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목·건축업 면허 1호 기업인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 24일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신동아건설, 2월 대저건설에 이어 또다시 중견 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업계 전반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기업회생절차 신청 사유로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을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838.5%에 달하는 등 심각한 재무구조 악화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부토건 CI (사진=삼부토건 홈페이지)


■ 경영난 지속, 연이은 적자와 자금난…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삼부토건의 재무 상태는 지난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2023년 3분기 기준 연결 당기순손실은 830억원으로, 전년 동기(-354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늘었다.

2023년 상반기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8월 삼부토건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직원 급여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게 됐다.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은 최근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지난 1월6일 신동아건설(시공능력평가 58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같은 달 16일에는 경남 지역 2위 건설사 대저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특히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대부분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중견 건설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1947년 설립돼 63빌딩을 시공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부토건 역시 1955년 설립된 국내 대표적인 토목·건축업체로 경인·경부고속도로, 서울지하철 1호선 등의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의 자금 경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중견 건설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연쇄적인 법정관리 신청의 이유로 봤다.

■ 건설업계 위기, 확산 가능성…“건설사 자금난 해소 방안 시급”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을 두고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신동아건설, 대저건설에 이어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 신청이 줄을 잇고 있으며, 추가적인 기업 회생 절차 신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융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축소로 인해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 경색과 미분양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중소, 중견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긴급 유동성 지원이나 공공사업 확대 정책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연쇄적인 법정관리 신청이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과 고용 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산업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융권과 협력해 건설사의 자금난을 해소할 방안을 검토하고, 또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