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AI 강국' 도약을 위한 범국가적 대전환을 추진한다.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을 바탕으로 AI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안의 부재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과학기술 신문명 시대, 인공지능 무한 경쟁 시대가 열렸다"며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 AI 정책의 핵심은 국가가 주도하고 민간이 함께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다. 국민·정부·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참여하는 국민펀드를 조성하고, AI 예산 비중을 늘려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세부적으로는 전국 단위 AI 데이터센터 구축,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5만개 이상 확보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다. 국내 중소기업·연구기관·스타트업 등도 고성능 AI 모델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또 국산 AI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 AI 반도체 투자, 에너지 고속도로 및 전력망 구축도 준비한다. NPU는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작업에 특화된 장치로, GPU보다 높은 효율로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형 LLM(거대언어모델)을 만들어 전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전 국민이 AI에 친숙해지고 능숙하게 활용하는 역량을 기르겠다는 의지다. AI 교육을 담당하는 디지털 튜터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AI 인재 양성 교육 확대, 연구개발(R&D) 및 벤처·스타트업 지원 예산 증액 등도 추진된다. ▲AI 단과대학 설립 ▲AI병역특례 부여 ▲한국형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강화 ▲반도체 전문 대학원 확대 등으로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한 AI 거버넌스 개편을 염두에 뒀다. 기존 대통령직속 기구인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역할을 강화,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한다. 또 대통령실에 AI정책수석실을 신설하고 국가 최고인공지능책임자를 임명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재원 마련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공약집에는 세부 예산 편성이나 사업별 우선순위 등은 명시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민간 AI 투자 금액은 약 1조8500억원에 불과한데, 수십 배 규모의 투자 유치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력 공급 대책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와 GPU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운영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병행하고 있어 원활한 전력 수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아울러 인재 양성 역시 단기간에 해결이 불가능한 구조인만큼 해외 인재 영입 등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컨트롤타워의 역할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기존 AI 주무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데, 과기부는 AI 산업 지원 및 R&D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범국가적 전환을 위해서는 국방·교육·사회·산업 등 전 부처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각 사업 간 충돌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부총리급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IT업계 관계자는 "현 공약대로면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 없지만, 추진 방안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변화를 위해서는 산업계와 조율을 통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