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 보령 대표. 사진=보령

젊은 패기를 앞세워 보령의 변화를 이끌던 보령가(家, 구 보령제약) 3세 김정균 대표가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우주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보령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주도했던 김 대표가 그룹 핵심 축인 제약사업까지 총괄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진짜 경영 시험대'에 오른 김 대표는 이제 막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한 보령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김정균·장두현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김정균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김 대표가 보령 대표에 오른 것은 지난 2022년부터였지만, 제약 사업을 총괄하는 장 전 대표와 우주 사업 등 신사업을 발굴하는 김 대표의 각자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단독 대표 체제로의 변화에 앞으로는 김정균 대표가 보령의 제약 사업까지 총괄하게 됐다.

1985년 생인 김 대표는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로, 삼정KPMG에서 근무하다 2014년 보령제약에 합류했다. 이후 김 대표는 전략기획팀, 생산관리팀, 인사팀장 등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친 뒤 2017년 1월 지주사 보령홀딩스 사내이사 겸 경영총괄로 적을 옮겼고 2022년 보령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12년차에 잡은 홀로서기 지휘봉, 보령 3세 경영체제 본궤도

업계는 보령 입사 12년 차에 홀로서기에 나선 김 대표의 올해 성적표가 진정한 경영능력을 평가하게 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그룹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김 대표가 '젊은 오너'의 특성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실제 김 대표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미국 미시건대학 산업공학 전공을 졸업한 이후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사회행정약학 석사를 마친 '엘리트 교육' 덕분인지 시대 흐름을 읽는 모습도 보였다. 보령그룹의 사업영역이 1·2세와 다르게 보수적 색채에서 벗어나 혁신과 도전으로 확대된 것도 김 대표가 경영에 합류한 이후부터다.

경영혁신을 주도하면서도 본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고혈압 치료제인 카나브 패밀리의 시장 확대, 항암 부문 독립과 LBA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의 성장과 필수 의약품 생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등을 이끈 주인공이다.

이 때문에 관련 사업에 대한 김 대표의 경험이 향후 보령의 제약사업부문에 대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 것이란 업계 기대감이 높다. 실제 지난 2022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보령은 꾸준한 성장세다. 취임 첫해인 2022년 보령은 매출 7221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엔 8596억원으로 전년보다 13%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조171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조 클럽입성에 성공했다. 이 같은 실적 상승세는 자체 개발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와 항암제, 코프로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성장으로 이뤄진 결과란 회사측 설명이다.

◆경영 혁신·도전으로 존재감 UP, 경영능력 시험대도 '청신호'

김 대표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약 부문 외형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카나브 패밀리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카나브는 2011년 국산 15호 신약으로 개발된 고혈압 신약으로 보령은 카나브 출시 이후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 아카브, 듀카브 플러스 등 다양한 복합제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매출 역시 2021년 1000억원대를 돌파했고 지난해 18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보령은 올해와 내년 카나브 패밀리 4종을 추가로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LBA(Legacy Brand Acquisition) 전략을 통한 항암제 사업 역시 확장해 나간다. LBA 전략은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시장 점유율이 높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해 시장 입지를 굳히는 방법으로 지난해 젬자, 알림타, 온베브지 등을 인수해 항암제 부문 매출 성장을 이뤘다. 또한 보령은 현재 Onco(항암)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부문’ 급으로 항암제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보령이 유일하다.

제약사업 이외에도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우주사업 성과에도 이목이 쏠린다. 보령은 지난해 말 대만 제약사 로터스와 최소 5년 동안 유지되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CD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생산은 세포독성 항암 주사제 EU-GMP 인증을 획득한 보령 예산공장 내 항암주사제동에서 진행된다.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경구제 EU-GMP 인증도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우주사업 역시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보령은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스페이스에 총 6000만달러(약 810억원)를 투자했다. 보령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튜이티브머신스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뛰어든 우주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라며 "김 대표 단독 경영체제에 들어선 만큼 그간 축적해온 경영 역량을 펼쳐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