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올해 가을 분양시장이 전통적인 성수기 기대와 달리 위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9월에도 공급이 기대에 못 미쳤는데, 10월은 이보다 더 쪼그라든 모습이다. 전국 단위로는 일정이 발표돼 있지만 수도권 입주 물량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고,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분양 일정도 불투명하다. 공사비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이 움츠러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9월보다 더 쪼그라든 10월 분양…분양 성수기는 옛말
2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9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약 3만 가구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청약을 접수한 단지는 계획 대비 줄어들었고 주별로 보면 공급 공백이 뚜렷했다.
9월 셋째 주에는 전국에서 4개 단지 1749가구가 분양에 나섰는데 이 중 일반분양은 1449가구에 불과했다. 수도권에선 '철산역자이', '검단센트레빌에듀시티', 울산 '한화 포레나 울산무거' 등이 청약 접수를 받았지만 대규모 공급이 기대만큼 이어지진 않았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공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 조정이 잦고 대단지 위주의 공급이 줄었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선 체감할 만한 물량이 많지 않았다"고 봤다.
10월은 분양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맞다. 부동산R114 분양일정에 따르면 10월 분양 접수를 받는 곳은 9월에서 넘어온 물량이 대부분인 20여곳이다.
10월에는 시흥하중A4 신혼희망타운(공공임대), 힐스테이트 용인포레(민간임대) 등 확정 공고가 나온 단지 중심으로 접수에 들어간다.
9월에 이어 10월에 2순위 등 접수를 받는 곳은 15곳으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사직아시아드, 힐스테이트가야 1·2단지, 한화 건설부문 한화포레나울산무거, GS건설 철산역자이, 중흥그룹 중흥S클래스힐더포레, SM그룹 우방건설의 울산역폴리시아아이유쉘, 동일토건 아산탕정동일하이빌파크레인, HDC현대산업개발 상봉센트럴아이파크, 두산건설·BS한양 두산위브&수자인부평더퍼스트, 동부건설 검단센트레빌에듀시티(AB8) 등이다.
10월 접수를 받는 분양 물량 (자료=부동산R114, 정리=손기호)
정부가 6·27 대출 규제와 9·7 대책을 통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분양가 규제도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은 일정 확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비와 금융 비용이 높아졌지만 분양가를 올리기 어렵다"며 "일정을 강행하기보다 내년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 수도권 입주 물량 10년 만에 최저
10월에는 분양뿐 아니라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직방에 따르면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232가구로 전월(1만916가구)과 큰 차이는 없지만, 수도권만 따로 보면 단 1128가구에 불과하다. 이는 9월 5395가구 대비 79% 급감한 수준이다. 2015년 5월(1104가구) 이후 가장 적다.
서울에서는 신길동 대방역여의도더로드캐슬 46가구가 유일하고, 경기도 의왕 대방디에트르센트럴(492가구), 남양주 빌리브센트하이(250가구), 인천 계양구 인천작전에피트(34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반대로 지방 입주는 늘어난다. 10월 비수도권 입주 물량은 9104가구로 전월(5521가구)보다 65%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3672가구), 강원(2368가구) 등 대단지 입주가 지방 공급을 이끌 예정이다.
착공에서 입주까지 3~5년이 걸리는 건설 특성상 과거 착공 물량이 줄어든 것이 지금의 입주 감소로 연결됐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9·7 대책 이후 착공 흐름에 시차가 생기며 입주 물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기지역 택지지구 입주가 줄면서 수도권 전체가 줄었다. 신규 택지 개발이 위축되면서 대규모 입주가 빠진 것이다. 정부의 잦은 규제도 공급 위축을 부추겼다. 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심사 강화 등이 분양 단지들의 일정을 지연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 무순위 청약에 몰려…실수요자도 투자자도 '로또 청약'
분양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소위 '줍줍' '로또 청약'인 무순위 청약에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9월 송파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무순위 청약에는 단 3가구 모집에 4만8000명이 몰렸다. 분양가와 시세 차이가 약 2억원에 달하면서 경쟁률이 치솟았다.
10월에도 송파 위례, 고양 지축 등에서 무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어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거여동 송파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의 경우 전용면적 105㎡(6층) 1가구가 오는 29일 무순위 청약을 통해 공급된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8억9508만원. 지난 2019년 분양 당시 가격 그대로인데, 동일 단지의 비슷한 평수는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8월 18억가량에 거래됐다. 약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어서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도 뒤엉켜 몰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