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1월 신동아건설에 이어 2월엔 삼부토건, 안강건설이 잇달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악화,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심각한 재정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법정관리 신청이 있을 수는 있지만, 줄도산까지는 아닐 것”이라면서 “정부의 발주, 추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강개발이 시행하고 안강건설이 시공한 '판교 디오르나인' 조감도 (사진=안강건설)
■ 올해 1월 신동아, 2월 삼부토건·안강건설 법정관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번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안강건설(시공능력 138위)은 성곡동 물류센터 공사비 회수 문제로 경영난을 겪어왔다. 이로 인해 지난 24일 안강건설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법원은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으며 이는 회생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안강건설의 재산에 대한 강제 집행을 금지하는 조치로, 채권자들이 강제 회수를 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시공능력 평가 71위인 삼부토건도 같은 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경영 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신청 사유로 밝혔다. 삼부토건은 2015년에도 재무구조 악화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2017년에 회생절차를 졸업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재무 악화로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삼부토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6% 늘었다. 부채비율도 838.5%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주가 급등을 경험했으나,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경영난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안강과 삼부토건뿐만 아니다. 앞서 신동아건설(시공능력 평가 58위)도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동아건설은 60억원 규모의 어음을 갚지 못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같은 달 대저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북 지역의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연쇄적인 재정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 부동산 PF 시장 악화·공사비 상승…건설업 전반 위기?
중견 건설사들의 잇단 법정관리 신청은 건설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주요 자금조달 방식인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시행사가 금융사에서 자금을 빌리는 구조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인해 PF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건설 투자가 전년 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은 PF 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금리가 오르고 금융사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PF 대출이 막히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금리는 평균 연 6.63%로, 2023년 말 대비 0.68%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대출금리와 수수료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금융사들이 PF 사업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익성이 보장되는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PF 대출 승인이 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사비 상승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건설 원가가 증가했지만, 이를 분양가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 “추가 법정관리 있을 수 있지만, 줄도산까진 아냐”…“정부 발주·추경 필요”
전문가들은 ‘줄도산 위기설’까지는 아니라고 봤다. 시장이 어려워서 앞으로 추가적인 법정관리 업체가 나올 수는 있지만, 건설사 전체의 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월 위기설’은 아닐 것”이라며 “3년 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호경기였던 시장 상황에서 과도하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리스크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한 일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를 업계 전체에 대한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은 지역 수요가 충분치 못하거나 공급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부각되는 상황이지만, 이런 미분양물량은 지난 몇년간 추진된 사업들임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미분양은 호황이었던 주택시장이 미국 기준금리같은 갑작스런 외부요인의 영향으로 꺾이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당분간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고, 일종의 과도기로 생각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줄도산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지금 몇년간 어려운 건설경기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앞으로도 어려운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공사비 상승과 이에 따른 수익 하락과 수주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기업이 나오는 것은 전형적인 모습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발주를 늘리고 공사가 실제로 돌아가서 업체들에 자금 매입이 돼야 할 것”이라며 “올해 예산이 작년보다 9000억원정도 감소한 상황인데, 하반기에 추경을 통해서 내수 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