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른의 반격' 책표지)
[뷰어스=문서영 기자] 나이 서른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서른의 문턱을 넘어보니 세상은 달라진 것 없었지만 서른의 나이테는 다른 나이대의 나이테보다 더욱 짙고 남다른 의미였다. 졸업, 취업, 결혼…. 인생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전후 과정 중에 맞게 되는 서른. 세상에 을이고 부모에게도 을이고, 자기 자신에게도 갑일 수 없는 서른들이 반격을 꾀한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아몬드’를 통해 대중에 남다른 인상을 남긴 손원평이 두 번째 소설 ‘서른의 반격’을 통해 서른을 맞은 ‘을’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1988년에 태어나 2017년 서른 살이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권위의식과 위선, 부당함과 착취 구조의 모순 속에서 현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특별한 한 방을 그린 이 작품은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나 2017년 올해 서른 살이 된 김지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경험하며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법을 익혀가는 비정규직 인턴이다. 손꼽히는 대기업 공채에서 떨어진 후 어떻게든 본사 정직원이 되겠다는 꿍꿍이를 가지고 아카데미에 입사했지만 말단 인턴으로서 종일 하는 일이라곤 복사하고 의자를 까는 일이 전부다.
그 앞에 동갑내기 신입 인턴 규옥이 나타난다. 그는 아카데미의 인기 강사인 박 교수의 단행본 원고를 다 써주고 나서 알바비도 못 받았던 남자다. 지혜는 규옥과 함께 아카데미 직원에게 제공되는 공짜 강의로 우쿨렐레 강좌를 듣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수업이 끝나고 뒤풀이에 남은 사람들과 뜻밖의 모임을 하게 된다. 모임자들과 함께 규옥과 지혜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99프로가 부당한 1프로에게 농락되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며 재미있게, 놀이처럼 사회 곳곳에 작은 전복을 꾀하기로 뜻을 모은다.
소설가 한승원, 현기영, 문학평론가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ㆍ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서른의 반격’에 대해 “위트가 넘치는 싱그럽고 유쾌한 소설이다. 사건과 주제를 형상화시키고 도출해내는 작가의 힘, 소설미학이 돋보인다”며 “그들의 저항은 비장하거나 영웅적이거나 하지 않고, 게임처럼 경쾌하게 행해진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한 저항의 몸짓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왜소한 순종적 자아를 벗어내고 주체적 자아를 되찾게 된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티나지 않게, 특별한 서른 ‘을’들의 반격은 남 얘기 같지 않아 더 공감을 산다.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