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필요한 자원을 중국을 포함한 한나라에서만 80% 넘게 수입에 의존하며, 그 품목은 무려 3900여개에 달한다. 지난 몇 년전부터 최근까지 미국, 중국, 일본과의 민감국가 지정, 요소수, 반도체부품의 수출규제 등에서 나타난 글로벌 공급망 혼란으로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이슈를 객관적 시선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2025년 1월 14일 미국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가 한국을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지정하였으며, 4월 15일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였다.
그럼, 왜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였을까. 그 이유는 첫째, 한국이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미국의 잠재적 경쟁요인의 우려 때문이다. 둘째,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핵무기 개발 그리고 북핵위험의 심화 등 국제 정세가 급변함으로써 한국의 핵무장론 등의 빈번한 발언과 2024년 12월 3일 계엄포고령 발표와 탄핵으로 한국의 신뢰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민감국가 효력이 발생한 순간부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첫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원자력 등 첨단기술 등 공동연구 협력에 제한 받는다. 둘째, 미국의 정보공유의 제약이 있고, 방문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자유로운 교류에 제약이 있다. 셋째, 민감국가 지정이 한미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의 첨단 기술산업, 경제안정성, 외교적 신뢰도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안보와 관련된 연구협력체에 엄격히 제한된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2025년 1월 20일 정권을 이양받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민감국가 취소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과의 무역관세 및 방위비,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 조선산업 투자 등 협상에서 민감국가 지정 문제에 대해 한미외교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대통령이 부재인 상태에 있기 때문에 국내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다. 그럼 우리나라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한미간 외교통로를 개발하여 정치, 외교, 산업, 정보, 민간 등 다측면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나라는 독자적 R&D 비용을 확대하여 독자적 첨단기술을 개발하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미국 외 유럽, 인도, 중국, 러시아, 남미 등 국가들과 무역 및 투자협정을 확대하여 수입선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민감국가 지정으로부터 타격이 적다.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의도적이며, 일방적, 강압적이면서 한국에 대한 다목적용 압박카드로 사용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교적, 통상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미국은 한국을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동맹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과 경쟁국 관계로서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강력한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민감국가 지정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과 동맹의 신뢰성 확보, 우리나라의 산업공급망의 다변화, 기술자립과 R&D, 금융안정화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규제 사례도 있다. 중국의 해관총서(힌국의 관세청 해당)가 2021년 10월 13일 요소수의 원재료인 요소의 수출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요소수는 약 32.5% 요소와 67.5%의 탈염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요소수는 EU의 배출가스 기준과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젤차에 넣어 활용하고 있다.
요소생산은 석탄원석을 채취해 정제하면서 불순물을 제거할 때 나오는 불순물 중에서 요소를 채취한다. 그런데 중국은 세계 절반에 해당하는 석탄을 생산하는데, 그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2021년 중국 내 석탄생산이 부족해지자 중국 정부는 석탄과 더불어 요소 등 물질의 생산과 수출을 통제했다.
요소수는 디젤자동차 운행에 필수적인데 우리나라는 요소수 97%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중국의 요소수 수출금지가 한국의 요소수 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전국 화물차의 정지로 물류대란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요소수 부족현상이 장기화될 때, 농작물, 일반생필품, 의약품 등도 운반할 차량이 없어 농작물의 부패와 생산된 생필품의 유통 불능으로 소매점포 물품의 품귀현상이 발생한다. 마침내, 2021년 11월 3일 부산과 인천 항만 화물차들이 운행을 중단하기 시작했으나, 2022년 2월 이후 요소수 공급사태는 4개월여 만에 정상화 되었다.
이후 2023년 9월 7일 중국이 다시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윤석열 정부는 충분한 요소수 재고가 있다고 하였지만 현장에서는 가격 상승과 품절 현상이 발생하였다. 2차 요소수 대란은 2021년과 달리 파급력이 그리 크지 않았고, 불안심리로 인한 사재기로 포장제품이 품귀현상을 빚은 데 반해 요소수 주입기를 설치한 곳에서는 공급에 큰 문제가 없었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규제는 요소수의 주 원료인 석탄의 중국내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인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요소수 수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와 같은 1차, 2차 요소수 사태는 궁극적으로 국가 물류시스템 및 경제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국에 의존하는 단일공급망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소수의 국내생산 재개와 중국과의 요소수 공급 확약, 그리고 글로벌 다변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요소수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며, 해외의 단일공급망의 집중적인 통제와 국내요소수 유통관계 법률 검토를 통해 심각한 물류공급망 혼란을 정비해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사례도 있다. 2019년 7월 1일 일본정부(경제산업성)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불산,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해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였고, 7월 4일부터 수출규제를 시행하였다. 아울러 백색국가(white list) 배제는 7월 24일 의견수렴을 후에 2019년 8월 2일에 배제하기로 결정하였다.
표면적 배경으로 양국신뢰관계 손상, 불화수소 북한 반출의혹, 한국의 수출관리 미비, 안보상의 이유 즉, 재래식 무기 캐치 올(Catch-all) 규제 신뢰저하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 역사적 사안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동원) 피해관련 대법원 배상 판결에 따른 사법적 사안에 대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규제라는 감정적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도 2019년 9월 WTO에 일본을 제소하는 한편 우리의 백색국가에 해당하는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였다. 결국,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정부의 의도적이며, 감정적인 조치로서 한국의 반도체 부품 공급망에 피해를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일본의 무역보복적 차원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완하고 글로벌 가치체인(GVC) 네트워크 구축, 중소기업의 육성으로 인하여 경쟁력을 확보하였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규제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2020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으며,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어 한국 산업 구조가 견실해지고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에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급속도로 증가하여, 오히려 일본은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 갈등을 겪던 한일 관계는 2023년 3월 14일-1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수출규제 해제를 위한 논의를 하였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 전범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해법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2023년 4월 24일 우리나라가 먼저 백색국가에 일본을 재지정 시행에 들어갔고, 2023년 4월 28일 일본도 한국 재지정 작업을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한국은 WTO 제소를 철회했고, 일본은 반도체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해제했다. 이로써 지난 2019년 7월 이후 지속돼 온 한일 수출규제 갈등이 4년 만에 해소되었다.
이러한 해제 조치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에게 위험요인으로 다가왔다. 수출규제 갈등 당시 국내 중소기업 반도체업체를 발굴하여 반도체 부품의 공급망을 확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여 수출규제를 무위로 그치게 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한일 수출규제 해제는 한국의 중소기업 지원 중단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공급망이 다시 무너지고, 일본 중소기업의 편의를 도모하는 친일적 대응을 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상의 3국 3건으로부터 초래된 다양한 형태의 공급망 파괴행위는 일시적으로 한국경제가 심각한 혼란상태에 빠지게 되어 공급망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 해법도 국가 및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과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명확하고 공격적으로 협상을 해야만 국익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요소수 수출규제는 중국 국내외의 상황에 따라 피치못할 상태에서 수출을 규제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사안이었다. 그리고 국내에서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수출규제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 경쟁력을 키워주고, 일본은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규제 해제를 먼저 양보할 필요성은 없었다.
■이제홍 교수는 조선대학교 대학원장, 경상대학장, 무역학과 교수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제e-비즈니스학회장, 한국통상정보학회장, 한국무역학회부회장, 무역금융보험학회 편집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무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한국경제성장의 성장기틀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물적, 인적, 기술적, 문화적 글로벌화가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제반 담론을 리뷰형식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