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노조와의 갈등, 직장 폐쇄, 구조조정 등 내부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부과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철강 시장의 불확실성에 노사 갈등이 더해져 해결의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12일 0시(미국 동부 표준시 기준)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은 쿼터제에 따라 연간 263만t의 수출물량에 대해선 무관세를 적용받아 왔지만, 이번 관세 조치가 시작되면 한국산 제품 가격은 25% 뛰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하게 될 비용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트럼프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건설 고려" 자랑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은 한국 기업들의 동향을 관세 효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지목된 기업이 현대제철이다. 지난달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됐다”고 소개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를 유력 후보지로 검토하며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한 관세 회피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업적이 된 현대제철이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않다. 미국 철강 공장 건설은 국내 생산 축소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어 노조의 반발은 더 커진다. 현대제철 노사는 성과급과 임금 협상을 두고 심각한 대립을 이어왔다. 노조는 기본급 500%와 18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기본급 450%와 1000만원을 제시하며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당진 공장에서 파업을 단행했고, 사측은 생산 차질을 이유로 직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직장폐쇄공고문 (사진=연합뉴스)
포항 공장에서는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당진·인천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를 진행하고 있다. 포항 공장은 건설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봉형강(철근)을 생산해왔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가동률이 급감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봉형강 판매량은 540만1000t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포항2공장의 축소 운영이 결정되었다. 사측은 “정상 가동을 위해 노력했으나 어려운 철강 경기 속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실적 개선 및 반덤핑 제소 효과로 수익성 강화 예상···노사 갈등 해결돼야
증권가는 중국의 철강 감축과 보호무역 기조 강화가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NH투자증권은 “중국산 철강재의 수출 감소는 국내 철강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며 특히,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현대제철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현대제철은 저가 수입 철강재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반덤핑 제소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이어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제소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의 잠정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향후 열연강판에 대한 추가 조치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노사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현대제철이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생산 및 수출 다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이 내홍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