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문다영 기자] 예로부터 성악설과 성선설이 존재해왔다. 어떤 인간의 삶에선 성선설이 와닿지만 어떤 인간의 흔적에선 성악설에 믿음이 기울기도 한다.
후카마치 아키오의 '갈증'은 바로 이런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끝없는 갈증에 빠져든 한 남자가 실종된 딸을 찾는 과정을 통해 삶의 고독과 증오에 휩싸인 인간의 절망을 집요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영화 '고백',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동명 영화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사진=책표지)
아내의 불륜 상대를 폭행하고 경찰을 퇴직한 후지시마 아키히로. 경비 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어느 날 헤어진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딸 가나코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름한 얼굴, 가녀린 몸 그리고 색깔이 엷은 커다란 눈동자. 가나코의 방을 뒤지던 후지시마는 여고생 신분에 잠깐 즐기는 기분으로 소유할 양이 아닌 다량의 각성제를 찾아낸다. 딸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가나코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후지시마는 딸에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 역시도 각성제에 의존해 겨우 버티는 상황.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는 등 통제할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히는 불완전한 인간인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량 서클에 관련된 아이들, 위험한 조직원들을 상대로 몸을 내던지며 반드시 딸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작가는 '갈증'을 통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파렴치하고 지저분한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괴물의 속성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개인을 넘어 현대 사회에 만연해진 광기가 드러난다. 모른 척 눈 감고 넘어가면 모르는 세상. 상처를 보듬어 주려는 사람도 없고,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해 줄 여력도 없는 잔인한 현실이 '갈증'에서 날것 그대로 펼쳐진다.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