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지배구조가 점차 개선되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밸류업으로 이어지면서 앞서 거버넌스 개혁을 진행한 일본과 같은 증시 우상향 흐름이 국내에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19일 키움증권은 보고서에 따르면 3차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임 시 3% 룰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법적 강제력을 가진 하드 룰(Hard Rule) 중심의 내용이 담겼다.

기존 3% 룰은 사내이사 감사위원의 선임·해임 시에만 적용됐으나 개정 후 사외이사에도 확대 적용된다. 이에 최대 주주인 기업 오너일가의 감사위원회 영향력이 감소하고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모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적용된다. 감사위원 선출시 분리선출하는 감사위원이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된다. 3% 룰과 결합될 경우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 등의 공개 추천 후보가 선임될 가능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집중투표제의 경우 정관을 통해 배제할 수 없도록 의무화 된다. 선출 예정인 이사 수에 비례하여 의결권 숫자가 부여되는 만큼,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 등이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성훈 애널리스트는 "이번 개정안은 대주주 견제 및 소수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는 만큼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상법 개정 이후 이어질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에 대해선 "법적 강제력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제도 이행에 대한 정기적 점검 체계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러한 상법 개정이 주주행동주의 확대로 이어졌다고 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부터 이어진 주주행동주의에 우호적인 제도적 추진 흐름도 행동주의 활성화 배경"이라며 "한국의 행동주의 캠페인은 작년 발생 기준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평가 및 순현금 기업이 국내에 많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요인 중 하나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 비중이 50.1%로 절반을 넘는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주가 리레이팅을 위한 주주환원 확대에 현금 사용을 요구할 만한 기업이 주요국 대비 많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또 행동주의가 상법개정을 기업 밸류업으로 잇는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되며 기업 밸류업 정책 및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구축될 것"이라며 "현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적인 스탠스를 감안한다면, 내년에도 밸류업 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 봤다.

이어 "국내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FCF) 여력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 확대 여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상장사들이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는 연초에 주주 행동주의 모멘텀이 재부각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거버넌스 개혁으로 증시가 우상향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일본 기업 지배구조는 내재주의에 기반해 상호주 보유 등으로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폐쇄적 모델이었으나, 회사법 개정 및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주주행동주의가 활성화됐다"며 "중복상장 해소, 상장사 주주환원 확대 등이 이뤄지며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기업 주가가 우상향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역시 단기적으로는 행동주의 캠페인 이후 주가가 상승했으나 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해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며 "아직 거버넌스 개혁 초기인 만큼, 향후 행동주의에 따른 초과수익률 기회가 커질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