기자)
가스가 누출된 사실이 확인된 후, 신고자는 자신과 아내가 겪은 증상이 가스 중독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스가 누출된 도로와 피해 주민의 화장실 창문 사이는 불과 2~3미터 거리였다. 주민은 평소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었으며, 이를 통해 가스가 실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신고자는 "처음에는 서울도시가스에서 가스 누출 지점을 정확히 찾지 못했지만, 서울 소방이 정밀 탐색 장비를 활용해 가스가 새어나오는 위치를 정확히 찾아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도시가스는 야간에는 복구 작업이 어려워 가스를 분산시키기 위해 도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었다. 또한, 추가적인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밤새 현장을 감시했다. 다음 날인 12월20일, 서울도시가스 측은 포크레인을 이용해 도로를 굴착했고, 가스관이 위치한 지점을 확인한 후 교체 작업을 진행했다.
신고자는 "작업하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스관이 노후가 된 것 같지는 않았다"며 "서울도시가스와 근처 청년주택 건설을 맡고 있는 요진건설 관계자가 함께 현장에서 가스관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가긴 했지만, 이후 요진건설이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서울시도, 마포구도 가스누출 인지 못해… 후속 조치도 제대로 안이뤄져
문제는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이번 가스 누출 사고를 즉각적으로 인지하지 못했고, 가스관 이음구가 벌어진 원인 파악이나 추가적인 안전 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포구청 맑은환경과 기피시설관리팀 관계자는 "12월19일 서울도시가스로부터 염리동에서 가스 관련 작업을 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 같지만, 이를 정확히 기록하거나 현장 확인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이 관계자는 "서울도시가스에 다시 확인해 보니 가스 누출이 없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결국 마포구청은 가스 누출이 없었던 것으로 오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울도시가스 측은 "가스가 누출된 것이 맞다"고 밝혔으며, 복구 작업도 진행돼 현장에는 도로 복구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시도 가스 누출 사고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했다. 서울시 청년주택 담당자는 "청년주택 공사는 마포구청이 대부분 관리하고 있다"면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면 관련 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1994년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로 대규모 피해를 겪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행정당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가스누출서 65미터 공사장 현장서 발파 작업…"진동에 심장 크게 두근거려"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기 전, 바로 주변인 염리동 85-2번지 청년주택 공사장에서는 발파 작업이 진행됐다. 이곳에서는 요진건설이 시공을 맡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요진건설은 2024년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발파 작업을 실시한다고 사전에 안내장을 배포한 바 있다.
발파 작업이 진행된 시점은 가스 누출 신고가 접수된 2024년 12월 19일보다 약 2개월 전이었다. 이 기간 동안 공사 현장에서는 여러 차례 발파 작업과 CIP(현장타설 콘크리트 말뚝) 작업이 이루어졌으며, 작업 때마다 강한 진동이 발생했다.
안내장에 명시된 발파 작업 지점은 가스 누출이 발생한 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65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신고자는 "발파 공사나 CIP 공사가 있을 때마다 집 안이 심하게 흔들렸고, 그 충격으로 인해 타일 조각이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자의 집 곳곳에서는 균열이 발견되었으며, 주차 공간 벽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집 뒤편의 문도 손상됐다. 신고자는 "특히 외벽 2층 부근에도 금이 가 있는 것이 보였고, 진동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신고자와 그의 아내는 "발파 공사나 CIP 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강한 진동이 지속적으로 느껴졌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불안했다"고 호소했다.
지난 3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염리동 85-10번지는 요진건설의 청년주택 건설 현장인 염리동 85-2와 벽을 사이에 두고 거의 맞닿아 있었다. 건물 뒤편으로 가는 문도 떨어져 있고(오른쪽 사진), 주차 공간 벽면도 금이가고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왼쪽 빨간원). 제보자는 벽을 사이에 두고 바로 맞은편에서는 CIP 공사 등이 이뤄져 진동이 크게 전달됐고 공사 이후 이러한 일이 생겼다고 했다. (사진=손기호 기자)
지난 2024년12월19일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점(왼쪽 작은 원)과 염리동 85-2 청년주택 건설 현장의 거리를 나타낸 지도. 제보자의 집과 약 20m 거리에서는 CIP 공사 등이 이뤄졌다고 하고, 약 65미터 지점에는 누출사고 신고일 2개월 전인 2024년 10월 14~18일 기간에는 발파 공사가 이뤄졌다고 했다. (사진=네이버 지도)
■ "소음 측정 때마다 공사 멈춰"…"요진건설, 4회 이상 과태료·행정지도"
특히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진동과 소음 측정을 요청했으나, 측정이 이루어지는 동안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했다.
신고자는 "CIP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집 대문 근처에서 머물며 현장을 주시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원 접수 후 구청 관계자가 소음 측정을 위해 방문하면, 측정 시점마다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소음이 줄어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신고자는 또 "공사와 무관한 방문자가 있을 때도 공사가 중단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마포구청 대기질관리팀 공무원도 여러 차례 주민의 민원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이 공무원은 "소음 측정을 위해 방문했으나, 측정 당시 공사가 중단되거나 소음이 감소해 민원인이 다시 측정할 것을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사 소음 측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됐지만, 일부 측정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도 확인됐다"면서 "이에 따라 해당 건설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행정지도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청년주택을 시공하는) 요진건설은 4차례 이상 소음 기준 초과로 인해 과태료와 행정지도를 받았으며, 일부 공사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밝혀지지 않은 가스관 이음구 손상 원인…추가 조사 필요성 제기
현재까지 서울도시가스 측은 가스관 이음구 손상의 원인을 특정하지 않았으며, 추가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에는 일대 주변을 가스 누출 탐색 차량을 통해 확인했을 때 다른 곳에서는 가스 누출 현상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도시가스 측은 기존과 동일하게 3개월마다 정기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마포구청은 주민들의 반복적인 피해 호소에도,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된 추가적인 안전 점검이나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마포구청은 공사장의 소음과 진동 측정을 실시했지만, 주민들은 가스 누출 이후에도 추가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마포구 기피시설팀 관계자는 "가스 냄새가 또 나면 신고해달라"고만 했으며, 향후 가스 안전 점검 계획에 대한 별도의 조치는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방문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스관 이음구가 벌어져 가스가 유출된 원인에 대해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민들은 요구했다. 특히, 공사장에서 발생한 강한 진동이 가스관 손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