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연예인과 관련한 이슈는 대중문화이고 어플리케이션(어플) 마케팅은 IT산업이기만 한 시대는 끝났다. 여러 가지 산업이 융합되고 분리되는 과정 속 이분법적인 잣대는 힘이 없다. 누구나 필수라고 여기는 카메라 어플 시장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걸어 다니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한 연예인, SNS 플랫폼을 둘러\싼 변화, 커뮤니케이션을 목표로 하는 카메라 어플. 세 요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있다. 대중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다리를 오고 가며 새로운 문화현상을 향유한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스마트폰과 어플 없이는 살기 힘든 시대다. 특히 대중들은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카메라 어플을 사용하며 소통의 장을 넓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플의 마케팅과 홍보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가 정규 1집 앨범 ‘트와이스타그램’을 발매했다. 앨범명에서도 알 수 있듯 소속사는 SNS와 관련된 콘셉트를 내세웠다. 티저 영상 속 멤버들은 어플을 이용해 이모티콘을 매치해 매력을 드러냈다. 얼굴 인식 기능을 통해 각자 어울리는 동물로 변신한 모습이 눈에 띈다.
연예인이 개인 혹은 회사 계정의 SNS를 통해 다양한 셀카와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처럼 어플로 찍은 영상이 공식적인 콘텐츠로 사용된 경우는 없었다. 컴백 티저나 콘셉트 포토 등은 철저히 세팅된 배경에서 전문 포토그래퍼와 진행되는 게 보통이다.
연예 3대 기획사로 꼽히는 JYP, 그것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걸그룹이 티저에 카메라 어플 기능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비중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어플 시장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어플 회사와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서로의 마케팅에 도움을 주거나 계약을 맺어 서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점점 더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 ‘구닥-스냅킼 사건’으로 본 어플 시장의 문제점
연예계에 맞닿아있는 어플일수록 유저가 늘어나는 속도와 규모에 가속도가 붙는다. 무엇이든 덩치가 불어나기 시작하면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거나 기존 지적되던 사항들이 대두된다.
최근에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필름 카메라 어플의 카피캣(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비하하는 용어) 논란이 일었다. 캔디카메라를 출시한 JP브라더스가 내놓은 ‘스냅킼’이라는 필름 카메라 어플이 기존 인기를 얻던 구닥과 매우 흡사해 문제가 됐다.
두 어플은 촬영의 기본적인 원리뿐만 아니라 노란색의 디자인, 뷰파인더와 플래시, 필름현상소, 날짜와 각인표시, 남아있는 필름 수 등 전체적인 UI도 거의 똑같았다. 그런 와중 JP브라더스는 스냅킼을 ‘안드로이드용 구닥’이라는 수식어로 홍보했다. 구닥은 애플 유저들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스냅킼이 구닥 개발사에서 내놓은 안드로이드용 어플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스냅킥이 구닥 개발사에서 나온 어플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고, 대중들은 스냅킼의 표절 행태를 비판했다. 결국 JP브라더스는 스토어에서 어플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JP브라더스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보편적인 앱의 형태임에도 불구, 법적인 조치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구닥의 디자인 역시 코닥의 펀세이버 디자인을 오마주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해 부정 여론을 야기했다.
JP브라더스가 내놓은 사과문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IT업계에서 골칫거리인 카피캣 관행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사과문이었기 때문이다.
■ 연예인 통해 유행한 어플, 인기에 비해 모호한 규제
요즘의 어플 트렌드는 대만 카스테라, 치즈핫도그, 인형뽑기방 등이 한순간 업계를 휩쓸고 지나가는 현실과 비슷하다. 카메라 어플이 가장 흔하게 유행하는 종류이기에 유독 눈에 띄긴 해도, 이 외에도 많은 어플이 일회성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지럽게 바뀌는 어플 시장의 흐름 속 미투전략과 오마주, 그리고 그 사이 놓인 표절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최근에는 이런 유행을 무작정 좇다 보니 사생활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최근 콰이를 사용한 유저들은 자신도 모르게 홍보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나왔다며 항의했다. 콰이 측은 해당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실질적으로 가입을 해야만 약관을 볼 수 있는 실상이었다. 약관 역시 모바일에서는 볼 수 없었으며, 영상이 광고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정확한 내용 또한 없었다. 이로 인해 손담비와 남태현이 때 아닌 열애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플 개발사가 수익창출을 위해 유저들 모르게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셈이다. 여기에 스타가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되면서 대중들은 좀 더 쉽게 조종당할 수 있는 위험에까지 노출됐다. 이런 허점들은 유행을 타고 무분별하게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 문제 해결 위한 법적 제재는 없을까
어플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불합리한 상황들을 타파할 수 있는 규제들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일까. 현재로서 어플 개발사들이 받는 심사는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원스토어 등 어플 유통사라고 할 수 있는 회사의 조항들에 의한 절차뿐이다. 어플을 새로 등록하거나 업데이트를 할 때 앱 심사를 받아야 스토어에 올라가는 식이다. 개인정보 사용 관련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사용권한 표기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위치 정보 역시 위치정보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정도다.
표절 등에 관련한 사안은 기존 사업자 신고와 비슷하다. 해당 어플이 특허를 내지 않았다면 기존 어플과 유사한 어플을 만드는 데 별다른 제재사항은 없다. 다만 고유명사가 아닌 어플의 이름을 그대로 이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독특한 기능으로 화제를 모았던 한 어플 개발사의 관계자는 “예를 들어 ‘카카오톡’이라는 어플이 있는데, ‘내 친구 카카오톡’이라는 이름의 어플을 내놓는다면 문제가 생긴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사업이 그렇듯, 자유경쟁 사회는 장단점이 있다. 서비스들이 서로 자극을 주며 발전시켜나가면 새로운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차별화된 것들이 탄생한다. 발전이 아닌 ‘복사 붙여넣기’ 식의 따라하기가 성행한다면 다 같이 죽는 시장이 된다”면서 “요즘 사업자들은 잘된다 싶은 어플이 있으면 다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소개팅 어플, 배달 어플, 부동산 어플 등이 이 사례에 해당된다. 그렇다 보니 특정 어플 시장은 포화상태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어 “표절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어플이 출시되고 개발자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에 임하는 이들도 많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포화상태가 가져오는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개인개발자나 작은 개발사가 창의적으로 만든 어플을 대형 어플 개발사에서 바로 카피해서 론칭한다는 것이다. 후에 문제가 있어도 대형 회사들을 법률팀을 갖추고 있다 보니 개인개발자 정도는 가볍게 대응할 수 있다”고 다른 문제점을 짚으며 “시장의 포화상태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사례들이 더 많은 상황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