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산업마다 다른 정책의 온도
최근 국회를 통과했거나 논의 중인 산업 관련 법안들은 모두 ‘경쟁력 강화’와 ‘지원’을 표방한다. 그러나 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산업별로 적용되는 속도와 방향은 다르다. 법률을 통해 드러난 산업 정책의 온도는 산업별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모두 지원을 전제로 하지만 조문의 핵심은 설비 합리화와 사업 재편이다. 현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K-스틸법에는 설비 합리화와 저탄소 전환을 전제로 한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의무가 담겼다. 정책 총괄 기구로는 국무총리 산하 특별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철강산업을 단순히 민간의 투자 영역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리 대상 산업으로 규정한 셈이다.
석유화학법 역시 방향은 유사하다. 사업 재편과 고부가 전환을 지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설비 감축과 사업 구조 개편, 폐쇄까지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지원이라는 점에서 이는 전통적인 산업 진흥법과는 결이 다르다.
■ 발전소 멈추는데…같이 멈춰버린 지원법, ‘뒷북’ 우려
반면, 산업 전환의 사회적 비용을 다루는 법은 속도가 다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16건의 법안이 발의됐고, 대선 공약에도 포함될 만큼 정치적 공감대는 크다. 그러나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고, 상임위 구조가 개편되면서 논의가 지연됐다. 여기에 노동계와의 협의라는 현실적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 현장의 변화가 법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충남 태안을 시작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는 이미 현실이 됐다. 구조조정은 진행 중이지만, 지역과 고용을 보호할 법적 장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 ‘뒷북 입법’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엇갈린 지원…속도 차이의 끝은 어디
국회 산자중기위 소속 이재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스플레이 경쟁력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 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전형적인 ‘가속형 산업법’이다.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대통령 소속 혁신위원회 설치, 특구 지정,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세법 개정안은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20년으로 늘리고, 국산 소부장 사용 기업에 추가 공제를 부여한다. 투자 촉진과 공급망 안정, 기술 주도권 회복을 위해 실패하더라도 다시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산업법들은 정부가 어떤 산업을 키우고, 어떤 산업을 관리하며, 어떤 산업의 책임은 아직 미뤄두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략산업에는 가속을, 철강·석유화학 같은 장치산업에는 조정을, 전환 산업에는 아직 유예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산업 지도가 성장의 발판이 될지, 아니면 실패한 정부의 개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