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주의자의 생활(사진=뷰어스) 채식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치관에 따라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당당한 '채밍아웃'이 줄을 잇고 있다.  [뷰어스=남우정 기자] 평생 육식주의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고작 일주일 정도 채식이 어려울까 싶었다. 고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는 의식을 가지고 음식을 먹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의지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위 환경이 만만치 않다. 채식주의자가 갈 길은 멀고 멀었다. ■ 도전 첫 날 : 강력한 무의식 일주일간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들의 비웃음이 날라 왔다. ‘네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평소 식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계란 프라이라도 올려서 먹던 나였다. 그런 날 잘 알기 때문에 완전한 채식, 비건 도전은 무리였다. 육류만 먹지 않는 페스코로 채식을 시작했다.  다행히 아침 식단은 대부분 나물, 장아찌, 김치 등 채소 위주였다. 첫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점심시간에 찾아왔다. 회사 점심시간, 아무런 생각 없이 뼈다귀 해장국을 메뉴로 선택했다. 채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 하고 뼈다귀를 뜯는데 심취했다. 첫날부터 실패다.  ■ 둘째 날: 집에서 첫 성공 직업 특성상 매일 출근을 하진 않는다. 취재 일정이 있는 경우 밖에서 주로 업무를 보고 집안에서 일을 보기도 한다. 첫날 실패가 찜찜해서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로 했다. 집에선 채소 위주의 일반식을 먹을 수 있고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샐러드로 끼니를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채식은 성공했지만 입에 허전하다. 일을 하면서 군것질을 하게 됐다. 평소에도 단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날 일하는 동안 먹은 사탕이 10개가 넘었다.  ■ 셋째 날: 고기의 유혹 이제 아침에 채식 식단은 문제가 없다. 다행히 집에선 대부분의 육수는 멸치와 야채로만 내고 있어 국도 먹을 수 있고 채소 위주의 반찬만 골라 먹으면 된다. 문제는 출근하는 날 점심이다.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고심하는 시간이다.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다함께 채식 식당을 가자고 할 순 없다. 다행히 이날 점심 장소는 백반집이다. 오징어+제육 볶음에 달걀말이,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차마 고기는 먹을 수 없어 오징어 위주로 골라먹었지만 고기맛이 베어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보카도연어덮밥과 새우까스 ■ 넷째~다섯째 날: 외식의 고충 확실히 집에서는 채식 실천이 훨씬 쉽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식을 먹은 아침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평소 라면이나 배달 음식을 먹는 점심 메뉴가 고민이었다. 배달음식과 라면은 콩국수로 대체했다. 더 큰 문제는 저녁이다. 가족끼리의 외식은 내 상태를 고려해 횟집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요일 약속으로 인해 밖으로 나온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와 가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약속 상대의 기호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최대한 다양한 메뉴가 있는 일본 음식점을 골랐다. 평소와 달리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었다. 메뉴에 재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다. 겨우 고른 음식은 해산물이 들어간 볶음 우동이었다. 하지만 직원에게 “이거 고기 안 들어가죠?”라고 물었더니 고기가 들어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원을 물리고 다시 메뉴를 선택해야 했다. 다시 고른 음식엔 다행히 고기가 안 들어갔지만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된장국은 혹시 몰라서 먹지 않았다. 메뉴 하나하나 고기가 들어가는지 물어봐야 하는 채식주의자의 불편함이 몸소 전해진다. 고기는 못 먹은 만큼 맥주로 배를 불렸다. 김밥 속에서 골라낸 햄 ■ 여섯 째~마지막 날: 방심하던 순간 채식을 한다는 의식의 흐름이 어느 순간 자리를 잡게 됐다. 생각보다 고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채식을 해서 심리적 안정이 찾아온 것도 아니다. 고기를 못 먹는 대신 군것질과 밀가루 섭취량이 늘었다. 라면이 아닌 면을 먹기 위해 콩국수만 삼일 내내 먹었다. 그럼에도 내 의지대로 채식을 했다는 보람이 따라 붙었다. 조금 더 육식에 대한 문제 인식이 내 안에 자리를 잡는다면 채식을 선택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문제가 발생했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다. 소고기 김밥만 아니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야채 김밥을 주문했고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다. 김밥에 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먹은 순간 떠올랐다. 결국 남은 김밥에서 햄은 다 빼냈다. 채식 도전기는 결국 실패다.

[채식에 빠지다]③ ‘1일 1고기’ 육식주의자의 반성

남우정 기자 승인 2018.07.12 13:51 | 최종 수정 2137.01.20 00:00 의견 0
육식주의자의 생활(사진=뷰어스)
육식주의자의 생활(사진=뷰어스)

채식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가치관에 따라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당당한 '채밍아웃'이 줄을 잇고 있다. 

[뷰어스=남우정 기자] 평생 육식주의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고작 일주일 정도 채식이 어려울까 싶었다. 고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일주일 정도는 의식을 가지고 음식을 먹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의지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위 환경이 만만치 않다. 채식주의자가 갈 길은 멀고 멀었다.

■ 도전 첫 날 : 강력한 무의식

일주일간 채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들의 비웃음이 날라 왔다. ‘네가?’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평소 식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계란 프라이라도 올려서 먹던 나였다. 그런 날 잘 알기 때문에 완전한 채식, 비건 도전은 무리였다. 육류만 먹지 않는 페스코로 채식을 시작했다. 

다행히 아침 식단은 대부분 나물, 장아찌, 김치 등 채소 위주였다. 첫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점심시간에 찾아왔다. 회사 점심시간, 아무런 생각 없이 뼈다귀 해장국을 메뉴로 선택했다. 채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 하고 뼈다귀를 뜯는데 심취했다. 첫날부터 실패다. 

■ 둘째 날: 집에서 첫 성공

직업 특성상 매일 출근을 하진 않는다. 취재 일정이 있는 경우 밖에서 주로 업무를 보고 집안에서 일을 보기도 한다. 첫날 실패가 찜찜해서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로 했다. 집에선 채소 위주의 일반식을 먹을 수 있고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샐러드로 끼니를 채울 수 있었다. 문제는 채식은 성공했지만 입에 허전하다. 일을 하면서 군것질을 하게 됐다. 평소에도 단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날 일하는 동안 먹은 사탕이 10개가 넘었다. 

■ 셋째 날: 고기의 유혹

이제 아침에 채식 식단은 문제가 없다. 다행히 집에선 대부분의 육수는 멸치와 야채로만 내고 있어 국도 먹을 수 있고 채소 위주의 반찬만 골라 먹으면 된다. 문제는 출근하는 날 점심이다.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고심하는 시간이다. 내가 채식을 한다고 해서 다함께 채식 식당을 가자고 할 순 없다. 다행히 이날 점심 장소는 백반집이다. 오징어+제육 볶음에 달걀말이,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차마 고기는 먹을 수 없어 오징어 위주로 골라먹었지만 고기맛이 베어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보카도연어덮밥과 새우까스

■ 넷째~다섯째 날: 외식의 고충

확실히 집에서는 채식 실천이 훨씬 쉽고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식을 먹은 아침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평소 라면이나 배달 음식을 먹는 점심 메뉴가 고민이었다. 배달음식과 라면은 콩국수로 대체했다. 더 큰 문제는 저녁이다. 가족끼리의 외식은 내 상태를 고려해 횟집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요일 약속으로 인해 밖으로 나온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와 가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약속 상대의 기호도 고려해야 했다. 결국 최대한 다양한 메뉴가 있는 일본 음식점을 골랐다. 평소와 달리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었다. 메뉴에 재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았다. 겨우 고른 음식은 해산물이 들어간 볶음 우동이었다. 하지만 직원에게 “이거 고기 안 들어가죠?”라고 물었더니 고기가 들어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직원을 물리고 다시 메뉴를 선택해야 했다. 다시 고른 음식엔 다행히 고기가 안 들어갔지만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된장국은 혹시 몰라서 먹지 않았다. 메뉴 하나하나 고기가 들어가는지 물어봐야 하는 채식주의자의 불편함이 몸소 전해진다. 고기는 못 먹은 만큼 맥주로 배를 불렸다.

김밥 속에서 골라낸 햄

■ 여섯 째~마지막 날: 방심하던 순간

채식을 한다는 의식의 흐름이 어느 순간 자리를 잡게 됐다. 생각보다 고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채식을 해서 심리적 안정이 찾아온 것도 아니다. 고기를 못 먹는 대신 군것질과 밀가루 섭취량이 늘었다. 라면이 아닌 면을 먹기 위해 콩국수만 삼일 내내 먹었다. 그럼에도 내 의지대로 채식을 했다는 보람이 따라 붙었다. 조금 더 육식에 대한 문제 인식이 내 안에 자리를 잡는다면 채식을 선택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날 문제가 발생했다. 점심으로 김밥을 먹었다. 소고기 김밥만 아니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야채 김밥을 주문했고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다. 김밥에 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먹은 순간 떠올랐다. 결국 남은 김밥에서 햄은 다 빼냈다. 채식 도전기는 결국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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