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건설이 시공한 63빌딩 전경. (사진=손기호 기자)
63빌딩을 지었던 중견건설사 신동아건설이 자금난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동아건설과 연계된 중소협력사는 25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지급보증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토부는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는 “이번 신동아건설 사태와 같은 상황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올 하반기 금리 인하가 되면 건설 경기도 살아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 신동아건설, 긴박하게 기업회생 신청…국토부 “협력업체 피해 모니터링”
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의 협력업체는 25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번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로 협력업체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협력업체가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 등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신동아건설은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이여진 부장판사)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말 만기인 60억원 규모 어음을 막지 못하면서 기업회생까지 이르게 됐다. 2023년 말 기준 부채는 798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28.75%에 달했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억원에 불과했다. 이 건설사는 지난 2010년에도 워크아웃을 신청해 2019년 졸업했지만, 이번엔 워크아웃을 건너뛰고 곧바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만큼 긴박했다는 말이다.
다만 국토부는 협력업체가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보고 있다. 신동아건설은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2800억원 규모의 하도급 대급 지급보증을 제공받고 있어서다.
또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때와 달리 협력업체 등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줄도산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신동아건설의 협력업체가 250여개라면, 태영건설은 580여곳이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규모도 태영건설은 60곳이었다면 신동아건설은 13곳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신동아건설은 태영건설과 달리 PF를 담보로 하는 기업어음인 ‘PF-ABCP’ 등 회사채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나 시행사에서는 이를 자금조달 창구로 쓰고 있는데, 이는 태영건설 사태 등의 주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 건설업계 전반 미분양·공사비 증가로 부채 늘어…“올 상반기까지 어려워”
하지만 건설업계 전반에서는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동아건설의 이번 자금난에 이르게 한 이유가 업계 전반의 공통 사안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시장 침체가 이 상황을 만들었다.
앞서 신동아건설은 지난해 2월 금호건설과 공동 시공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를 비롯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파밀리에 엘리프 사업장 등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분양시장 침체에 공사비까지 상승하면서 유동성 위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6.1% 늘어난 1만8307가구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1만8560가구) 이후 4년여 만에 최대치다. 미분양으로 공사비 회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공사비는 올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020년 8월 99.4에서 지난해 10월 130.32로 31.1%로 상승했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건설 비용이 크게 늘었다.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커졌다.
이 때문에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5조48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감원이 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지난 2019년 9월말 14조3000억원대에 비해 77%가량 늘었다. 대출 연체 규모도 지난해 9월 말 1041억원으로 전년 832억원 대비 약 200억원 증가했다.
시평 30위권 내 건설사 중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이 적정기준인 200% 이상인 곳은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견, 중소건설사들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서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있을 수도 있다”며 “금리나 부동산 시장이 개선될 수 있는 지표들이 바로 변화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위원은 “신동아건설과 같은 중견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은 건설사들에 대해 신용 평가할 때 더 면밀히 볼 수가 있다”며 “올 상반기에 자금조달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박 연구위원은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와 이로 인한 부동산 시장 수요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