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고층 빌딩을 짓는 공사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타워크레인이 넘어지거나, 타워크레인으로 실어 이동하는 건축자재물이 바닥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대형 인명사고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 특히나 그 설치, 운전, 해체 작업에 고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타워크레인의 설치, 운영, 해제에 관하여 자격조건과 등록에 관한 규정을 엄격히 두고 있다. 건설기술진흥법에서도 건설공사 이전에 타워크레인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인허가기관의 장에게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46조에서는 크레인을 운영할 경우 안전을 위해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 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크레인 작업시의 조치 규정까지 두고 있다.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의 타워크레인(사진=연합뉴스)
허가를 받아 정당하게 수행하는 건설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안전조치에는 면밀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허가받지 않은 장소인 건설현장 밖으로 넘어가는 크레인의 운영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처벌규정이나, 안전관리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어 문제다.
실제로 타워크레인의 지브가 길기 때문에 허가받은 건설현장의 범위를 넘어 주택가나 학교를 침범하기도 한다. 또 인양물이 주택이나 학교 위를 지나가서 두려움에 떠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하여는 현재 엄격한 규제나 적절한 보상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민법 제212조에 의하여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치고, 그 토지 위의 주택만이 아니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주택 위의 상공에도 토지의 소유권이 미친다. 따라서 크레인의 지브가 타인의 토지 상공을 지나가는 경우 그 범위에 따라서 그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그 상공을 사용할 정당한 권원이 없음에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므로 사용 부분의 임차료 상당의 부당이득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기계관리법 제33조 제2항은 건설기계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에게 주택가 주변의 도로나 공터 등에 건설기계를 세워두어 교통을 방해하거나 소음 등으로 주민의 조용하고 평온한 생활환경을 침해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제3항은 건설기계를 계속 버려두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타인의 토지에 버려두어서는 안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시 처벌규정은 제3항에 대하여만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크레인이 타인의 주택 상공을 침범하거나 학교의 상공을 침범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처벌규정이 없다고 하여 적법한 행위인 것은 아니다. 명백히 타워크레인이 주택가를 침범하는 것은 그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을 침해할 수 있고, 주거권을 침해하여 정신적 손해를 발행하게 할 수 있으며, 소음이나 진동과 수반하여 피해를 입히는 경우 재산상의 손해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처벌규정만 없는 것이지 민법과 헌법에 보장된 타인의 소유권, 주거권 등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크레인의 주택 상공 침범, 학교 부지 침범 등에 대하여는 안전관리 규정이나 그에 따른 처벌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음은 지나치게 건설사 편의적인 조치이며,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이에 조속한 입법을 통해 불법적으로 주택이나 학교의 상공을 침범하여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지훈 변호사는 비욘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다. 사법시험 57회 출신으로 사법연수원 47기를 마치고 과천주공7단지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 정비사업 법률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정비사업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