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건설사 로고와 신사업 관련 AI 일러스트. (사진=생성형AI, 뷰어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2025년 1분기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 일부 기업은 원가율 개선과 분양 매출 본격 반영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고원가 사업장 정리 지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올 1분기 실적 선방…DL이앤씨ㆍHDC현산ㆍGS건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2% 늘어난 89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1조8818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전망된 이유는 원가율이 높은 프로젝트 대부분이 종료되며 수익성이 개선된 점이 실적 호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플랜트 부문 성장과 지난해 1분기 대손비용 반영에 따른 기저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자회사 DL건설의 매출 감소도 본사 실적이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DL이앤씨가 2300억원 규모 에쓰오일 열병합 발전소를 수주했다. 에쓰오일 공장 전경. (사진=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은 분양 매출 반영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영업이익이 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44.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원아이파크시티와 서울원아이파크의 입주 매출이 본격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원아이파크는 금액 기준 계약률이 90%를 돌파하며 매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건축 부문 비용 증가로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는 자체사업의 수익성이 회복되며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S건설도 실적 개선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GS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906억원, 매출은 3조15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8.5%, 2.7%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이전 착공된 고원가 주택 현장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원가율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충북 음성, 아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분양률 우려가 있었지만, 준공 시점까지 미분양 해소가 가능할 것이란 내부 판단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L이앤씨, GS건설 모두 고비용 프로젝트 종료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대형사 중심의 회복 흐름이 분기별로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건설사 실적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 역량이며 자금조달 능력과 원가통제 전략이 향후 수익성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올 첫 분기부터 부진 예고…삼성물산ㆍ현대건설ㆍ대우건설
반면, 삼성물산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한 9조7855억원, 영업이익은 6.4% 감소한 6598억원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부문 실적은 9.8% 감소한 3040억원으로, 하이테크 및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마무리가 실적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에서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을 확대 중이지만, 단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건설·상사 등 전통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자 관점에서도 신사업 매출 가시화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에너지 미션 컨퍼런스' 현장에서 에스토니아 민간 원전기업 ‘페르미 에네르기아(Fermi Energi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정은 원전영업팀장(상무, 오른쪽), 페르미 에네르기아 칼레브 칼레멧 최고경영자(CEO). (사진=삼성물산)
현대건설은 고원가 현장과 PF 부담, 자회사 이슈까지 겹치며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3% 감소한 1874억원, 매출은 11.8% 줄어든 7조5405억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변동성도 여전히 불안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원가율이 높은 프로젝트들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고 있어 분기별 개선 가능성은 있지만, 뚜렷한 반등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도 지방 미분양 확대와 금융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1분기 영업이익은 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감소, 매출도 2조1696억원으로 12.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체코 원전 수주 등 해외사업 확대 가능성이 존재하나, 국내 주택사업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어 실적 반등을 위해선 해외 신규 수주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삼성E&A도 실적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 매출은 2조3250억원, 영업이익은 1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 16.0% 감소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P6 공장 등 비화공 부문 대형 프로젝트의 착공 지연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화공 부문에선 말레이시아 SAF(지속가능항공유) 프로젝트 등 대형 수주 성과로 하반기 기대감이 살아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사들의 실적 회복 여부는 분양시장 회복과 정부 정책 방향, 원가 구조 개선 속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최근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원책 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추경 편성이나 주택 공급 확대, 지역 SOC 투자 등이 가시화될 경우 건설사 실적 반등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하나증권 김승준 애널리스트는 "PF 금리 인하와 고원가 프로젝트 정리로 하반기부터는 주요 건설사의 이익 레벨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며 "SMR, 친환경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도 건설사의 중장기 성장성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